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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강산 기자] "안타깝다."
이 말 밖에 해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타향살이 중인 외국인선수의 고충을 잘 알고 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외국인선수 엘리사 바실레바 얘기다.
바실레바는 여자부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꼽힌다. 공격은 물론 수비와 리시브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바실레바 없는 흥국생명은 상상할 수 없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2.2득점 공격성공률 40.96%로 리그 득점 선두에 올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트당 평균 리시브 1.750개, 디그 3.227개로 수비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블로킹도 세트당 0.568개로 나쁘지 않다. 디그 부문에서도 전체 8위에 올라 있는 바실레바다. 세트스코어 1-3(21-25 25-17 15-25 20-25)으로 패한 15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도 혼자 36점을 올리며 고군분투했다.
1990년생인 바실레바는 시즌 시작을 한 달여 앞둔 9월 말 부친상을 당했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팀에 합류해 훈련을 소화했고, 시즌 시작 후에도 코트 안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동료들을 격려했다.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흥국생명의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당분간 바실레바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국가대표팀 차출로 모국인 불가리아로 돌아간다. 흥국생명은 바실레바 없이 최소 2~3경기를 치러야 한다. 여기에 부친상으로 인해 현지에서 개인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 일단 구단 측은 "홀가분하게 일 처리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류 감독도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바실레바는 가족 또는 애인이 입국해 경기를 지켜보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혼자 와 있다"며 "안타깝다. 어머니도 한국에 올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바실레바의 어머니는 불가리아 현지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바실레바의 할머니까지 모시고 있는 상황인데, 장시간 비행이 어렵단다. 딸의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끔 불가리아 국기를 들고 그를 응원하러 오는 현지인들을 보며 힘을 낸다.
바실레바는 이날 팀 패배에 기분이 상할 법한데도 팬들이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흔쾌히 웃으며 받아줬다. 코트 안에서는 누구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며 동료들을 다독이던 바실레바다. 진정한 프로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엘리사 바실레바.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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