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언뜻 보면 어색한데 점점 익숙해지더니 어느새 짧은 만남이 아쉬움을 남겼다.
정우성은 7일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나눴다. 손석희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중에 좋은 놈 이다"라고 정우성을 소개했다. 정우성은 환한 웃음을 보이며 "좋은 놈이 되고 싶은 남자 정우성입니다"라고 재치 있게 인사를 건넸다.
손석희는 "그 영화를 정말 인상 깊게 봤다"라며 "어렸을 때 서부극을 많이 보고 자랐는데 거기서 카우보이들이 말 타고 가면서 총 쏘는 게 사실 좀 판타지였다. 대부분 백인 키 큰 남성들이 하기 때문인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줬다"며 첫 질문을 건넸다. 정우성은 "동양의 키 큰 남자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차분한 어투로 답을 했다.
이에 손석희가 "제주도에서 조랑말 몇 번 탄 게 다이기 때문에"라고 말하며 웃음을 유도했는데 긴장을 한 탓인지 정우성은 유머 있게 화답하지 못했고, 말랑해지려는 분위기는 금세 진지해지기를 반복했다.
이날 개봉한 새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정우성은 "기억을 잃은 남자 역할인데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선 여자 주인공이 기억을 잃었다면 이번 영화에선 반대다. 속은 편하다"라고 소개했다.
또 정우성은 "기억을 잃는 대상을 볼 때는 모든 아픔을 떠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제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두 남녀의 사랑을 기억상실증이 방해하는 그 사랑에 대한 판타지 얘기인 것 같다. 그런데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는 조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어떤 아픔을 잊고자 하는 남자, 상처 입은 남자의 방어기제에 의해서 부분적인 어떤 기억을 다루는 얘기다"라며 진지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를 들은 손석희는 "평소에도 이렇게 진지하게 말씀을 하는가"라고 질문, 정우성은 "진지하다. 진지한 게 좋은 것 같다. 웃음도 좋지만 진지한 거 되게 중요한 것 같"고 거듭 강조했다.
손석희는 "영화도 그렇게 진지한가"라고 되물었고 정우성은 "진지한 메시지를 담으려고는 하는데 그렇게 진지하거나 무겁게만 다루지는 않았다. 가벼운 어떤 로맨스의 느낌도 있고"라고 설명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정우성이 배우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제작자로서도 나선 작품이다. 그는 "많은 분에게 사랑받고 선택받길 원하는 게 모든 영화인들의 바람"이라면서 "그 정도의 욕심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영화의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는 그런 욕심도 중요하다"며 관객들이 사랑과 아픔, 상처, 기억을 되짚어 볼 수 있기를 바랐다.
정우성은 1994년 개봉한 데뷔작 '구미호'를 봤다는 손석희의 말에 비로소 크게 폭소하며 "'구미호'라는 제목을 강조하셔서"라고 웃은 이유를 설명했다.
"쑥스러운가?"라는 질문에 정우성은 "그렇지만 제가 가장 애틋하게 생각하는 작품이다. 사실 영화배우가 얼마나 되고 싶었겠는가. 스스로의 자신감만 가지고 잘 해내지 못했다. 극장에서 아마 제일 많이 본 영화일 거다. 혼자 얼마나 나의 모습을 보면서 한심하게 생각을 했는지. 나무토막 하나가 계속 왔다 갔다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데뷔 22년째를 맞은 정우성은 "많이 밝고 유연해졌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도전의식과 애정은 변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겪은 변화 그리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정우성은 인터뷰를 마치며 "(이런 자리에 대한)출연 욕심도 없었고 뵙고 싶은 분도 많이 없었는데"라며 뜸을 들이다 손석희 앵커에게 "잘 생기셨다"고 말했다. 이에 손석희는 "그것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겠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정말 진지한 배우란 생각이 든다. 도저히 곤란한 질문을 던지기가 어렵다"고 말했을 만큼 정우성의 진지함에 손석희 앵커도 두 손 두 발을 다 든 모양새였다. 어색함이 차고 넘치는 인터뷰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정우성의 속마음을 밝히기에 '뉴스룸'은 안성맞춤인 자리였다.
[사진 = JTBC 방송 화면 캡처]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