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남태경 기자] 시청자들이 마지막까지 '응답하라 1994'에 열광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28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응사')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던 성나정(고아라)의 남편이 쓰레기(정우)로 밝혀지며 마무리됐다.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의 인기를 가뿐히 뛰어넘었던 '응사'는 팬클럽 문화, 사투리 등 전작의 참신한 소재를 업고 시작한 점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시청자들에게 단순히 1994년 옛 추억에 대한 향수, 그 이상의 의미를 일깨워줬다.
'응칠'이 처음 시청자들에게서 주목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1997년 당시 유행했던 가요, 문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극 중 인물들의 실감나는 사투리 연기, 시원(정은지)의 남편에 대한 궁금증 유발과 같은 요인들 또한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시청자들은 방송 내내 과거 자신이 좋아했던 가수, 즐겨 부르던 노래, 함께 공유했던 문화 등을 떠올리며 즐거워했다.
이번 '응사'는 전작이 불러일으켰던 향수에 한국인이라면 한 번 쯤 느껴본 정서를 더했다. 1994년 시대상에 대한 공감뿐만 아니라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그려내는 에피소드를 극의 중심으로 내세워 한국인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공감케 했다.
첫 회에서 그려진 삼천포(김성균)의 상경기만 봐도 이를 느낄 수 있었다. 삼천포는 서울역에 도착해 신촌의 하숙집을 찾아가는데만 반나절이 넘게 걸렸다. 지하철 환승 법을 몰라 지상으로 올라가 다른 라인으로 갈아타는가 하면, 삼천포의 사투리를 듣고 택시 기사는 가까운 거리를 빙빙 둘러갔다.
끝내 저녁까지 하숙집을 찾지 못한 삼천포는 고향에 있는 어머니와 통화한 후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홀로 낯선 곳에 던져진 지방 출신 대학 새내기들의 외로움과 낯설음을 보여줬다.
성나정과 쓰레기의 관계는 '교회 오빠' 만큼이나 인기 있었던 '동네 오빠'를 짝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어린 시절부터 쓰레기와 친남매처럼 지냈던 나정은 어느새 쓰레기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됐다.
그는 쓰레기에게 여자로 보이고 싶어 노력했지만, 자신을 귀여운 여동생으로만 생각하는 쓰레기를 보며 속상해 했다. 이후 쓰레기 역시 나정을 좋아하고 있음을 드러내면서 두 사람은 풋풋한 대학생들의 사랑 또한 그려냈다.
군대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입대한 해태(손호준)는 자대 배치를 받은 후 신촌 하숙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그가 이등병으로서 겪고 있는 설움, 군대라는 조직에서 느낀 엄격한 위계질서, 연대책임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있었다.
자신을 가장 못살게 구는 상병,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줄로만 알았던 병장이 더욱 악질이었다는 점, 하지만 자신때문에 연병장 100바퀴를 돌면서도 나무라기 보다 오히려 감싸준 따뜻한 병장이었다는 점, 물론 이같은 에피소드들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군대라는 소재를 다뤘다는 이유만으로도 남성 시청자들에게서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다른 꿈을 꾸다 부모님이 바라는 삶을 택하는 빙그레(바로)의 모습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아버지의 등살에 밀려 의대에 입학했지만, 빙그레는 학교 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방황했다. 결국 그는 부모님 몰래 휴학을 하고 좋아하는 가요를 마음껏 들을 수 있는 록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빙그레는 매 학기마다 부모님이 꼬박 꼬박 부쳐준 등록금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이를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그는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보며 생각을 바꿨다. 아들을 의대에 보내는 것이 소원이었던 아버지, 힘든 결혼 생활 속에서도 자신보다 힘들게 공부 하는 아들 걱정뿐인 어머니. 빙그레는 이들을 보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빙그레의 모습과 함께 이어진 "꿈만큼이나 사람이 소중했을 뿐"이라는 내레이션은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서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정서, '정'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응사'는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조명해 그들 간의 에피소드를 그리는데 초점을 뒀다. 물론 1994년을 반영하는 문화나 사회적 이슈도 꾸준히 등장했지만, 전작에 비해 극중 인물에 대한 공감을 더욱 깊게 이끌어내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응답하라 1994'. 사진 = tvN 방송 화면 캡처]
남태경 기자 tknam1106@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