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OK" 이동걸, 한화 마운드의 한줄기 빛 될까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투구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

2차드래프트를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동걸이 한화 이글스 마운드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이동걸은 지난달 22일 열린 프로야구 2차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 2007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 52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그는 1군 4시즌(2008, 2011~2013) 통산 14경기(19⅔이닝)에서 1홀드 평균자책점 6.41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냉정히 말해 아직 1군에서 보여준 게 없다. 올해 퓨처스리그 32경기 등판 성적은 6승 4패 5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97.

1983년생인 이동걸은 내년이면 한국 나이 32세가 된다. 하지만 그는 1군 통산 14경기 출전에 그쳤다. 삼성의 투수진이 워낙 두텁다 보니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화는 삼성과 견줘 투수 자원이 풍족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는 오히려 이동걸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

이선희 한화 퓨처스팀 투수코치는 2007년(투수코치)과 2011~2012년(스카우트) 삼성에서 이동걸을 직접 지켜본 인물이다. 제자였던 한화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이동걸의 성공을 바라는 건 당연지사.

한화의 서산 재활군 캠프에서 만난 이 코치는 이동걸에 대해 "선발로테이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선수다"며 "심리적인 여유가 생기면 투구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 150km까지 던질 수 있는 선수인 만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기 한화 스카우트팀장도 "회의를 통해 선발요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동걸은 장래성이 있는 선발투수이고, 힘도 좋다.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는 선발로 준비했던 선수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삼성에는 워낙 좋은 투수가 많다 보니 스스로 쫓기기도 했고,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었을 것이다"며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를 분석했다. 이동걸은 올해 후반기 첫 4경기에서 4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주목받기도 했으나 이후 2경기에서는 1⅓이닝 9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러다 보니 1군에서 꾸준히 살아남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화는 마운드 보강이 절실한 팀이다. 올해도 팀 평균자책점 5.31로 이 부문 최하위였다. 무려 투수 12명이 선발로 등판했는데, 고정 선발요원이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선발과 구원을 오갔다. 투수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옥석을 가려야 하는데,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이동걸은 1군에서 꾸준히 기회를 받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물론 결과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 하지만 "심리적인 안정을 찾으면 투구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이 코치의 말대로면 또 다른 2차드래프트 성공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과연 이동걸이 한화 마운드의 한줄기 빛이 될 것인가.

[이동걸.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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