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다양성이 돋보이는 선발진이다.
삼성의 2014년 선발진이 사실상 완성됐다. 삼성은 12일 새로운 외국인투수 J.D 마틴과 계약했다. 마틴은 올 시즌 탬파베이 트리플A서 27경기에 선발 등판해 16승4패 평균자책점 2.75를 기록했다. 마틴은 2009년과 2010년엔 워싱턴에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고, 마이너리그 경험이 매우 풍부하며 성적이 좋았던 투수. 요즘 국내구단들이 외국인투수를 데려오는 기준에 가장 적합한 유형이다.
삼성의 2014년 또 다른 외국인투수는 릭 벤덴헐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의 재계약은 사실상 매우 유력하다. 결국 삼성은 윤성환, 배영수, 장원삼, 차우찬, J.D 마틴, 릭 벤덴헐크로 내년 선발진을 꾸린다. 외형적으로는 풍족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류중일 감독이 노래를 불렀던 “강속구 선발투수”는 밴덴헐크 정도다.
▲ 양립하기 힘든 스피드와 제구력
스피드와 제구력의 양립. 모든 투수의 로망이다. 하지만, 리그에 스피드와 제구력을 나란히 갖춘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외국인투수에게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요구한다면,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투수를 데려와야 한다. 결국 대부분 팀은 외국인투수를 뽑을 때 두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를 확실하게 갖춘 선수를 택한다.
과거 선동열 감독 시절 삼성 마운드는 확실히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이었다. 외국인선수도 제구력 위주의 투수를 선호했다. 그러나 류 감독은 스피드를 갖춘 투수를 선호했다.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서 빠른 볼로 타자에게 위압감을 보여줘야 승산이 있다는 것. 실제로 류 감독은 제구력이 살짝 떨어져도 강속구가 돋보이는 외국인투수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했다. 하지만, 매번 그렇게 하진 못했고, 올 시즌엔 강속구 피처들로 큰 재미를 보진 못했다. 150km가 넘는 강속구 투수 밴덴헐크는 후반기 들어 안정됐으나 기본적으로 슬라이드 스텝이 크고 제구력이 살짝 불안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다른 강속구 투수 아네우리 로드리게스, 에스마일린 카리대 영입은 완벽한 실패였다. 제구력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 제구력 위주 선발진, 주무기는 다르다
결국 삼성은 고심 끝에 밴덴헐크와 짝을 이룰 외국인투수로 제구력 위주의 투수를 선발했다. 마틴의 직구 최고구속은 140km대 중반에서 형성된다. 대신 싱커와 컷 패스트볼 등 홈 플레이트에서 급격하게 변하는 공을 갖고 있다. 어쨌든 선발투수들의 투구 스타일은 최대한 상반된 게 유리하다. 연전서 비슷한 유형의 선발투수가 연이어 등판하는 건 타자들에게 익숙함을 선사할 수 있다.
물론 윤성환, 장원삼은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을 앞세운 투수들이다. 마틴과 비슷한 유형이다. 하지만, 구사하는 주무기가 마틴과 다르다. 이들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많이 던진다. 제구력 위주의 선발투수지만 마틴과 스타일은 다르다. 마틴의 영입으로 삼성 선발진의 내구성은 여전히 탄탄하다. 류 감독이 6명의 선발후보 중 누구를 불펜으로 내리느냐, 선발 로테이션 순서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선발진 위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
▲ 강속구 로망 버리지 않았다
올 시즌 막판 배영수가 흥미로운 얘기를 꺼냈다. “전 강속구를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실제 배영수는 토미 존 서저리와 재활 이후 잃어버린 공 스피드를 해를 거듭할수록 끌어올리고 있다. 올 시즌엔 140km대 후반의 직구를 되찾았다. 물론 평균 구속은 그에 미치지 못했으나 배영수는 “리그에 자세히 살펴보면 150km 펑펑 던지는 투수 별로 없다”라고 웃었다. 자신의 강속구가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장원삼과 윤성환의 경우 확실히 직구 최고구속이 140km 중반을 넘어서지 못한다. 하지만, 배영수는 과거의 강속구 투수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내년엔 좀 더 스피드를 끌어올리면서 제구력도 안정시킨다면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볼만 하다. 배영수의 구속 향상은 삼성 선발진의 다양성에 좀 더 큰 힘을 불어넣는다. 차우찬 역시 좌완 치고 스피드가 느린 공을 던지는 편은 아니다.
삼성이 의외로 외국인 강속구 선발투수가 아닌 제구력 위주의 선발투수를 영입했다. 마틴의 영입과 밴덴헐크의 사실상 재계약 확정이 삼성 선발진의 깊이와 다양성을 배가시킬 수 있다. 또한, 실제로 강속구를 회복하거나 보여줄 선발투수도 있다. 2014년 삼성 선발진이 스피드의 로망을 포기한 건 아니다. 오히려 다양성을 앞세워 더 큰 효과를 누릴지도 모른다.
[새 외국인투수 마틴(위), 강속구가 주무기인 밴덴헐크(가운데), 배영수(아래). 사진 = gettyimages/멀티비츠,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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