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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2013 MBC 연기대상에서 배우 하지원이 대상,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 수지가 최우수연기상을 받았지만, 대중이 마냥 박수 보내지 않는 데에는 공정성에 의문이 들게 한 MBC에게 큰 책임이 있다.
2006년 KBS에서 '황진이'로 대상 받은 이후 7년 만에 다시 대상 트로피를 거머쥔 하지원은 '다모', '발리에서 생긴 일', '시크릿 가든', '더킹 투하츠' 등 숱한 작품에서 이미 뛰어난 연기력을 입증해왔다. '기황후'에서도 특유의 자신감 있는 연기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드라마를 월화극 1위 자리에 올려놓는 등 활약하고 있다. 또 이번 시상식에서 방송 3사 드라마 PD들이 뽑은 올해의 연기자상을 받아 전문가들로부터 그 실력을 다시 한 번 인정 받은 셈이다.
단, 총 50부작으로 기획된 '기황후'는 이제 겨우 18회까지 소화한 작품이다. MBC는 오롯이 한 작품에서 모든 연기를 펼치지도 않은 배우를 평가하고 시상식 최고 권위인 대상을 안겨 준 것이다. MBC는 지난해에도 '마의'의 조승우에게 대상을 줘 비난 여론을 자초했는데, 당시 조승우가 대상 받았을 때는 '마의'가 절반을 겨우 넘긴 시점이었다. 하지원의 경우는 지난 조승우 때보다도 이르다.
절반도 안 된 분량으로도 대상을 주기 충분했는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미 종영한 작품들에도 하지원 못지 않은 연기력을 뽐낸 배우들이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백년의 유산'에서 일명 '악덕 시어머니'로 분해 매서운 눈빛과 목소리로 연기한 배우 박원숙이 있다. '황금무지개'에도 출연 중인 그는 시상식 전 대상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막상 시상식에선 공로상을 받는 데 그쳤다.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도 마찬가지였다. 극 중 차갑고 냉정한 비밀스러운 마여진 교사로 분했던 고현정은 정교한 감정 연기로 일본 원작드라마 여주인공 이상의 캐릭터를 완성해 호평 받았다. 하지만 이번 시상식에 불참한 그는 대상은 커녕 미니시리즈 부문 최우수상 후보에 올랐으나 트로피를 '구가의 서'의 수지에게 내주며 수상에 실패했다.
게다가 MBC가 고현정을 외면하며 불똥은 수지에게 튀었다. 수지로서도 '구가의 서'에서 나름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며 '드림하이', '빅' 이후 세 번째 드라마 만에 거둔 쾌거였으나 고현정을 꺾고 최우수상을 받을 만한 연기였는지에 대해선 대중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수지를 최우수상 후보에 올려놓고 고현정이 아닌 수지에게 상을 준 MBC 탓이란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방송사들이 매해 집안잔치란 비아냥 속에서도 연말 시상식의 권위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선 대중이 납득할 만한 후보 분류와 수상자 선정을 해야 한다. 대중이 물음표를 떠올리게 하는 수상은 기껏 열정을 쏟은 배우들마저도 트로피를 받고 괜한 비난 여론과 마주해야 하는 민망한 일이란 사실을 방송사들은 다시 한 번 돌이켜봐야 한다.
[2013 MBC 연기대상의 대상 배우 하지원(왼쪽), 최우수연기상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 수지.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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