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원주 김진성 기자] 흥분하면 진다.
21일 동부와 전자랜드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심판판정이 몇 차례 애매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면 한 번 내려진 판정이 뒤바뀔 가능성은 없다. FIBA 규정상 주장 외에는 그 누구라도 어필을 할 경우 테크니컬파울을 받는다. 과거처럼 감독이 의도적으로 강하게 어필, 이후 유리한 판정을 이끌어내는 고도의 전략 구사도 지금은 쉽지 않다.
물론 상황 설명을 요구하는 선수와 감독에게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권위만 내세우는 일부 심판들의 유연하지 못한 자세에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현 프로농구 시스템에서 감독 혹은 선수의 어필은 그렇게 큰 효과를 누리긴 어렵다. 이후 해당 선수가 냉정함을 잃을 경우, 오히려 승부에서 마이너스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흥분을 극복한 사례
LG의 경우 퇴출된 데이본 제퍼슨이 이번 플레이오프서 유독 판정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심지어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서는 테크니컬파울 이후 5반칙 퇴장까지 당했다. 하지만, 당시 LG는 김시래의 맹활약으로 승리했다. 4~5차전서도 마인드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은 제퍼슨이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으나 결국 오리온스를 눌렀다. 제퍼슨이 퇴출된 뒤 첫 경기였던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은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다. 제퍼슨 악재를 다른 선수들이 똘똘 뭉쳐 극복했다.
이 부분은 동부와 전자랜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차전서 동부 윤호영, 김주성, 리카르도 포웰이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김주성의 경우 교체돼 벤치로 물러나는 과정에서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벤치 테크니컬 파울로 정정됐다.) 3쿼터 6분55초전 전자랜드 속공 상황에서 허웅에게 U1파울이 지적되자 윤호영이 어필하다 테크니컬파울을 받았다. 불필요했던 항의. 그런데 이후 전자랜드가 자유투를 성공하지 못했고 추가 공격에도 실패했다. 또 윤호영도 금방 냉정함을 찾았다. 동부도 3쿼터 막판 달아났다. 결과적으로 윤호영의 테크니컬파울은 승부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물론 동부에서 윤호영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조심은 해야 한다.
▲흥분이 팀을 위기에 빠트린 사례
그런데 이후 나온 테크니컬파울은 좀 달랐다. 경기종료 7분36초전. 김주성이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실제 벤치테크니컬 파울). 수비자 파울을 지적 당했는데, 김주성이 교체되면서 순간적으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심판에게 어필했다. 이때 동부 선수들이 심판에게 향하던 김주성을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김주성 역시 “동생들이 날 잘 말려줬다. 다음부터는 흥분하면 안 된다”라고 반성했다. 하지만, 이후 묘하게 흐름이 바뀌었다. 동부는 일시적으로 주춤했고, 전자랜드는 대추격전을 벌였다. 3쿼터 막판 18점차까지 벌어진 스코어가 4쿼터 막판 5점차까지 좁혀졌다. 동부의 대들보이자 정신적 지주인 김주성의 테크니컬 파울은 파장이 컸다.
전자랜드도 리카르도 포웰의 테크니컬 파울이 패배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동부의 벤치파울이 나온 뒤 얼마 되지 않은 4쿼터 7분14초전. 수비하기 위해 골밑에 있던 포웰이 가까이 위치한 심판에게 뭔가 손짓했다. 그러자 곧바로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포웰은 2쿼터 3분25초전 김주성의 돌파과정에서 수비자 파울을 지적 받았는데,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포웰은 이후 넘어진 김주성과 또다시 접촉하면서 U2파울까지 받았다. 이 부분에서 포웰이 판정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은 있다. 그런 불만들이 모여 손짓까지 이어졌을 수 있다.
포웰이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 전까진 개인파울 3개였다. 올 시즌부터 테크니컬 파울이 개인파울에도 포함되면서 순식간에 5반칙 퇴장. 전자랜드는 포웰이 퇴장을 당한 뒤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맹추격전을 벌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결과론이지만, 전자랜드로선 경기종료 1~2분전 포웰이 있었다면 좀 더 동부를 몰아쳤을 수도 있었다. 지난 플레이오프 4경기서 포웰이 경기종료 직전까지 엄청난 응집력을 발휘했던 사례를 감안하면 2차전 종료 직전 포웰의 부재는 전자랜드에 큰 타격이었다.
테크니컬 파울이 양팀에 미치는 악영향이 실전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선수가 아무리 흥분해도 어차피 한국농구의 고질적 병폐인 불명확하고 애매한 판정기준에 대한 문제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선수들, 벤치 모두 심판 판정이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냉정함을 찾고 경기에만 집중하는 게 남는 장사다.
[김주성과 포웰. 사진 = 원주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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