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농구가 확실히 재미있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6개구단 중 가장 매력적인 농구를 하는 팀은 단연 KB다. KB는 24일 현재 7승6패로 3위다. 서동철 감독 체제로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첫 시즌. 확실히 예전과 달라졌다. 경기력 자체가 좋아졌다. 오히려 좋아진 경기력이 성적으로 100% 연결되지 않는 느낌이다. 어쨌든 올 시즌 KB는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선두 우리은행과 전통의 강호 신한은행을 위협하는 팀으로 성장했다.
KB는 정선화가 부상으로 장기 이탈 중이다. 때문에 올 시즌 주전라인업에 장신선수가 없다. 홍아란-변연하-강아정-정미란-모니크 커리가 주전이다. 이들 중 최장신이 182cm의 커리다. 정미란이 센터 역할을 하는데, 상황에 따라 전원 포스트업, 리바운드에 나선다. KB의 올 시즌 팀 컬러가 토털바스켓인 이유.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서동철 감독은 높이의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 수 많은 전술을 사용 중이다.
▲ 2-1-2 지역방어 혹은 드롭존
KB는 23일 청주 홈 게임서 선두 우리은행을 잡았다. 최근 서 감독이 밀고 있는 변형 지역방어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일명 2-1-2 지역방어인데, 앞선에 홍아란과 변연하가 섰다. 커리는 자유투 라인 쪽으로 살짝 처졌다. 골밑엔 강아정과 정미란이 위치했다. 그런데 커리는 골밑에 도움수비를 들어갔다. 3-2 드롭존이었다. 물론 정통 3-2 드롭존은 아니었다. 커리가 꼭지점에서 상대 가드를 압박하는 빈도가 적었고 우리은행이 노엘 퀸을 투입했을 땐 골밑 도움수비를 들어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여자농구에서 이미선(삼성생명) 정도를 제외하곤 변칙 지역방어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가드는 없다고 보면 된다. 올 시즌 박혜진(우리은행)이 폭풍 성장했으나 공격의 과감함이 좋아진 것이지 동료를 활용하는 패싱센스가 좋아진 건 아니다. KB는 이날 변칙 지역방어와 맨투맨, 스위치 디펜스를 적절하게 혼용했다. 팔색조였다. 복잡한 수비전술엔 강력한 집중력이 필수요소. KB는 이날 선두 우리은행을 잡겠다는 투지가 대단했다. 리바운드 개수에서도 1개 앞섰다. 이런 부분들이 KB 경기력을 강하게 한다. 신장이 낮은 팀이 높은 팀을 잡는 건 팬들에게도 재미를 안겨주는 요소다.
▲ 섬세한 감독 서동철
KB가 올 시즌 달라진 결정적 이유로 서 감독의 존재감이 꼽힌다. 지난 2012-2013시즌 말미에 부임한 서 감독에게 올 시즌은 사실상 첫 시즌이다. 서 감독은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상무, 삼성, 오리온스서 코치 경험을 풍부하게 쌓았다. 준비된 감독의 면모를 유감없이 풍긴다. 상황에 맞는 전략 구사와 선수장악능력 모두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서 감독은 일전에 “삼성 시절 안준호 감독님에게 혹독하게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안 감독님은 항상 숙제를 주셨다. 큰 공부가 됐다. 안 감독님도 한참 뒤에야 나를 인정해주셨다”라고 회상했다. 또한, 국내에서 전술과 지략이 해박한 추일승 감독과 함께했을 땐 항상 전술 회의를 하면서 ‘나중에 감독이 되면 꼭 이렇게 해봐야지’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서 감독이 올 시즌 단신 라인업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애당초 충분한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남자농구서 오래 코치 생활을 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여자농구. 농구는 어디든 똑같지만, 선수는 다르다. 서 감독은 팀 훈련은 혹독하게 시키되, 경기 중엔 자신감을 많이 준다. 감정에 예민하고 기복이 심한 여자선수들을 능숙하게 다룬다. 서 감독은 “지금 생각해보니 과거 삼성생명 코치 시절엔 실수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그 시절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서 감독은 여자농구판에서 전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선수들의 심리를 활용할 줄 아는 섬세한 감독으로 거듭났다.
▲ 진화하는 서동철의 아이들
KB의 약점은 높이다. 이 부분은 서 감독의 전술로 커버해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 개개인의 리바운드, 박스아웃 집중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높이만큼 약점인 가드진은 서 감독의 지도력과 함께 선수들 개개인의 기술적, 정신적 성장이 필요하다. 서 감독은 올 시즌 홍아란과 심성영을 확실하게 키워내고 있다.
홍아란은 입단 3년차에 주전 포인트가드로 거듭났다. 공격의 과감성이 상당히 좋아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팀 디펜스에 적응하는 요령도 생겼다. 심성영은 2군 경기서 경험을 많이 쌓고 있다. 정미란도 과거 센터 경험을 잘 살리고 있다. 토털바스켓에 따라 3점포도 과감하게 꽂는다. 변연하와 커리는 진화한다고 말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에이스이자 해결사들이다.
이들에게도 약점은 있다. KB가 올 시즌 좋아진 경기력에 비해 성적이 5할을 갓 넘기고 있는 건 기복이 심한 탓이다. 그 기복은 기본적으로 높이의 열세에 따른 리바운드 집중력 차이에서 비롯된다. 또한, 여전히 상대적으로 가드진의 패싱센스가 떨어지기 때문에 선수 전원이 많이 움직이는 농구를 해야 한다. 경기일정, 상대의 특성에 따라 체력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은 분명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물론 지금까지 보여진 것만으로도 KB 농구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서 감독의 지도력과 부족함을 채워가는 선수들의 조화가 절묘하다.
[서동철 감독(위), KB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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