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령부터 김원까지', 배우 최진혁을 다시 일으킨 2013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최진혁의 2013년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던 지옥, 벼랑 끝에서 천국으로 가는 한 순간의 선택이 그를 살렸다. 2013년은 그의 연기 인생에 길이 남을 터닝포인트가 됐다.

최진혁을 벼랑 끝에서 구한 작품은 MBC '구가의 서'. 극중 구월령 역을 맡아 윤서화 역 이연희와 애절한 사랑을 연기해 관심을 모았다. 당시 '구가의 서' 방송 후 최진혁 이름은 각종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최진혁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그야말로 역전의 순간이었다.

이후 최진혁은 대세들만 출연한다는 김은숙 작가 드라마에 전격 캐스팅 됐다.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극본 김은숙 연출 강신효)에서 김탄(이민호)의 형 김원 역을 맡은 것. 방송 후 역시나 최진혁을 향한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은 뜨거웠다.

최진혁은 최근 서울 강남 인근에서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벼랑 끝에서 구월령을 만났다는 얘기가 있던데 진짜 말 그대로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뛰어내릴 뻔 했을때 구월령이 잡아줬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올해 초에는 연기를 그만둘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때 구월령 때문에 덕을 많이 봤다"며 "개인적인 일도 되게 많았었고 집안 일도 있었고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내가 끼가 없나'라는 생각을 했다. 끼라기 보다 연기자를 할 수 있는 준비가 아예 안돼 있는 애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특히나 '구가의 서' 1, 2부 찍을 때 너무 어렵기도 하고 나한텐 좀 버거웠던 숙제였다. 다행히도 잘 나와서 너무 좋았는데 방송 하기 전까지만 해도 멘붕이 왔었다. 편집실 가서 보기도 하고 그랬는데 너무 못한다고 생각했다"며 "'구가의 서'가 방송되고 난 후엔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었다. 그렇게 사람들 입에 오르 내리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털어놨다.

"처음에 검색어에 올라서 깜짝 놀랐다. 이후 재등장 때도 계속 검색어에 오르고 방송 끝나고 나면 무조건 검색어에 오르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했다. '구가의 서'가 검색어 1등을 한 것도 아니고 내 이름이 1등일 하다니 신기했다. 단순히 검색어에 올라서가 아니고 약간 이례적인 것 같았다. 그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

사실 '구가의 서' 속 구월령에 대한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반응의 세기가 상상 이상이었다. 최진혁은 "확실히 좋은 캐릭터라는 생각은 있었고 이걸로 내가 도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한편으로는 이번에 못하면 끝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부모님도 힘들어 하셨는데 이제 마음 편해 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를 그만둘 생각을 한건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너무 불안했다. '상속자들' 김원이 이해되는 이유다. 나 역시 가족을 생각해서 원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만 둘까, 현실적으로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고 밝혔다.

"사실 그만 둔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막막했다. 그래서 그런지 '구가의 서'와 '상속자들'은 느낌이 좀 남다르다.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 전에는 나약한 인간이었다는 생각도 들었고 결국 끝까지 몰리니까 이렇게 기회를 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배우를 하라는 뜻인가 싶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고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 이제 다른 것에 구애 받지 않고 즐기면서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게 진심이다. 어떤 수단과 방법에 치여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 것에는 신물이 났다. 이것 저것 겪으면서 좀 많이 커진 것 같다."

한편 최진혁은 현재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급남녀' 촬영에 한창이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해보고 싶었던 만큼 자신에게 딱 맞는 역할이라 생각하며 촬영에 임하고 있다. 이전 모습과는 다른 밝고 명랑하고 허당기 있는, 때로는 망가지기도 하는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매력을 전할 생각에 들떠 있다.

"2013년은 내게 꼭 필요한 해였던 것 같다. 이제까지 있었던 그 어떤 해보다 꼭 필요한 해였고 앞으로 배우 인생에 있어 진짜 잊지 못할 한 해였던 것 같다.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스타트를 알려주는 해였던 것 같다."

[배우 최진혁.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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