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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1994년 10월에만 약 20년 뒤 걸그룹을 선도할 두 아이돌이 탄생했다. f(x)의 크리스탈(본명 정수정)과 미쓰에이의 수지(본명 배수지)로 올해 스무 살이 된 이들은 무대와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나란히 알찬 한 해를 보냈다. 걸그룹 춘추전국시대인 가요계에서 선전한 것은 물론, 많은 아이돌이 도전했다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는 드라마 연기에도 도전, 나름 '제법이다'란 평과 함께 '연기돌'로서도 선방했다.
크리스탈은 빅토리아, 엠버, 루나, 설리와 함께 5인조 걸그룹 f(x) 소속이다. 주로 여름에 활동하는 f(x)는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컴백, 지난 7월 정규 2집 앨범 '핑크 테이프'를 발표했다. 독특한 음악세계로 대표되는 걸그룹답게 '핑크 테이프' 역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으로 채워졌고, 첫사랑을 사랑니 시점에서 풀어낸 가사가 재미있는 '핑크 테이프'로 걸그룹 영역을 한 단계 확장시켰다. 한여름에 가발과 비니까지 쓰며 꼭꼭 숨겼던 크리스탈의 붉은색 헤이스타일도 화제였는데, 크리스탈만의 시크한 이미지와 어우러져 붉은색 머리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무대 위에서 풍겼다.
3개월 후 크리스탈은 SBS 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의 이보나로 시청자들 앞에 돌아왔다. 지난해 3월 종영한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후 1년 7개월 만의 연기 도전. 극 중 이보나는 메가엔터테인먼트 상속자로 제멋대로 굴기도 하지만 남자친구 윤찬영(강민혁) 밖에 모르는 의외의 순정파인 데다가 마음도 약해 차은상(박신혜)이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옆에서 퉁명스럽지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걸 잊지 않았다. 특히 남자친구에게 무섭도록 집착하고 잔뜩 인상을 쓴 채로 의심과 질투의 시선을 보내는 크리스탈의 모습은 도리어 귀엽게 느껴지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다른 '연기돌'과 달리 연기력 면에서 부정적인 시선이 적은 건, '하이킥', '상속자들'에서 보듯 스스로 소화 가능하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해 과욕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돼 '연기돌'의 좋은 사례로 비쳐진다. 2013 SBS 연예대상에서 개그맨 신동엽, 배우 김원희 등 베테랑들과 함께 MC로 나서 진행 실력도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해 영화 '건축학개론'의 서연 역으로 일약 '국민 첫사랑'으로 발돋움한 수지였다. 하지만 이후 출연한 KBS 2TV 드라마 '빅'에선 주춤했던 게 사실. 이에 우려도 있었으나 수지에게 '빅'의 실패는 '연기돌'로 성장하기 위한 숨고르기에 불과했다. 오히려 지난 6월 종영한 MBC 드라마 '구가의 서'의 무예교관 담여울 역을 통해 데뷔 후 첫 사극은 물론 액션 연기까지 도전했던 것. '구가의 서'가 퓨전 사극이라 정통 사극에 비해 대사 등의 난이도는 덜했겠지만, 수지는 '건축학개론' 때와는 사뭇 다른 털털하면서 때로는 보이시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뽐냈다. 반인반수 최강치 역의 가수 겸 배우 이승기와의 커플 호흡도 많은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주연급으로 나서는 '연기돌' 중 연기력이나 흥행력 모두 일정한 수준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는 건 수지가 유일하다. 칭찬도 많이 듣지만 정작 본인은 '구가의 서' 당시 "여울아 잘했어"란 감독의 말 한 마디에 잠 못 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가수로서도 강렬한 활약을 했다. 페이, 지아, 민과 함께 4인조 걸그룹 미쓰에이 소속인 수지는 지난 11월 정규 2집 앨범 '허쉬'로 1년여 만에 컴백해 동명의 타이틀곡으로 무대를 사로잡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을 주로 보여왔던 수지는 미쓰에이로 돌아가서는 타이트한 의상으로 몸매를 강조하고 고혹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봉춤을 무대에서 선보이며 '연기돌' 때와는 전혀 다른 성숙한 여인으로서의 매력을 뽐낸 것. 미쓰에이는 '허쉬'를 통해 대중에게 다시 한 번 데뷔곡 '배드 걸 굿 걸' 당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그들만의 당당한 섹시함을 떠올리게 했다. 연말에는 2013 KBS 가요대축제에 개그맨 이휘재, 배우 윤시윤과 함께 MC로 나서 그간 여러 시상식에서 보여줬던 차분한 진행 실력을 다시 뽐낼 계획인 수지다.
[걸그룹 f(x)의 크리스탈(왼쪽), 미쓰에이의 수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화앤담픽처스-삼화네트웍스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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