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연애 세포가 죽은 여성, 연애 세포는 있지만 짝을 찾지 못해 대리만족하고 싶은 여성이라면 영화 ‘그날의 분위기’가 제격이다.
‘그날의 분위기’는 KTX에서 우연히 처음 만난 '안 하는 거 참 많은' 철벽녀 수정(문채원)과 '맘만 먹으면 다 되는' 맹공남 재현(유연석), 그들이 하룻밤을 걸고 벌이는 밀당 연애담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일을 위해 부산행 KTX에 탑승한 수정과 재현은 우연히 옆 자리에 앉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의 연애담이 시작된다. 재현이 처음 본 수정에게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구요”라고 말한 것. 수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할 법한 반응을 내놓지만, 별 이상한 사람 보듯 재현을 훑어보지만, 어쩔 수 없이 일 때문에 그와 동행하게 된다.
극 초반 재현의 모습은 호불호가 갈릴 전망이다. 깐족거리면서 수정에게 능수능란하게 작업을 거는데, 이 모습들이 너무나도 가벼워 보인다. 이런 재현의 모습은 성향이 맞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재현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인 만큼 치명적인 수를 가지고 있다. 바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 몇몇 신들은 여자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어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뺏을 만하다.
여기에 수정의 말을 빌리자면 여자를 많이 만나도 그 동안만은 눈앞의 여자에게 집중하고, 아이를 향해 웃어줄 때도 웃음에 거짓이 없으며, 아무리 바빠도 상갓집의 밥을 먹고 나오는 꽤 괜찮은 사람이 바로 재현이다. 재현과 시간을 보낼 수록 수정이 그의 매력에 눈을 뜨는 것처럼, 관객 또한 수정과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재현이 한 눈에 반한 여성이 바로 수정이다. 수정 역을 맡은 문채원은 자신의 감정을 마음과 달리 입과 몸이 먼저 반응하는 코믹한 모습부터 유연석에게 점점 이끌리는 모습까지, 수정의 변해가는 감정들을 순수하면서도 사랑스럽게 완성시킨다. 로코퀸 문채원의 진면목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KTX 앞에서 이별을 고한 순간부터 전반부의 통통거리는 느낌은 사라진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도, 그야 말로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캐릭터들이어도, 남성들의 판타지가 스크린 속으로 옮겨지고 있어도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밀당을 보며 연애세포를 깨웠다면 후반부에선 연예세포가 죽어갈 수도 있다. 초반의 속도감과 알콩달콩 밀당이 매력인 영화였기에, 후반의 진부한 이야기가 아쉽기만 하다. 오는 14일 개봉.
[영화 ‘그날의 분위기’ 포스터와 스틸. 사진 = 쇼박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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