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도 양동근에게 많이 배웠다."
현재 KBL에서 가장 핫한 가드는 단연 오리온 외국선수 조 잭슨(180cm)이다. 잭슨은 193cm 기준으로 장, 단신 외국선수제도가 부활하면서 KBL을 밟은 단신 테크니션이다. 시즌을 치르면서 단신 테크니션들이 하나, 둘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대체됐지만, 잭슨은 살아남았다.
잭슨은 신장이 180cm에 불과하지만, 환상적인 개인기를 자랑한다. 일단 드리블하는 자세가 낮고, 리드미컬하다. 양 손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좌우를 자유자재로 파고든다. 페이크 테크닉도 화려하다. 그리고 엄청난 탄력과 체공시간을 바탕으로 한 덩크슛과 더블클러치도 일품이다. 날카로운 패스센스도 갖췄다. 최정상급은 아니지만, 수준급의 중, 장거리 슈팅테크닉도 갖췄다.
잭슨은 시즌 초반 KBL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애런 헤인즈의 부상으로 메인 외국선수로 격상하면서 KBL에 뒤늦게 적응했다. 4라운드를 기점으로 자신의 능력을 실전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현재 잭슨은 양동근(모비스), 김선형(SK), 김태술(KCC) 등 국내 톱클래스 가드들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김선형의 고백
오리온과 SK는 구랍 25일 맞대결했다. 잭슨과 김선형이 자연스럽게 매치업됐다. 당시 SK가 승리했지만, 경기 후 김선형은 "잭슨이 나보다 스피드와 순발력이 앞선다. 확실히 흑인의 피는 다르다"라며 잭슨과의 매치업에서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31일 전자랜드전 직후에도 잭슨의 플레이를 보고 느낀 게 많았다며, 자신도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김선형이 인상적인 건 항상 자신을 채찍질하고 발전해나가려는 의지다. 실제 프로입단 후 플로터를 익혔고, 올 시즌에는 3점슛 폼을 바꾸면서 성공률을 끌어올렸다.(구랍 23일 보도-김선형 반전의 3점슛 성공률, 변화의 핵심은) 여전히 약한 수비력이 아킬레스건이지만, 약점보다 강점이 훨씬 더 많고,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게 고무적이다.
김선형의 말대로 잭슨의 운동능력은 타고 난 DNA가 결정적이다. 이 부분은 한국농구로선 한계가 있다. 그러나 잭슨의 화려한 개인기술 속에는 탄탄한 기본기가 있다. 한 관계자는 "낮은 드리블 자세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드리블과 페이크도 기본 기술을 충실히 익히지 않으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쌓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농구 발전의 해답은 기본기 향상이라는 당연한 결론이 또 나온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드가 갖춰야 할 패스센스와 시야, 드리블 기술, 외곽슛 테크닉이 모두 떨어지는 국내 가드들이 잭슨을 보고 자극을 받아 피 나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느냐다. 일단 김선형은 자극을 확실히 받은 듯하다. 그러나 김선형처럼 자극을 받은 가드가 실제로 몇 명인지는 알 수 없다. 한국농구는 개개인이 기량 향상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 한다는 비판이 있다. (물론 개인기량 향상을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의 노력부족이 국제경쟁력 퇴보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 현직 사령탑은 한국농구의 많은 팀 훈련 시간, 빡빡한 시즌 스케줄로 개인 훈련이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질문에 "핑계"라며 일축한 적이 있다.
▲잭슨의 고백
그렇다면 잭슨은 완벽한 가드일까. 그건 아니다. 농구 잘하는 선수가 수두룩한 미국에선 평범한 가드 중 한 명이다. 국내에서도 잭슨의 약점은 명확히 드러난 상태다. 일단 볼을 질질 끄는 습관은 많이 버렸다. 그 결과 패스센스가 극대화됐고, 지역방어 어택의 약점도 서서히 극복하고 있다. 하지만, 신장의 핸디캡으로 수비력이 크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화려함을 추구하다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실책도 적지 않다. 최근에도 그 여파로 오리온이 패배하기도 했다. 결국 좋은 기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운영의 안정감은 약간 떨어진다. 잭슨은 2일 KGC전 직후 "스피드에 의존하는 농구를 했다. 양동근을 보고 많이 배웠다"라고 했다. 가드로서 경기 흐름에 따라 속공, 얼리 오펜스, 세트 오펜스를 선택하고 조율하는 요령이 부족하다는 반성.
여기서 놀라운 건 잭슨이 양동근을 보고 배웠다고 말한 부분이다. 양동근은 KBL 국내가드들 중 경기운영의 안정감과 수비력이 가장 뛰어나다. 양동근은 잭슨의 화려함과 폭발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잭슨 그 이상의 안정적이고 꾸준한 경기력으로 팀을 이기게 할 수 있고, 우승시킬 수 있는 가드다. 모비스에서 수년간 검증이 된 부분들. 결국 양동근의 강점은 잭슨의 약점이기도 하다. 잭슨은 올 시즌 양동근과의 4차례 맞대결을 통해 양동근의 플레이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리고 자신의 플레이에 양동근의 강점을 녹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잭슨이 언제까지 KBL에서 뛸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국내 가드들에게 강력한 자극제가 됐다. 김선형의 발언은 당연했다. 국내 가드들이 잭슨의 기량을 보고 자극을 받아야 정상이다. 한편으로 잭슨 역시 한국 가드들의 장점을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눈에 띈다. 잭슨과 국내 가드들이 서로 자극제가 된다면, 한국농구와 KBL의 수준은 올라갈 수 있다.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
[조 잭슨(위), 김선형(가운데), 조 잭슨과 양동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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