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여전히 예측불가다.
신한은행과 KB의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차전. 예상대로 박빙의 승부였다. 시종일관 접전 끝에 신한은행이 신승을 거뒀다. 여자농구 플레이오프는 3전2선승제다. 1차전의 중요성이 상당히 크다. 신한은행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이다. 하지만, KB는 신한은행에 비해 전력이 뒤처지지 않는다. 반격의 여지는 있다. 더구나 2차전은 KB의 홈인 청주에서 열린다.
1차전서 두 팀이 갖고 있는 컬러와 경쟁력이 그대로 드러났다. 전반전서 뒤졌던 신한은행이 3쿼터서 승부를 뒤집은 건 역시 하은주 카드 덕분이었다. 그러나 KB 모니크 커리와 변연하의 타짜 본능은 확실히 승부처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때문에 경기 막판까지 승패를 알 수가 없었다. 임달식 감독과 서동철 감독은 수 많은 전술로 맞대응했지만, 결국 승부는 막판 집중력에서 갈렸다.
▲ 카드 다양한 신한은행
신한은행은 이길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하다. 기본적인 가용인력이 6개구단 최고수준이다. 최윤아, 김규희, 김단비, 조은주, 곽주영, 김연주, 쉐키나 스트릭렌, 엘레나 비어드, 하은주가 항상 유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들을 활용해 스피드와 높이를 겸비한다. 조은주와 곽주영 등은 3~4번을 오갈 수 있고, 스트릭렌은 공격에선 3~4번이지만 센터 수비가 가능하다. 비어드는 1~3번을 오간다. 다양한 전술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특정 몇몇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하은주는 3쿼터서 단 4분56초만 뛰었다. 하은주와 스트릭렌의 미스매치 효과는 역시 강렬했다. 골밑이 약한 KB로선 하은주가 투입되자 확실히 제공권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임달식 감독은 하은주를 짧고 굵게 기용했다. 더 오래 투입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은주가 투입될 때 수비와 기동력에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구조적인 약점을 서동철 감독이 곧바로 공략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KB는 많이 뛰는 농구를 구사한다. 신한은행으로선 후반 들어 승부를 뒤집고 주도권을 잡았다는 상징적 의미가 컸다.
이런 점에서 하은주가 신한은행의 주요옵션이긴 하지만, 승리를 100% 보장하는 카드는 아니다. 오히려 신한은행은 이날 비어드의 활약이 돋보였다. 대신 스트릭렌은 주춤했다. 두 사람은 거의 비슷한 시간을 분배해서 뛴다. 메인과 백업으로 나뉘는 다른 구단들과는 차별화된 대목. 비어드는 노장이지만 스피드가 뛰어나다. KB 특유의 뛰는 농구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다. 포스트업과 외곽포 등 공격루트가 다양하고 1대1 수비력도 준수하다. 비어드의 파괴력이 결국 신한은행을 구했다. KB의 수비가 비어드에게 몰리자 김단비, 조은주, 김연주 등 외곽라인도 덩달아 살아났다.
▲ 승부는 여전히 예측불가
KB가 이대로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 KB는 하은주가 부담스럽지만 발 빠른 선수들을 활용한 대응책을 갖고 있다. 또한 1차전서 스트릭렌에 대한 봉쇄도 어느 정도 주효했다. 정규시즌서 신한은행 특유의 미스매치를 활용한 옵션을 김수연, 정미란, 마리샤 콜맨, 김채원, 심성영 등 다양한 선수기용으로 극복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KB에는 커리라는 확실한 테크니션이 있다. 1차전서도 29점을 뽑아냈다. 승부처에선 가장 든든한 카드다. 커리와 변연하의 2대2, 거기서 파생하는 정미란, 강아정 등의 외곽포 등이 KB의 주요공격루트. 커리의 게임 지배력은 남자농구 LG 데이본 제퍼슨과 맞먹는다. 신한은행의 외국인 해결사 스크릭렌보다도 한 수 위다. 때문에 KB로선 승부처서 커리를 잘 활용하면 언제든 상대를 지배할 수 있다.
그런데 신한은행은 1차전서 외곽수비가 굉장히 타이트했다. 골밑보다 외곽 의존도가 높은 KB가 쉽게 외곽슛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홍아란과 김채원은 신한은행 가드진에 밀렸다. 이럴 경우 KB는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체력적 부담이 커진다. 그리고 커리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커리에게 줄 점수를 준 신한은행은 변연하, 강아정을 제외하곤 대부분 선수의 득점을 원천봉쇄하면서 승리를 따냈다.
KB가 이런 함정에 대비하려면 또 다른 옵션을 들고 나와야 한다. 물론 서 감독은 변연하와 마리샤 콜맨을 활용한 옵션, 특유의 변형 2-1-2 지역방어에서 파생되는 속공 등을 갖고 있다. 다만 그런 옵션을 승부처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KB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승부를 최종 3차전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승부는 2차전서 끝날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선 두 팀의 승부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다.
[신한은행 선수들(위), KB 서동철 감독과 변연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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