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일단 긍정적입니다.”
오리온스와 KT의 4대4 빅딜. 농구관계자들은 대체로 오리온스가 밑지는 장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이렇다. 우선 김승원이 장재석보다 내실이 좋다는 평가다. 전태풍은 바뀐 FA 규정에 따라 KT가 계속 붙잡을 수 있지만, 앤서니 리차드슨의 경우 외국인선수의 특성상 당장 다음시즌 활용 가능성이 미지수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4대4 빅딜의 실질적 손익관계를 따지긴 매우 어렵다. 워낙 대형 트레이드라서 변수가 많다. 일단 8명의 선수를 주고 받았다. 이들 개개인의 기량과 새로운 팀의 조직력에 옳게 녹을 수 있을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벤치의 역량과 동료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오리온스가 트레이드 후 첫 게임을 KGC와 24일에 치렀다. 오히려 오리온스에 긍정적인 조짐이 보였다. 추일승 감독은 “경기내용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트레이드 자체는 긍정적이다”라고 했다.
▲ 최진수와 리차드슨의 괜찮은 궁합
올 시즌 최진수는 침체됐다. 어깨 부상 이후 플레이 적극성이 떨어졌다. 추 감독은 1대1 수비력과 기동력을 갖춘 김승원을 적극 중용했다. 최진수의 출전 시간이 뚝 떨어졌다. 그러나 트레이드를 통해 김승원이 떠났다. 추 감독은 이날 다시 최진수를 적극적으로 중용했다. 김승원의 대체자 장재석은 일단 오리온스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진수는 28분32초동안 11점 3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괜찮은 활약을 선보였다. 최진수가 활약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리차드슨이 영입되면서 외곽을 휘젓는다. 상대 빅맨을 외곽으로 끌어들이면 최진수가 상황에 따라 미스매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진수는 빈 공간을 적극적으로 파고 들며 외곽슛 찬스를 노렸다. 출전시간이 늘어나면서 수비에 대한 적극성도 좋아졌다. 골밑에서 두 차례의 블록슛은 인상적이었다. 달리 말하면 리차드슨 나비효과이기도 하다. 최진수는 골밑에서 플레이 하는 랜스 골번, 리온 윌리엄스와 함께 뛸 땐 활동 반경이 넓지 못했다.
리차드슨은 이날 23분48초동안 12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기본적인 플레이 성향은 K역시 외곽공격이었다. 사실 외곽슛이 잘 터지지 않은 건 문제될 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리차드슨이 수비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추 감독의 전략으로 극복해야 할 부분. 김동욱이 상황에 따라 빅맨 도움수비도 가능하기 때문에 장재석의 골밑 수비력이 업그레이드 되면 리차드슨의 골밑 수비 부담은 줄어든다. 결국 리차드슨, 최진수, 김동욱, 장재석 라인이 상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 장재석의 가능성을 엿봤다
추 감독은 “장재석에게 몸 싸움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라고 했다. KT 전창진 감독과 일맥상통하는 지적이다. 전 감독은 장재석이 몸이 부드럽지 못하고 몸싸움을 즐기지 않는다고 했었다. 장재석에게 운동을 시켜본 추 감독 역시 마찬가지. 추 감독은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자신감을 끌어올려줘야 한다”라고 했다.
오리온스는 골밑에 약점이 있는 팀이다. 신장이 타 팀들을 압도하지 못한다. 윌리엄스와 골번은 수준급 공격력을 갖췄지만, 기복이 있었고 수비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이런 약점을 김승원이 잘 메워줬다. 하지만, 김승원과 골번이 떠나면서 장재석의 골밑 존재감이 매우 중요해졌다. 추 감독은 공수 테크닉이 투박한 장재석에게 “대학 시절처럼 마음껏 농구를 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자신감부터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라는 의미. 좋은 신장과 웨이트를 지녔기 때문에 세부 기술이 잘 흡수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건 확실하다.
장재석은 오리온스 데뷔전서 11분28초간 3점 1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기록은 별 볼일 없었지만, 경기에 임하는 의욕만큼은 KT시절 이상이었다. 특히 경기 막판 김동욱의 패스를 받아 앨리웁 덩크슛을 작렬한 건 장재석이 왜 다듬을 가치가 있는 원석인지 증명하는 좋은 장면이었다. 이날 각종 기록이 저조했던 건 오리온스 팀 시스템에 녹지 못한 결과였다. 윌리엄스와의 동선 정리와 함께 오리온스 가드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장재석은 확실히 트레이드가 되면서 마음가짐이 바뀐 듯하다. 이것만으로도 오리온스로선 긍정적인 신호다.
▲ 김도수 사태의 전화위복
추 감독은 “트레이드 과정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김도수는 소명을 하지 않고 운동에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도수의 9경기 출전정지는 오리온스로선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공수에서 건실한 플레이를 하는 김도수 같은 스타일이 오리온스엔 꼭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김도수가 뛰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 일단 나머지 이적생 3인방부터 먼저 오리온스에 적응한 뒤 천천히 김도수를 활용하면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추 감독은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는 방법 밖에 없다”라고 했다. 정답이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날 오리온스의 경기력 자체가 썩 좋았던 건 아니었지만, 기본적인 경기 집중력은 괜찮았다. 턴오버도 9개에 불과했고 어시스트 숫자에서 17-8로 앞섰다. 조직력이 완전하지 않았지만, 호흡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는 방증이다. 김도수 사태로 오히려 선수들이 강한 응집력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느낌이었다.
KGC 이상범 감독은 “양팀이 서로 원하는 부분을 잘 채운 것 같다”라고 했다. 단 1경기만으로 트레이드 손익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오리온스도, KT도 당분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일단 오리온스의 첫 경기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곳곳에서 긍정적인 조짐이 보였다. 8위 오리온스는 5~6위 삼성, 전자랜드에 불과 1~1.5경기 뒤졌다. 오리온스의 올 시즌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위에서부터 앤서니 리차드슨, 최진수, 장재석, 오리온스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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