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스테판 커리 영상을 보고 연습했다."
KEB 하나은행 포워드 강이슬(22,180cm)은 김정은의 뒤를 잇는 토종 주득점원이다. 여고 명문 삼천포여고를 졸업했고, 프로 4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다. 박종천 감독은 2014-2015시즌 부임 후 강이슬을 적극 중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리빌딩이 필요한 팀이기도 하고, 강이슬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어느 팀에서도 중용되는 게 당연하다.
강이슬은 외곽 슈터다. 그녀는 올 시즌 총 45개의 3점슛을 성공했고, 34.4%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3점슛 성공 1위, 성공률 4위를 달리고 있다. 강이슬의 3점포는 하나은행의 중요한 공격옵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하나은행을 상대하는 팀은 기본적으로 골밑을 의식하면서 강이슬의 외곽슛도 적극 견제한다.
강이슬은 아직 변연하 같은 WKBL 정상급 토종 포워드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박종천 감독은 "강이슬은 잘 다듬으면 김정은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라고 수 차례 언급했다. 박 감독과 신기성 코치, 정선민 코치는 지난 1~2년간 강이슬을 집중 지도했고, 강이슬은 정상급 슈터로 진화하고 있다.
▲3점슛의 비밀
강이슬은 신장이 180cm로 포워드 치고 크지 않다. 슛 폼이 정석과는 거리가 있다. 투 핸드 슛을 구사한다. 그런데 두 팔을 곧게 뻗어 던지는 게 아니라 왼팔을 약간 구부리는 대신 오른팔이 좀 더 위로 솟구쳐 오른다. 그리고 점프를 한 뒤 정점에서 공을 던지는 게 아니라 올라가면서 공을 놓는 느낌.
수비수들은 강이슬의 3점슛을 수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강이슬이 슛을 던지는 타이밍이 매우 빠르기 때문. 공을 잡은 뒤 슛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간결하고 빠르다. 폼 자체는 정석과 거리가 있지만, 슛 타이밍이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빠르다. 자신만의 밸런스만 유지하면, 무서운 폭발력을 선보인다. 강이슬은 11일 KB전서 3점슛 4개 포함 19점으로 맹활약했다.
▲진화
지난 시즌까지 강이슬의 슈팅은 주로 세트슛이었다. 공을 잡은 뒤 폼을 잡고 던지는 세트슛은 수비수의 밀착 마크에 성공률이 떨어진다. 때문에 현대농구에서 좋은 슈터는 무빙슛을 잘 던져야 한다. 슈터는 동료의 스크린을 받은 뒤 상대가 스위치 혹은 헷지를 시도하기 전 찰나의 순간에 정확하고 간결한 움직임으로 점수를 만들어야 한다. 설령 상대의 견제에 시달리더라도 안정적인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슈터가 진정한 슈터다.
그런 점에서 현재 한국 여자농구에 변연하를 제외하면 명품슈터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변연하는 수비수를 앞에 놓고 스텝 백(수비수 앞에서 스텝을 뒤로 놓으면서 순간적으로 공간을 만든 뒤 던지는 슛) 3점슛, 스크린을 타고 나오면서 쏘는 무빙 3점슛을 완벽하게 구사한다. 이 부분은 강이슬의 과제다. 스텝 백 슛과 무빙 슛은 외곽 슈터가 반드시 갖춰야 할 테크닉이다.
그래도 강이슬이 인상적인 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비시즌부터 100개의 3점슛을 던지면 모두 스텝 백 3점슛으로 연습해왔다. 작년 봄 미국연수를 다녀온 뒤 스텝 백 3점슛을 연습하기 시작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감독님이 비 시즌에 스테판 커리의 NBA 슛 영상을 보여주셨다. 커리의 영상을 보고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했다. 커리 역시 정석적인 슛 폼과는 거리가 있다. 자세히 보면, 점프를 한 뒤 정점에서 쏘는 느낌이 아니라 올라가면서 던지는 느낌. 그러나 공이 손을 떠날 때 손목을 지나치게 꺾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릴리스 하는 게 특징이다. 정석적인 슛 폼이 아닌 강이슬로선 참고할 부분.
그 결과 올 시즌 강이슬의 슈팅 테크닉은 진화했다. 최근 스텝 백 3점슛, 무빙슛이 모두 승부처에서 나온다. 11일 KB전 1쿼터 첫 득점도 좌중간에서 무빙슛으로 만들어냈다. 또한, 수비수가 바짝 붙으면서 원 드리블과 페이크로 수비수에게 한 차례 혼란을 준 뒤 뱅크슛으로 마무리하는 기술도 선보인다. 강이슬은 "원 드리블 점퍼도 계속 연습해왔다"라고 했다. 물론 스텝 백슛, 무빙슛, 원 드리블 점퍼 모두 아직은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상태는 아니다.
강이슬은 하나은행이 전략적으로 키우는 슈터다. 지난 1~2년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시켜왔다. 좀 더 꾸준함을 보여줘야 한다. 1대1 수비력마저 끌어올린다면 WKBL 정상급 슈터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강이슬.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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