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김진성 기자] 정말 괜찮을까.
일본 오키나와 현은 규슈와 대만 사이에 위치한 열도. 약 160개의 섬으로 구성됐다. 일본에서 유일한 아열대 해양성 기후를 자랑한다. ‘일본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이유. 연평균 기온은 약 22도. 2월 말 현재 한국은 겨울의 끝자락이다. 여전히 춥다. 하지만, 오키나와는 낮엔 더운 느낌이 든다. 야구선수들이 훈련하기에 딱 좋은 환경. 오키나와 현이 정책적으로 한국, 일본 프로야구 구단들의 스프링캠프를 유치하는 이유.
그런데 최근 몇 년 추이를 보면, 오키나와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비가 자주 내린다. 그것도 한국의 장마철처럼 기습적으로 내렸다가 그치는 케이스가 많다. 기온 자체는 야구선수들이 훈련하기에 알맞지만, 비가 자주 내리는 건 구단들 입장에선 전혀 반갑지 않다. 스프링캠프 일정 자체가 꼬인다. 훈련 효율성도 떨어진다.
▲오키나와 우천리그?
23일 구시가와 구장에서 SK와 넥센, 기노완 구장에서 한화와 요코하마 2군이 맞붙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서 2경기 모두 취소. 오키나와는 23일 오후 늦게까지 빗줄기가 이어졌다. 비를 맞으면서 경기를 진행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특성상 선수들의 부상이 최대의 적. 훈련 성과를 확인하고 싶어도 무리하게 경기를 강행할 수 없었다. 결국 이 팀들은 실전을 실내 훈련으로 대체했다.
문제는 이번 주에 계속 비 예보가 있다는 점. 당장 24일에도 오키나와 곳곳에 소나기 가능성이 남아있다. 공교롭게도 24일에는 삼성-넥센전을 비롯해, SK-요미우리전, LG-주니치전, 한화-야쿠르트전, KIA-히로시마전 등 무려 5경기가 예정됐다. 오키나와 리그 1일 최다 경기. 심지어 26일과 내달 1일에도 소나기 예보가 있다. 26일에는 삼성-한화전을 비롯해 LG-요코하마전, SK-니혼햄전, KIA-히로시마전이 준비됐다. 1일에도 삼성-KIA전, SK-넥센전, LG-한화전이 예정됐다. 공교롭게도 경기가 많이 열리는 날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오키나와 우천리그’ 성사 가능성이 충분하다.
사정은 두산이 머무는 미야자키, 롯데, KT가 머무는 가고시마도 마찬가지. 이미 몇 차례 연습경기가 취소됐다. 이번 주에도 꾸준히 비 예보(25일, 26일, 28일)가 있다. 일본 남부지방 기후의 변덕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고 있다.
▲왜 뼈 아픈가
10개구단의 스프링캠프 일정이 막바지에 돌입했다. 시범경기 개막일이 다음주 토요일, 정확히 3월 7일이다. 구단들이 미국 애리조나 등지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일본 오키나와로 모이는 건 최적의 환경 속에서 한국, 일본 구단들과의 실전을 통해 훈련 성과를 확인하고 싶기 때문. 그러나 비로 경기를 치르지 못할 경우 훈련 성과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당장 예정된 투수 운영 스케줄이 꼬이는 것은 물론, 타자들의 페이스 조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전력 다듬기 작업 자체가 난관에 봉착한다. 실내연습장에서 훈련을 진행할 수는 있지만, 원했던 건 아니다.
또 하나. 주전이 아닌 백업, 그리고 1군과 2군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맴도는 선수들의 경우 실전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어필해야 한다. 그러나 비 때문에 실전을 치르지 못할 경우 자신의 기량을 감독 및 코칭스태프에게 증명할 방법이 딱히 없다. 시범경기도 있지만, 기존 주전들도 꾸준히 출전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 무대. 결국 비주전급 입장에선 스프링캠프 연습경기가 사실상 기량을 마음껏 어필할 유일한 기회다. 이들에겐 오키나와의 비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 애리조나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차렸던 몇몇 구단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애리조나 리그’ 창설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애리조나는 일본에 비하면 2월에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실전을 치를 경기장이 그렇게 많지 않다. 미국 구단들도 시즌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 또한, 체제비용 증가 등 재정적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오키나와의 비가 구단들로선 일종의 딜레마다.
[실내연습장에서 훈련하는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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