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KDB생명은 올 시즌도 지난 시즌에 이어 고전 중이다. 31일 현재 6승9패로 4위다. 30일 신한은행에 패배하는 등 3라운드 막판 3연패로 중위권에서 치고 올라가질 못한다. 예상하지 못한 행보다. KDB생명은 지난 시즌 여러 문제가 얽혀 최하위를 차지했지만, 기본적으로 이경은-신정자-한채진-이연화-강영숙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여자농구 국가대표 주전급이다. 여기에 WKBL 최고 테크니션 티나 톰슨마저 가세했다. 최소 포스트시즌은 보장되는 멤버라는 소리가 나왔다.
KDB생명의 두 시즌 연속 부진한 행보를 두고 여러 얘기가 흘러 나온다.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조직력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는 말도 사실이고, 잦은 감독교체가 확실한 팀 컬러 정립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세환 감독과 선수들이 확실한 지향점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 스타트부터 좋지 않았다
KDB생명은 지난 시즌 신한은행과의 트레이드로 국가대표급 스타가 가장 많은 팀이 됐다. 지난 여름 소집된 여자농구대표팀에도 KDB생명 주전들은 대부분 포함됐다. 그러나 한채진이 부상으로 도중도 하차했고, 이연화는 아시아선수권대회서 주축 멤버로 뛰지 않아 정규시즌을 앞두고 몸 상태가 100%가 아니었다. 이경은과 강영숙 역시 부상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 기본적으로 시즌 초반 주전들의 몸 상태가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티나 톰슨, 켈리 케인과 함께 조직력을 짜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3라운드 도중에는 이경은과 백코트진을 구성했던 김진영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김진영은 이경은과 함께 경기운영을 책임지는 살림꾼이었다. 최근엔 티나 톰슨마저 종아리 부상으로 6주 아웃됐다. 결국 신임 안세환 감독이 아직 어수선한 팀을 완벽하게 추스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리를 다쳐 1라운드에 직접 벤치운영을 하지 못한 것도 타격이 컸다. 물론 노현지, 김소담 등 어린 선수들을 활용해 세대교체를 시도하려는 노력 자체는 돋보였다. 그러나 팀 전력 자체의 업그레이드에 도움이 되진 못했다.
당연히 상대의 전술적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모두 준수한 가드진과 포워드, 골밑 지배력을 고루 갖춘 팀들이다. 전술적 변화의 폭을넓히기 힘든 KDB생명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 토털 바스켓, 변형 지역방어 등을 즐기는 KB에 패배하기도 했다. 내부적인 시스템이 안정되지 못하면서 경기력의 기복이 심했다. 이는 주전들의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진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이 KDB생명을 중위권으로 떨어뜨렸다.
▲ 시스템 정립과 꾸준함이 필요하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 최근 들어 이연화와 강영숙, 두 이적생의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연화는 한채진, 이경은과 함께 외곽에서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아직 어깨 상태가 100% 아닌 이경은을 도와 적극적으로 수비에 앞장설 수도 있다. 최근 이들과 신정자, 강영숙의 궁합이 잘 맞아떨어진다.
기본적으로 신정자는 매 경기 골밑에서 제 몫을 해준다. 여기에 또 다른 파워포워드 강영숙의 활용도 인상적이다. 30일 신한은행전 초반 대체 외국인선수 엠버 홀트의 활약이 미미했다. 그러자 안 감독은 엠버를 빼고 강영숙을 넣었다. 이날 KDB생명이 신한은행을 괴롭힌 타이밍은 공교롭게도 강영숙이 들어간 이후였다. 골밑과 외곽에 동시에 안정감을 가하자 신한은행도 주춤했다.
물론 KDB생명은 여전히 내부적인 시스템을 정립하는 단계다. 대체 외국인선수 엠버와 주전들이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부상을 입은 캘리 케인의 몸 상태도 끌어올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이경은-한채진-이연화-신정자로 이어지는 토종 주전 4인방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내 외곽에서 꽉 짜인 공격을 펼칠 수 있다. 다른 팀 동 포지션서 이들보다 테크닉이 앞선 선수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그동안 컨디션 난조, 부상 여파 등으로 100%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안 감독은 확실히 감을 잡았다. 시즌 초반 몇몇 좋지 않은 소문도 있었으나 우려를 벗고 조금씩 팀 자체를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고 있다. 최근 3연패를 당했으나 경기내용은 오히려 시즌 초반보단 좋다. 내부적인 시스템을 완벽하게 정비하면 경기력 기복을 최소화할 수 있다. 주전들이 이름값을 하고 시너지효과만 일으키면 우리은행, 신한은행도 위협할 수 있는 팀이 KDB생명이다.
[KDB생명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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