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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극본 김은숙 연출 강신효, 이하 ‘상속자들’)이 종영했다.
제작 초기 단계부터 화제를 몰고 다니며 떠들썩하게 시작했던 ‘상속자들’은 결국 모두의 기대처럼 자체 최고 시청률 25.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종영하게 됐다. 하지만 이것을 완전한 성공이라 말할 수는 없다. ‘상속자들’ 1회부터 11회까지는 경쟁작인 KBS 2TV 드라마 ‘비밀’에 밀려 동시간대 시청률 2위를 기록하며 고전했기 때문이다.
‘흥행 제조기’라 불리는 김은숙 작가에 이민호, 박신혜, 김우빈 등 소위 ‘대세’라 불리는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음에도 ‘비밀’의 열풍을 넘지 못했다는 것은 ‘상속자들’의 이 같은 성공이 드라마 자체의 힘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었던 것임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절반의 성공을 거둔 ‘상속자들’이 얻은 것과 놓친 것은 무엇일까.
우선 ‘상속자들’의 가장 큰 수확은 차세대 스타가 될 젊은 배우들을 재발견하게 했다는 점이다. 주연을 맡은 배우 이민호와 박신혜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주연배우로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했고 김우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방송가는 물론 영화계에서도 수많은 러브콜을 받으며 주연급 배우로 우뚝 섰다. 여기에 김지원, 강하늘, 박형식, 크리스탈, 강민혁까지 조연으로 등장한 20대 초중반 배우들은 ‘상속자들’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신우철 PD와 콤비로 불리던 김은숙 작가도 이번 작품을 통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김 작가는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부터 ‘온에어’, ‘시크릿가든’, ‘신사의 품격’까지 줄곧 신우철 PD와 함께 작업을 해왔다.
때문에 새로운 PD와 호흡하게 된 김 작가가 과연 예전만큼의 흥행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 상황. 하지만 김 작가는 이런 우려를 씻고 그 특유의 감각적인 대사와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전작 못잖은 드라마 열풍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반면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김 작가의 전작보다 얼마나 새로웠는지를 놓고 따져 봤을 때 ‘상속자들’은 진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전작들은 신데렐라 스토리 안에 다양한 변주를 넣어 흥미롭게 다가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예를 들어 남녀의 성별이 바뀐다는 ‘시크릿 가든’의 설정이나 중년 남녀의 사랑을 달콤하고 풋풋하게 그려낸 ‘신사의 품격’은 기존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약간 벗어난 것만으로도 새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상속자들’의 경우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신데렐라 이야기, 성장 이야기와 구조상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등장인물에 공감할 부분이 부족했던 것 역시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겉모습은 화려해보이지만 속으로는 저마다 아픔을 갖고 있다는 ‘상속자들’의 메시지는 일반 시청자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물론 사랑이나 입시, 가족문제 등은 공감할 여지를 만들어 줬지만 이들의 고민이 재벌가로 확장되는 순간 시청자들은 공감보다는 막연한 동경을 느낄 때가 많았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자신이 견뎌야 하는 ‘왕관의 무게’ 때문에 가난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장면은 드라마가 판타지라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비상식적으로 다가오며 씁쓸함을 남겼다.
[‘상속자들’ 마지막회. 사진 = SBS 방송 화면 캡처]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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