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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금은 의욕만 앞서죠."
KGC인삼공사는 작년 10월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문성곤(196cm)을 선발했다. 문성곤은 경복고, 고려대를 거치며 고교, 대학 최고슈터로 군림했다. 성인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잠재력이 뛰어난 장신포워드다.
득점력 못지 않게 주목 받는 부문은 수비력이다. 많은 농구관계자가 문성곤의 수비력을 높게 평가한다. 사이드 스텝 같은 수비 기본기가 좋다. 실제 고려대 시절 3-2 드롭존의 꼭지점을 맡아 탑과 하이포스트를 오가며 센스 있는 수비력을 선보였다. 대표팀을 거치면서 문성곤의 수비력은 더욱 발전했다. 수비 기본기가 잘 갖춰진 대학생이 프로에 입단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공격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문성곤의 프로 입단과 성장 가능성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문성곤의 데뷔 첫 시즌은 잠잠하다. 전, 현직 국가대표 선수가 즐비한 KGC에서 출전시간을 보장 받는 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김승기 감독은 문성곤의 출전 시간을 보장하는 것에 인색하다. 문성곤은 올 시즌 12경기서 평균 5분10초간 0.9점 0.8리바운드로 거의 존재감이 없다.
▲존재감 미미한 이유들
김승기 감독이 문성곤에게 출전시간을 거의 부여하지 않는 건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KGC의 멤버구성이 너무 탄탄하다. 강병현 이정현 양희종(부상) 마리오 리틀 등 문성곤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선배들이 쟁쟁하다. 이 부분은 이해가 된다. 문성곤으로선 운이 없다고 봐야 한다.
김 감독은 "지금 성곤이의 몸은 경기에 뛸 수 상태가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작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직전 치러졌던 아시아-퍼시픽 챌린지서 발목에 부상했다. 이후에도 여전히 발목 상태는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김 감독은 "무릎 상태도 좋지 않다"라고 했다.
기술적인 단점도 지적했다. 김 감독은 "지금은 단점이 너무 많이 보인다. 농구선수로서 좋지 않은 습관을 많이 갖고 있다. 고쳐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너무 공격적이다. 공을 잡으면 밸런스, 타이밍이 좋지 않은 상황서 무조건 슛을 던지려고만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부분도 일리는 있다. 문성곤은 폭발력 있는 3점포를 갖고 있다. 한 번 터지면 겉잡을 수 없다. 하지만, 고교 시절부터 슛 릴리스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복이 있는 원인이기도 했다. 또한, 김 감독은 하체를 가리키며 "밸런스부터 다시 잡아야 한다. 대학에선 그렇게 경기를 해도 괜찮았지만, 프로에서 지금 습관으로는 안 된다"라고 했다.
▲다음 시즌을 기약한다
그렇다고 해도 김 감독의 문성곤 기용법은 제3자의 시각에 따라 약간 가혹한 느낌이 든다고 볼 수도 있다. 보통 수비력이 빼어난 선수의 경우 팀 전술전략에 따라 부분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그러나 김 감독은 "지금 상태에서 성곤이를 계속 쓸 경우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 그러면 선수 본인에게도 손해"라고 강조했다. 물론 실전을 통해 부작용을 겪고, 부작용을 극복하면서 선수를 성장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KGC 전력상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무엇보다도 문성곤 개인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결론이다. 아무 생각 없이 문성곤을 쓰지 않는 게 아니다.
김 감독이 문성곤을 외면하는 건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키울 계획이다. 그는 작년 여름 포인트가드 김기윤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슈팅력이 좋은 김기윤의 장점을 살리면서, 팀 농구에 적응시키는 작업을 했다. 플레이스타일을 뜯어고치는 작업이 수반됐다.
김 감독은 "김기윤이 작년 여름에 정말 많이 혼 났다. 그러면서 많이 성장했다. 요즘 기윤이가 성곤이에게 조언을 많이 해줄 것이다"라고 했다. 김 감독이 김기윤 얘기를 꺼낸 건 올 여름에는 혹독한 훈련의 주인공이 문성곤이라는 암시다. 그는 "아직은 잠재력이 있는 수준이다. 올 여름에 제대로 시켜서 다음 시즌에는 제대로 쓸 생각"이라고 했다. 결국 문성곤의 진정한 경쟁력은 다음 시즌에 드러난다. 김 감독의 문성곤 기용법도 다음시즌에 제대로 평가를 받는다.
[문성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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