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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외국인선수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SK 애런 헤인즈의 충돌사건 후폭풍이 끝날 줄 모른다. SK는 18일 헤인즈가 빠진 첫 경기서 최하위 KGC인삼공사에 덜미를 잡히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강력한 해결사의 실종은 SK 경기력 자체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국내 남녀프로농구에서 외국인선수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구단들은 외국인선수를 받들어 모신다고 보면 된다. 외국인선수를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한 시즌 농사 결과가 결정된다.
▲ 극진히 대접해주기로 소문난 KBL, WKBL
전 세계 농구선수들에게 KBL, WKBL은 대접 잘해주는 리그로 정평이 났다. 매니저가 외국인선수에게 24시간 1대1로 붙어 한국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모든 편의를 제공한다. 제때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에 세금 납부까지 알아서 다 해준다. 가족이나 애인을 초청해주기도 한다. 외국인선수들이 원할 경우 한 시즌 동안 같이 지낼 수도 있다.
부작용도 발생했다. 구단들이 팀의 중심인 외국인선수를 극진히 대접하자 안하무인격 선수가 속출했다. 그동안 KBL에 외국인선수가 벌인 사건, 사고가 한 두건이 아니다. 헤인즈는 지난 2월 13일에도 KT 김승기 코치에게 “개XX야”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SK가 “깨끗이 해”라고 수습해 논란이 어설프게 무마됐지만, 헤인즈가 그동안 KBL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KBL 입성 6시즌째를 맞이한 헤인즈는 초창기엔 세컨드 옵션 외국인선수였으나 지난 시즌부터 SK의 해결사로 활약했다. 주변에서 그에게 잘 대해주자 기고만장해졌다는 말이 나왔다.
▲ 폭력·폭언부터 대마초까지, 외국인선수의 난
외국인선수가 가장 저지르기 쉬운 사고는 역시 ‘도망’이다. 국내 남녀프로농구 16개구단은 숙소생활을 한다. 외국인선수들도 국내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는 구단도 있는 반면, 외국인선수의 자율성과 개성을 존중해 따로 살 집을 구해주는 구단도 있다. 사고는 주로 후자의 경우에 잘 발생한다. 구단과 떨어져 살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계(?)가 허술하다. 한국에 적응하지 못한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 가깝게는 모니카 라이트(하나외환), 과거엔 버나드 블런트(LG), 그렉 콜버트(오리온스)가 그랬다. 갑작스럽게 외국인선수가 빠져나간 팀은 직격탄을 맞았다. 하나외환은 라이트의 도망 이후 노장 나키아 샌포드가 극심한 체력소모에 시달린다.
그나마 도망은 준수하다. 해외에서 주목받지 못하다 국내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은 외국인선수가 코트에서 이성을 잃은 경우도 부지기수다. 퍼비스 파스코(LG)는 2007년 4월 12일 KTF와의 4강 플레이오프서 심판에게 주먹을 휘둘러 영구제명됐다. 아이반 존슨(KCC)은 모비스와의 2010년 4월 11일 모비스와의 챔피언결정전서 모비스 유재학 감독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욕을 해 영구제명됐다.
디엔젤로 콜린스와 테넌스 셰넌(SK), 캘빈 워너(KT&G)는 대마초 흡연으로 영구제명됐다. 브라이언 매튜스(삼성)는 과거 성폭력 전과를 속이려다 시즌 직전 영구제명됐다. 감독과 갈등 끝에 주먹다짐까지 간 외국인선수도 많았다. 이밖에 과격한 언행으로 징계를 받은 외국인선수는 일일이 꼽기가 어려울 정도로 수 없이 많았다. 특유의 한국 단체문화를 적응하지 못한 케이스부터 안하무인, 기고만장한 케이스까지. 구단들이 외국인선수를 오냐오냐 받아주면서 벌어진 일들이었다. 팀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 KBL, WKBL의 확실한 대처가 필요하다
WKBL은 라이트의 야반도주 사건을 FIBA(국제농구연맹)에 고스란히 보고했다. 계약기간 도중 일방적으로 도망간 선수에게 괘씸죄를 적용해 타 리그에서도 뛸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WKBL은 외국인선수 교체 규정 및 일방적 계약파기 때 대처 방안에 대한 규정이 미흡하다. 지난 2012-2013시즌에 외국인선수제도를 갑작스럽게 재도입해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KBL은 외국인선수에 대한 제재가 너무 약해 원성을 듣는다. 이번 헤인즈 건만 해도 소속팀 SK의 제재가 KBL보다 더 강했다. 이래서는 중심이 바로 서지 않는다. 원칙에서 어긋난 행동을 하거나 불미스러운 사건을 저지른 외국인선수는 강력한 징계로 일벌백계 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선수들이 KBL을 우습게 보지 않는다. 또한, 외국인선수가 사고를 쳤을 때 세부적인 대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외국인선수 사건, 사고에 대처하는 KBL의 자세는 너무나도 즉흥적이다. 확실한 기준이 없으니 솜방망이 처벌을 한 전례를 답습하고 만다.
구단들도 외국인선수에게 잘 해주는 건 좋지만, 선을 확실히 지켜야 한다. 누가 봐도 아니다 싶은 사건엔 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 외국인선수 관리를 잘 하기로 소문난 KT 전창진 감독, KCC 허재 감독은 채찍과 당근을 병행해 외국인선수를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 구단들도 이런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외국인선수들 스스로 분수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에런 헤인즈(위), 퍼비스 파스코 폭행사건(가운데), 아이반 존슨(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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