농구/NBA
[마이데일리 = 안산 김진성 기자] “본인 하기 나름이죠.”
바야흐로 박혜진 시대다. 우리은행 박혜진의 성장이 눈이 부시다. 박혜진은 12일 신한은행전 직전까지 9경기서 평균 13.6점(6위), 5.3리바운드(8위), 4.3어시스트(4위)를 기록 중이다. 득점과 어시스트에서 2008-2009시즌 데뷔 이후 커리어 하이다. WKBL이 산정하는 공헌도는 264.05점으로 3위이자 국내 선수 1위다.
단순히 기록으로 드러나는 수치만 좋은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강력한 체력과 스피드를 갖췄다. 특히 승부처에서의 폭발력 있는 득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속공전개와 마무리능력은 물론이고 강력한 1대1 수비와 하프코트 디펜스, 풀코트 프레스 트랩 디펜스 등 각종 수비전술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현재 우리은행 전력의 절반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은행 특유의 빠른 트렌지션과 숨 막히는 수비 조직력은 박혜진부터 시작된다.
박혜진은 지난 11월 아시아선수권대회를 계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그런데 그 업그레이드가 올 시즌 중에도 진행 중이다. 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기량이 더 좋아지고 있다. 위성우 감독은 “마인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슬슬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했다. 티나 톰슨이란 해결사가 빠진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개막 9연승을 내달린 건 박혜진의 업그레이드 외엔 다른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 신한은행을 상대로도 마찬가지였다. 박혜진은 신한은행 김규희와 윤미지를 상대로 주눅 들지 않았다. 김규희를 상대로 과감하게 포스트업을 펼쳤다. 우리은행은 경기 초반 주도권을 신한은행에 넘겨줬으나 후반 들어 박빙 승부를 벌였다. 박혜진은 공격 욕심을 줄이고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 동료에게 약속된 움직임을 지시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날 객관적인 활약 자체는 이전에 비하면 다소 떨어졌다. 컨디션 자체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박혜진은 여전히 완성형 가드는 아니다. 위 감독은 “아직 경기를 읽는 시야가 부족하다. 포인트가드라면 좀 더 다른 선수의 찬스를 살릴 줄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이승아와 경기운영을 분담한 상황. 그렇다고 하더라도 4어시스트는 많지 않다는 의미. 위 감독은 “노련함도 부족하다. 시간이 좀 더 흘러야 한다”라고 했다.
박혜진은 승부처에서 대담한 플레이를 하지만, 승부처에서 안정적으로 동료의 찬스를 살려주는 플레이는 아직 부족하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팀이 흔들릴 때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도 아직은 미흡하다. 예를 들어 이날 4점 뒤진 경기 종료 2분 51초 직전 범한 공격자 파울은 매우 뼈 아팠다. 상대 압박수비에 대처하지 못한 채 경기종료 버저와 함께 실책도 범했다. 박혜진이 현재 국내 최고의 포인트가드 최윤아,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 등을 넘어서기 위해선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 박혜진은 이날 5점에 그쳤다.
그러나 노련함이 부족한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박혜진은 올해 24세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위 감독의 말이 매우 정확하다. 우리은행은 이날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박혜진도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게 드러난 경기였다. 하지만, 분명한 건 박혜진이 현재 국내 여자농구 포인트가드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선(삼성생명), 최윤아(신한은행) 구도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직 부족한 건 많지만, 박혜진은 분명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2~3년 뒤 국내 여자농구 포인트가드 지형도가 어떻게 달라질 지 지켜보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박혜진.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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