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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영화 '몬스터'(13일 개봉)는 살인마와 미친여자의 대결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 '오싹한 연애'를 연출한 황인호 감독의 차기작이기도 한 '몬스터'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살인마 태수와 법의 보호 조차 받기 힘들만큼 어수룩한 복순의 대결을 다뤘다.
참으로 흥미로운 구성이다. 쫓고 쫓기는 스릴러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없애기 위해 쫓는다. 동등한 인물들의 대결이 아닌, 나약한 자와 강한 자의 대결을 앞세웠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살인마 태수와 그런 살인마를 쫓는 복순은 살기 위한이 아닌, 상대를 죽이기 위한 대결을 펼친다.
'몬스터'가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후 반응은 엇갈렸다. 좋고, 나쁘고가 아닌, 낯설음과 새로움에서 오는 호불호였다. 황인호 감독 역시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고.
"솔직히 호불호가 갈릴 것은 예상했다. 예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 생각보다 심하더라. 기존 스릴러 장르에 대한 인식이 박혀 있는 상태라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몬스터' 속에는 추격이라는 코드 외에도 가족이라는 코드가 숨겨져 있다. 태수와 복순의 대결을 쫓다보면, 어느 순간 가족에 애정에 목말라 있는 두 인물을 볼 수 있다. 인물들의 감정선은 스릴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구조를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토리가 아니니까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주인공이 어떤 일을 겪고 목표를 정하고 힘겹게 한발 한발 다가가고 이뤄낸다. 이것은 일반적인 스토리다. 하지만 '몬스터' 속에는 두 인물의 이야기가 있다. 색이 전혀 다른 두 인물이 서로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폭발을 보고 싶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몬스터'는 약한자와 강한자의 대결이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 한다면, 당연히 약한자가 죽게 될 것이다. 무결점에 가까운 태수와 지능이 다소 떨어지고, 동생밖에 모르는 복순의 대결은 누가 봐도 뻔했다. 황인호 감독은 스크린 밖에서 두 사람의 대결을 바라볼 뿐이었다. 극에 개입해 복순을 도와주지도, 태수의 무결점에 흠을 내지도 않았다.
"이 작품은 한방의 대결을 위해 감정을 쌓아 가는 것이다. 태수와 복순의 대결은 문제가 많다. 영화 '추격자'와 같은 스릴러에서의 동등한 입장의 대결이 아니다. 누가 봐도 한 사람은 강한사람이고, 한사람은 나약한 존재다. 그렇다고 내가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복순을 도와주고 싶지도, 무결점의 태수를 망가트리고 싶지도 않았다. 마지막을 위해 한발의 총알을 남겨두는 그런 느낌으로 갔다."
스릴러 영화에서 만나기 힘들법한 캐릭터인 태수와 복순. 이 두 사람은 어떻게 탄생했고, '몬스터'를 통해 만나게 됐을까. 황인호 감독은 "두 사람은 한 방에 가둬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복순은 백지를 생각했고, 태수는 완벽한 블랙을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복순이 태수를 죽일 순 없지만, 한 방안에 가뒀을 때,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했을 때 어떤 에너지가 폭발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복순은 묘한 캐릭터다. 경찰의 도움을 받지 못할 정도로 어수룩함과 복수를 하겠다고 생각하는 지능이 있어야 했다. 기존에 만들어지지 않았던 캐릭터를 쌓아가는 것이 재밌었고, 이 영화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황인호 감독의 이력을 살펴보면 '몬스터'가 독특하지도 않았다. 지금까지와 다른 스릴러임은 분명했지만, 황인호 감독의 필모그래피 속에 들어가면 무난한 영화였다. 가장 놀랐던 작품은 각본을 쓴 '시실리 2km'와 감독 입봉작인 '오싹한 연애'다. '시실리 2km'는 호러와 코믹을 접목 시켰으며, '오싹한 연애'는 호러와 로맨스를 더했다.
"무엇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가장 듣기 싫다. 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 작업부터 5년 동안 준비한다. 인생에서 5년을 투자한 작품인데 뭔가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5년이라는 시간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태수와 복순이 기존의 캐릭터와 다르게 보이기 위해 애를 썼다. 독창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한 번도 보지 못한 두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황인호 감독, '몬스터' 스틸컷.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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