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나잊말', 김하늘의 영화 되길" [MD인터뷰②]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멜로는 남자 배우로서 늘 기다려지는 장르에요. 특히 ‘나를 잊지 말아요’ 같은 경우는 ‘내 옷이라서 내가 입어야지’라기 보다 다른 의미 부여가 있었죠. 그리고 이 영화에서 석원은 얄미운 남자에요. 전 ‘나를 잊지 말아요’가 진영의 영화이길 바라요. 김하늘에게 딱 맞는 옷으로 맞춰졌으면 좋겠어요.”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 후, 10년 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석원(정우성)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 지워진 기억보다 소중한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을 그린 감성멜로 영화다. 정우성이 주연배우와 제작을 겸한 작품으로, 정우성이 처음으로 제작자로 나섰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기억을 잃은 남자에 대한 의문점을 던지지만 진영의 눈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에요. 아픔에 대한, 상처에 대한 두 남녀의 다른 대처점을 보여줘요. 후반부는 진영이 왜 그랬는지에 대한 설명이죠. 석원은 조금 영화적으로 설정된 인물이에요. 진영이라는 캐릭터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 아픔과 사랑에 대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캐릭터죠. 화자가 석원에서 진영으로 전환될 때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따라가면 될 것 같아요.”

10년 간의 기억을 송두리째 잊고, 자신에게 다가온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을 느끼는 석원이라는 캐릭터는 분명 적정 톤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다. 그럼에도 정우성은 자신이 아닌 김하늘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저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석원은 자기편의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죠. 진영이 더 어려웠을 거예요. 수위 조절이 어느 정도까지가 맞는 것인지 늘 고민했어야 했을 것이고요. 김하늘 씨가 (진영 역으로서) 현장에서 제가 얄미웠다고 했는데, 진영은 석원이 얄미웠을 거예요.”

‘나를 잊지 말아요’는 ‘기억을 잃는다’는 설정에 대해 다루고 있고 멜로 영화인데다 정우성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함께 언급되곤 했다. 정우성은 두 영화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와 같은 성향의 영화였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거예요. 기억이라는 코드가 있지만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사랑에 대한 판타지 영화죠. 기억상실이라는 안타고니스트(적대자)가 둘 의 사랑을 방해하지만 그럼에도 그 사랑을 이루려고 하는 해피엔딩을 그리죠. ‘나를 잊지 말아요’는 그것보다 현실적인 우리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사랑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죠. 사랑 안에서 같이 책임지고, 서로가 버텨내야 하는 공동의 감정들을 이야기해요. 배우로서 기억이라는 소재를 관객에게 제시할 수 있고, 같은 소재를 다룬 여러 작품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기억이라는 코드로 또 다른 영화를 가질 수도 있겠죠. (웃음)”

정우성의 ‘기억 3부작’이 기대되기는 하지만 너무 잘생긴 외모가 장르의 한계를 가져올 수도 있어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정우성은 ‘외모가 주는 한계’에 대해 쿨하게 인정하는 배우였다. ‘잘생긴 외모’가 아니라 ‘외모가 주는 개성’ 때문에 오는 한계라는 뚜렷한 생각도 밝혔다.

“비단 저만이 가지고 있는 피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누구나 자신의 개성 때문에 할 수 없는 역할이 있어요. 조금 더 일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면 사람들에게 더 어필할 수도 있겠죠. 전 그러기 위해 부수적인 장치들이 필요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배우인 것 같아요. 어필할 수 없는 이미지는 제 스스로 인정하면 돼요. 제가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더 잘 해내고 폭을 넓히는 게 배우로서의 개성을 더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정우성은 관객들이 미스터리적 요소가 가미된 멜로 영화인 ‘나를 잊지 말아요’를 더욱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팁을 공개했다.

“사실 전형적인 멜로 구성의 스토리 전개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사람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죠. 하지만 이런 신선함이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극장에 가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 어떤 영화의 온전한 재미를 느끼려면 기대감을 버려야하는 것 같아요. 자신만의 스토리를 생각하며 그것과 영화가 맞길 바라는 것이 기대감이죠. 그런 기대감 없이 가면 온전한 ‘나를 잊지 말아요’가 되지 않을까요. 사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연상하고 오실까봐 더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웃음)”

[배우 정우성.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