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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2002년 레오나르드 디카프리오는 배우 인생에서 갈림길에 서 있었다.
1997년 ‘타이타닉’으로 성공한 이래 금발과 푸른 눈빛을 지닌 꽃미남 스타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다. 1998년 ‘아이언 마스크’, 2000년 ‘비치’는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았고, 박스오피스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그는 ‘타이타닉’의 부담감에 짓눌렸다.
디카프리오는 2002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나의 포스트 ‘타이타닉’ 경험은 공허한 존재감이었다”면서 “언론은 나를 귀염둥이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버라이어티는 당시 그가 귀여운 소년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의 탈출구는 위대한 감독들이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갱스 오브 뉴욕’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그를 연기파 배우로 만들었다. 투지 있고 격분해 있는 ‘갱스 오브 뉴욕’, 가벼운 코미디의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그의 연기력을 확장시켰다.
이후에 펼쳐진 그의 필모그래피는 눈부셨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블러드 다이어몬드’, 샘 멘데스 감독의 ‘레볼루셔너리 로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바디 오브 라이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 바즈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제이 에드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분노의 추적자’ 등으로 그는 세계 톱 클래스 배우 반열에 올랐다.
‘버드맨’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에서 혼신의 열연을 펼친 그는 가장 유력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평가받고 있다.
영하 40도의 혹한에서 강물로 뛰어 들었으며, 실제 들소의 생간을 씹어먹으며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캐릭터를 빼어나게 소화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북미 전역에서 개봉한 ‘레버넌트’는 3,955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박스오피스 분석가 폴 데르가라베디앙(Paul Dergarabedian)은 “디카프리오는 ‘레버넌트’로 지구상에서 가장 돈을 잘 벌어들이는 스타임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폴 데르가라베디앙은 “많은 스타들이 프랜차이즈 영화 이외에는 성공하지 못하는데, 디카프리오는 어떤 영화든 성공한다”면서 “그는 스크린에서 카멜레온”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렇다. 그는 영웅이든, 코미디든, 드라마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흥행에 성공시켰다. ‘제이 에드가’와 ‘바디 오브 라이즈’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그의 최근작 13편 중 8편은 1억 달러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프랜차이즈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캐리비안의 해적’의 조니 뎁, ‘맨 인 블랙’의 윌 스미스, ‘엑스맨’ ‘헝거게임’ 시리즈의 제니퍼 로렌스와 달리, 그는 절대 속편에 출연하지 않는다.
영화 박스오피스 분석 사이트 엑시비터 릴레이션스의 제프 록은 “나는 그가 스판처럼 늘어나는 프랜차이즈 영화에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는 슈퍼히어로 무비에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버넌트’의 흥행 성공은 더욱 놀랍다. 이 영화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 복수하는 이야기다. 20세기 폭스의 배급담당 크리스 아론슨은 “이 영화는 팔기 어려웠는데, 디카프리오가 퀄리티 있는 영화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랜트렉에 따르면 ‘레버넌트’ 관람객의 31%가 디카프리오를 보기 위해 티켓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 수치는 ‘위대한 개츠비’와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비슷하다. 대다수 영화에서 주연배우를 보기 위해 티켓을 구입한다는 답변은 1~2%에 그친다.
크리스 아론슨은 “관객은 디카프리오의 놀라운 연기와 이냐리투 감독의 대담하고 야심에 넘치는 연출에 환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14년전, 디카프리오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버라이어티는 그가 ‘레버넌트’로 모든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결국, 디카프리오는 10일(현지시간) 제7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세 번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레어나르도 디카피르오. 사진 제공 = AFP/BB NEWS. ‘레버넌트’ 스틸컷]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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