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케이블채널 tvN '이웃집 꽃미남'(극본 김은정 연출 정정화)에서 고독미(박신혜)의 짝사랑남 한태준을 기억하는가. 훤칠한 키, 이국적인 외모로 '제2의 다니엘 헤니'라고 불린 김정산(27)의 등장은 많은 여성팬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훈훈한 외모로 한 번, 반듯한 이미지로 두 번 시선을 모으는 신인의 등장에 여심은 더 훈훈해졌다.
사실 김정산은 지난 2005년 19살의 나이로 KBS 2TV '반올림2'를 통해 일찍이 데뷔했다. 이후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 진학했고 군생활을 하고 자신을 갈고 닦은 뒤 지난 2월 종영된 '이웃집 꽃미남'을 통해 본격적인 첫 걸음을 시작했다.
이어 지난 3월 KBS 2TV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 시즌3 '동화처럼'에 출연했던 김정산은 이후 차기작으로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를 택했다. 브라운관은 물론 무대까지 탐내는, 가히 패기 넘치는 신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했다면 환영 받지도 못했을 터. 무대 위 김정산은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 들며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잘 만들어진 작품 합류 부담, 나만의 원준 만들고 싶었다"
김정산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막돼먹은 영애씨''는 기존에 잘 된 작품이다. 오디션 공고가 떠서 회사에 먼저 공연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나이 들어서도 공연을 꼬박 꼬박 하고싶다고 얘기를 했었고 그러던 찰나에 오디션이 보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신인 배우가 시작부터 자신의 의지를 내비치는 일,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무대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배우 주원, 전성우 등과 동기인 김정산은 뮤지컬 하는 친구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연스레 뮤지컬 무대에 대한 꿈을 갖게 됐다. 입대 후에는 그 꿈이 더 커졌고 제대 후 본격적으로 꿈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김정산은 지난 2010년 뮤지컬 '싱글즈'에서 수헌 역을 맡게됐다. 그는 "많이 부족했지만 열심히 하는 것이 예뻐 보였는지 좋게 봐주셨다. 뮤지컬은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동을 받는게 매력이다.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같은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후 드라마에 출연했던 김정산은 다시 무대로 돌아갔다. 드라마로도 이미 인기를 얻은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고유명사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애씨와 함께 하는 원준 역이다.
김정산은 "드라마를 봤는데 (김)현숙이 누나밖에 안 보였다.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직장인이 아니라 직장인들의 애환에 공감은 안됐지만 캐릭터가 재밌지 않았나. 내가 직장인이 되면 어떤 사람일까 상상도 많이 했다"며 "맨날 당하는 영애가 꿋꿋하고 묵묵하게 이겨내는 모습이 감동이었다"고 밝혔다.
"기존에 잘 만들어진 작품에 들어간다는게 부담이 있었다. 앞서 원준 역을 맡았던 배우들의 공연을 봤는데 그 분들의 귀여움과 달달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그래서 나는 약간 영애가 기댈 수 있는 원준이고 싶었다. 물론 극 초반에는 귀여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어리바리한 모습을 연기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귀여운 모습만 가져가기 보다는 되게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뭔가 안 되는 애, 생긴건 되게 멀쩡한데 어리바리한 애, 그렇지만 결국 이 친구가 절대 바보는 아님을 보여주는 그런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김정산은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신입사원이나 다름 없다. 극중 신입사원인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막내기 때문. 여기에 김현숙, 강유미 등 기 센 누나들 앞에 있는 잘 생긴 막내니 그의 존재감은 클 수밖에 없다.
김정산은 "김현숙, 강유미 누나 등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들어오자마자 나를 스캔할 때부터 강렬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현숙 누나는 생각했던 이미지랑 비슷했다. 호탕하고 활발하고 자신의 영역이 확실하게 있는 강한 면도 있고 말도 시원시원하게 하고 쿨하게 한다. 그런 모습들을 상상했는데 그런 모습의 현숙이 누나는 맞았다"며 "오히려 유미누나가 의외였다. 되게 얌전해서 그런척 하는 줄 알고 선입견도 가졌다. 그러다 낯을 가려서 그러시나 했다. 근데 실제 성격이 그렇더라. 화면에서는 소리도 막 지르고 거침 없다. 근데 되게 낯을 많이 가리고 말수도 적다. 내가 먼저 다가가려 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정산은 상대 배우 김현숙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냉정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프로패셔널한 모습에 감탄하고 있는 요즘이다. 경험이 부족한 만큼 김현숙 외에 다른 선배들 모두가 김정산에게 선생님 같은 존재다.
"형, 누나들 아래서 배우는 점이 많다. 특히 현숙 누나는 남들이 잘 말할 수 없는 그런 것들까지도 솔직하게 얘기해준다. 오히려 고마웠던 것 같다. 현숙 누나는 이 작품을 오래 해서 그 어떤 형, 누나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다. 어느 부분에 불편해 하는지를 아니까 공연할 때 사람들 모르게 다 챙겨준다. 되게 사소한 것들을 챙겨준다. 그런 것들이 고맙다. 리드도 해주시고 무대에서 현숙 누나를 보면 춤도 많이 추고 노래도 해서 땀이 많이 나는데 그 모습이 예뻐 보인다. 거짓말이 아니라 땀 흘리며 내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극중 원준이 영애 선배를 존경하는 것처럼 나도 존경심이 생긴다."
▲ "미술 포기하고 연기 선택, 무릎 꿇었죠"
김정산은 본래 미대에 진학해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아버지와 진로 상담을 하는 형의 이야기를 듣게 됐고 형의 감정에 더 이입하게 됐다. 이후 진로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본 그는 '내가 진짜 뭘 하고 싶은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피아노와 미술을 전공하는 어머니 밑에서 그저 미술만이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이전의 자신을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돌아보니까 앞에 나서는걸 좋아했는데 나서본 적은 없다. 항상 장기자랑도 준비는 해놓고 하겠다고 손을 못들어 하지 못했었다. 근데 '야인시대'를 보고 친구들이랑 뒤에서 흉내냈던 어릴 때가 딱 스치더라. 그 때 내가 가야 하는 길은 연기자라고 생각했다. 아버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했다. 근데 허락을 해주셨다. 이후로는 지원도 적극적으로 해주셨다. 그렇게 '반올림2'를 운 좋게 하게 되고 EBS '점프'에 출연하면서 대학도 가게 됐다. '반올림2' 촬영은 어렵고 혼났던 기억이 있지만 더 배워야겠다는 의지를 깨우치게 한 계기였다."
대학 진학 후 뮤지컬 배우 전성우와의 만남도 김정산 연기 인생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는 "전성우랑 정말 친하다. 공연 끝나고 새벽 6시까지도 얘기한다. 도움이 많이 되는 친구다. 무대위에서 연기하는 친구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고 했는데 그게 성우다. 뮤지컬 넘버도 다 알려주고 오디션 공지 뜨면 알려주고 무섭고 떨릴 때 조언도 해주는 친구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지금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거나 하진 않은데 지금은 착한 면만 갖고 하니 나중엔 남자다운 것도 하고 싶다. 좋은 점들은 강화시키고 싶다. 우선 지금은 원준의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공감 속에 힐링이 있다. 나 역시 무대 서면서 힐링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 공연을 통해 나 역시 힐링 되고 발전하고 싶다. 한계가 안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는 2014년 1월 12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배우 김정산.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