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AG로이드가 필요하다.
비활동기간이지만, 대다수 선수가 2014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병역미필자들의 2014시즌은 다른 선수들보다 좀 더 특별하다. 2014년은 어쩌면 야구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2014년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병무청은 내년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스포츠선수들의 병역혜택 방식을 뜯어고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야구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병무청이 스포츠 선수의 병역혜택 기준을 올림픽 메달 획득,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이 아닌 포인트제로 바꾸려고 한다. 병무청은 당장 내년 인천아시안게임부터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려고 했으나 내년까진 기존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뽑히려는 병역 미필자들의 마음이 상당히 바빠지게 됐다.
▲ 병역미필자들, AG에 모두 함께 갈 순 없다
9개구단 주요 병역미필자들을 살펴보자. 삼성에선 간판 유격수 김상수와 외야수 정형식, 투수 차우찬, 심창민이 있다. 두산엔 투수 홍상삼, 이용찬, 내야수 이원석, 오재원, 외야수 정수빈 등이 있다. LG는 투수 신정락, 유원상, 내야수 오지환, 넥센엔 내야수 김민성, 투수 강윤구, 한현희, 롯데엔 외야수 손아섭, 전준우, 내야수 황재균, KIA엔 내야수 김선빈, 안치홍, 나지완, 한화엔 투수 김혁민, 유창식, NC엔 간판타자 나성범과 에이스 이재학 등이 주요 병역미필자다.
이들만으로 아시안게임 엔트리 24인을 구성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도 병역미필자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혹자는 말한다. “병역을 필한 선수들은 병역 미필자보다 의욕이 떨어지기 때문에 병역 미필자 위주로 대표팀 구성을 하는 게 옳다”라고.
위험한 발상이다. 야구는 의욕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최상의 전력을 꾸려야 우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우승하지 못하면, 병역 혜택도 없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도 일찌감치 “아시안게임이든 뭐든, 국가대표팀은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병역 여부에 관계없이 포지션 별로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를 우선 선발한 뒤, 나머지 몇몇 포지션에서 병역 미필자와 병역을 마친 선수들의 기량이 비슷할 경우에만 병역 미필자가 대표팀 선발에서 우대받을 전망이다.
▲ AG 엔트리 24인? 병역미필자들의 바늘구멍 뚫기
이래저래 병역 미필자들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가 녹록하지 않을 것 같다. 아시안게임 엔트리는 프로팀의 1군 엔트리(26명)보다도 적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엔트리는 24인이었다. 일단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면, 병역 미필자들이 들어갈 자리가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병역혜택을 받을 선수는 많지만,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금메달 획득과 한국 선수단의 종합성적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결국 병역미필자들로선 2014시즌에 좋은 성적으로 KBO 기술위원회와 대표팀 류중일 감독에게 어필해야 한다. 일명 AG로이드가 필요한 상황. 흔히 FA를 앞둔 선수가 바짝 긴장해 좋은 성적을 낸다는 뜻의 FA로이드라는 말이 있다. FA를 앞두고 갑자기 잘하니 무슨 약물이라도 복용한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 실제로 미래에 대한 확실한 목표가 있는 선수는 그렇지 않은 선수보다 집중력이 좋다. 대부분 병역 미필자들은 비활동기간인 12월 현재 개인훈련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삼성 조동찬은 2000년대 후반 이후 거의 매년 부상에 시달렸다. 주전에서 밀려 벤치에서 겉돌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초인적인 맹활약으로 극적으로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혀 금메달까지 목에 걸면서 병역혜택을 받았다. 당시 조동찬에게 ‘AG로이드’를 먹은 게 아니냐는 농담도 있었다. 내년 시즌엔 조동찬과 같은 케이스가 좀 더 많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병역 미필자들로선 조동찬의 기적을 떠올리며 2014시즌을 준비하면 된다. 병역미필자들에게 간절한 2014시즌이 다가온다.
[2010년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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