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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다나카를 위한 포스팅시스템이었나.
다나카 마사히로가 단번에 메이저리그 투수 톱5 몸값을 받았다. 다나카는 22일(한국시각) 밤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5500만달러(약1653억원)에 전격 계약했다. 포스팅시스템 마감일을 3일 앞둔 상황에서 성사된 대형계약이었다. 최근 미국 언론은 다나카에게 드는 예산이 최대 2억달러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했으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양키스는 다나카의 원 소속팀 라쿠텐에 포스팅 금액으로 2000만달러를 주기로 합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양키스가 다나카 영입을 위해 들인 예산이 무려 1억7500만달러란 소리다. 참고로 2년 전 텍사스가 다르빗슈를 데려갔을 때 들인 예산은 1억 1170만달러였다. 포스팅 금액에 제한이 없었던 시절이라 다르빗슈의 원소속구단인 니혼햄이 거머쥔 이적료는 5170만달러였다. 이적료는 다나카보다 높았지만, 정작 다르빗슈가 받는 연봉은 6년 6000만달러로 다나카보다 적다.
최근 미국 현지에선 “다나카가 다르빗슈급은 아니다”라는 보도가 꾸준히 나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다나카의 계약규모가 다르빗슈의 계약규모보다 크다. 결국 지난해 12월에 바뀐 미국-일본의 새로운 포스팅시스템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가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일본야구기구에 포스팅시스템 개정을 제안했고, 일본도 받아들였다. 메이저리그는 거의 매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일본선수들을 데려갔는데, 일본구단에 지불하는 이적료가 은근히 부담이 됐기 때문에 포스팅시스템 개정 필요성을 느꼈다.
진통 끝에 일본 구단에 지불할 수 있는 이적료가 2000만달러로 제한됐다. 대신 선수에게 돌아가는 몸값은 더 커졌다. 어차피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선수를 영입할 때 구단은 몸값과 입찰액을 묶어서 예산을 책정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선수에게 돌아가는 몸값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복수 구단의 계약 경쟁도 제한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반대한 일본야구기구의 요청에 따라 최대 입찰액을 써내는 구단에겐 공평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줬다. 대신 정해진 계약기간 1달동안 계약을 맺지 못할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이 벌금을 물기로 한 것도 백지화됐다.
바뀐 포스팅시스템의 수혜자는 일본 선수들이다. 다나카가 첫번째 수혜자가 됐다. 물론 다나카는 다르빗슈보다 한 수 아래라고 해도 매우 훌륭한 투수다. 하지만, 다나카의 높은 몸값은 확실히 기존 일본인 특급 선수에 비해 적은 이적료 책정의 영향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복수의 팀과 협상을 하면서 몸값이 올라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어쨌든 메이저리그는 철저히 몸값 순서대로 경쟁하는 곳이다. 다나카의 부담감은 그만큼 더 커졌다고 보면 된다. 더구나 그의 소속팀은 미국에서 팬들과 언론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미치는 팀인 뉴욕 양키스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은 다나카가 당장 양키스 에이스로 활약할 것이라고 점쳤다. 다나카가 양키스의 기대에 부응할 경우 향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도할 일본선수들 역시 메이저리그 구단에 좀 더 좋은 대우를 받거나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바뀐 포스팅시스템이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한편으로 일본야구계의 반응도 궁금하다. 바뀐 포스팅시스템의 최대 피해자는 일본 구단들이다. 당장 라쿠텐이 다나카를 양키스에 보내주면서 손에 쥔 액수는 고작 2000만달러다. 때문에 일본 구단들이 특급 선수들의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만류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관점으로 생각하면 FA로 풀려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선수의 경우 구단 입장에선 단 한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제2, 제3의 다나카 사례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바뀐 미국과 일본의 포스팅시스템에 의해 처음으로 계약을 맺은 다나카의 행보에 따라 향후 미국과 일본의 포스팅시스템 제도 유지 및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나카 마사히로. 사진 = gettyimages/멀티비츠]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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