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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남태경 기자] "하이"라는 인사말을 건내며 들어온 그는 마흔 하나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동안과 다부진 체격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탓에 한국말이 서툴긴 했지만, 끊임 없이 "이 말은 한국어로 뭐라고 하느냐"고 질문하는 열의도 인상적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지난 22일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한국계 미국 배우 팀 강(한국명 강일아)을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 내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팀 강은 1973년 3월 16일 미국에서 출생했으며 캘리포니아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예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그는 2002년 영화 '투 윅스 노티스' 단역으로 데뷔해 2008년 방송된 미국 CBS 수사드라마 '멘탈리스트 시즌1'부터 현재 방영 중인 시즌6까지 형사 킴볼 조 역으로 출연하며 국내 미국드라마 팬들에게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멘탈리스트'는 영매 패트릭 제인(사이먼 베이커)이 캘리포니아 연방수사국에서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시즌1부터 미국 드라마 탑 10에 진입한데 이어 현재까지 그 인기를 이어 오고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서 '멘탈리스트' 인기가 좋다. 어떤 때는 인기를 실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댈러스 공항에 도착했을 땐 많은 팬들이 사인해 달라, 사진찍어 달라고 했다. 하지만 보스톤 공항에서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그때 다른 것 같다."
그도 말했듯이 '멘탈리스트'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도 관심을 얻고 있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팀강은 인터넷을 통해 한국팬들과 실시간으로 교감하고 있다고 했다. "트위터로 한국 팬들과 커뮤니케이션한다. 트윗이 대부분 한국어로 적혀 있어 뜻을 알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다."
팀 강이 맡은 킴볼 조는 국내에서 흔히 말하는 '상남자'다. 거칠고 강한 성격에 잘 웃지도 않는 무뚝뚝한 캐릭터다. "킴볼은 강한 남성의 이미지를 가졌다. 하지만 처음에 캐릭터를 접했을 때만 해도 지금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처음의 킴볼 조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있었고 나약한 인물이었다. 크리에이터에게 캐릭터에 변화를 주고 싶다고 직접 제안했다. 이후 킴볼 조는 독신인 군인으로 바꼈고, 힘이 세고 똑똑한데다 싸움도 잘하는 강한 인물로 변했다."
5년간 '멘탈리스트'를 통해 '상남자'의 매력을 보여준 팀 강은 한국 남성에 대한 이미지도 동반 상승 시켰다. 실제로 그가 연기를 할 때 항상 염두에 두는 것 또한 자신을 통해 비춰지는 한국인의 이미지였다. "예전에 엄청 두꺼운 안경을 끼고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주 나약해 보이는 한국인 역할이 들어왔었다. 그 역할을 안 한다고 했었다. 작품을 할 때 한국의 이미지를 항상 생각한다. 역할을 선택할 때 한국인이 영화나 티비를 통해 어떻게 비춰질까 고려하며 정한다."
배우의 길을 걷기 전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는 팀 강은 시간이 흐른 지금 오로지 연기 만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웨이터, 바텐더로도 일했었고 증권가에서 일한 적도 있다. 당시 돈을 많이 벌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연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재밌을 것 같아서였다. 연기 생활을 해보니 생각했던 것과 같았다. 증권가에서 일할 때는 서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싸우는 분위기 였다. 하지만 연기는 스포츠팀처럼 배우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일하고 협동한다. 그 점이 정말 좋다."
단순히 재밌어 보인다는 이유로 배우를 꿈꾸게 됐지만, 사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연기에 도전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재미보다 막막함이 앞섰었다고. "연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공부를 하기 위해 뉴욕으로 갔었다. 그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돈을 모아서 집세를 냈고 식사는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해결했다. 당시 매우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팀 강은 배우라는 꿈, 생계 유지에 대한 부담감, 여기에 부모님의 반대까지 겹쳐 순탄치 않은 20대 중반을 보냈다. "스물 다섯, 여섯 쯤 됐을 때 변호사 시험에도 도전했었다. 그것도 내 길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버지께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정말 싫어하셨다. '배우 생활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도 걱정을 많이 하셨다. 하지만 나중에는 '열심히 해라'며 지원해주셨고, 지금은 두분 다 굉장히 좋아하신다."
미국에서 배우의 길을 걷게된 그와 달리 국내에서 배우 생활을 하다 할리우드로 진출한 한국 배우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 지도 궁금했다.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의사소통이다. 연기를 잘 해도 영어가 안 된다면 큰 문제가 된다. 미국 드라마 'LOST'에 출연한 배우 김윤진은 영어도 잘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딸 비앙카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에 있는 딸의 모습을 보여주며 흐뭇해 했다. "딸이 가수 싸이의 노래를 아주 좋아한다. '강남 스타일'과 '젠틀맨' 모두 좋아한다. 방금 '젠틀맨'을 듣고도 또 들려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싸이가 자랑스럽다. 그는 세계적인 가수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근처 백화점에 들러 지인에게 줄 선물을 구입했다는 그. 어떤 선물인지 물어봤더니 "명란젓과 알젓"이라는 예상치도 못한 답변을 했다. 평소 한국 음식이라면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는 팀 강은 심지어 홍어까지 접수한 한국음식 매니아라고. "매번 좋아하는 음식이 바뀌는 편인데 지금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내장탕이다. 작년까지는 도가니탕을 좋아했다. 한국 요리를 잘하지 못하지만 김치찌개 정도는 할 수 있다."
팀 강은 음식 못지 않게 한국 배우들에게도 관심이 많았다. "배우 송강호, 최민식, 이병헌, 김유정과 함께 한국에서 작품을 해보고 싶다.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든지 배울 준비가 돼있다. 아직 김유정 외에 다른 배우들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 '지 아이 조-전쟁의 서막'의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나도 스톰 쉐도우 역할에 지원했었지만 이병헌이 그 역할을 가져갔다. 에이전시에 '이병헌이라는 한국 배우가 됐다'고 말했더니 그는 이미 할리우드에서도 대스타라고 했다. 내가 안될 수 밖에 없었다. 이게 이병헌과 나의 인연이다. (웃음)"
마지막을 그는 오랜 만에 한국을 방문한 만큼, 연기는 잠시 내려 놓고 오로지 가족들과의 시간으로 남은 일정을 채우고 싶다고 했다. "오는 29일 다시 미국으로 간다. 그때까지 한국 음식도 많이 먹고 여기 저기 구경도 다니고 싶다. 난타 공연도 보고 창덕궁도 가볼 예정이다. 떠나기 전까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할 것이다."
[한국계 미국 배우 팀 강.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남태경 기자 tknam1106@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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