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거울을 보면서 고민해봐야죠."
이승엽은 프로 22년차다. 나이도 만으로 불혹에 접어들었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 21시즌을 보내면서 숱하게 타격폼을 바꿔왔다. 어차피 매년 같은 폼으로 치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이승엽에게 타격폼 변신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자신의 상황과 주변 환경을 감안, 최적의 결과를 내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2016년, 이승엽은 다시 한번 타격폼 변화를 시도한다. 그는 11일 2016시즌 구단 시무식을 마치고 만난 자리에서 "스윙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변화를 줘야 할 부분은 있다. 여러 방법을 생각 중이다"라고 했다.
▲2014년과 2015년
이승엽은 2013시즌 역대(일본 8년 제외) 가장 부진한 성적을 올렸다. 타율 0.253에 13홈런 69타점 62득점에 그쳤다. 보통의 선수라면 아주 나쁜 기록은 아니었지만, 이승엽이기에 스스로 인정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2014시즌 타율 0.308 32홈런 101타점으로 3할, 30홈런, 100타점 고지를 다시 밟았다. 그리고 2015시즌에는 0.332로 한국, 일본 커리어 통틀어 최고 타율을 찍었다. 홈런과 타점은 26개와 90개로 약간 줄어들었지만,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하면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역대 최고령 골든글러브 기록을 세웠다.
변화의 핵심은 역시 타격폼이었다. 이승엽은 2013시즌 방망이를 세운 상태에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그러자 2014시즌 방망이를 약간 눕히면서 부활했다. 이 부분은 의미가 있었다. 방망이를 처음부터 어깨에 눕히면서 공에 반응하는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였고, 강속구에 대처하는 효과를 봤다. 나이를 먹으면서 아무래도 공에 반응하는 순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방망이를 눕히면서 빠른 공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한 상태로 바뀌었다.
그랬던 이승엽은 2015시즌 타격 준비자세에서 다시 방망이를 약간 들었다. 2013시즌 정도는 아니었지만, 2014시즌과 비교하면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그 역시 "지난해는 다시 약간 세웠다"라고 했다. 방망이를 세우면서 빠른 공에 대한 반응 속도는 약간 늦어졌지만, 반대로 다양한 코스에 대응하는 능력은 향상됐다. 그 결과 타율이 많이 올라갔다.
▲건설적인 고민
이승엽은 건설적인 고민에 들어갔다. 또 다시 나이를 한 살 더 먹었고, KBO리그에 유입되는 외국인투수들의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는 "외국인투수들이 다 좋다고 들었다. 어떻게 대처할까 연구를 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거울을 보면서(자신의 타격폼을 바라보면서 연구한다는 의미) 대응하는 방법을 다시 찾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시범경기, 시즌 개막 때까지 시간이 있다"라고 했다.
타격폼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몸부터 철저히 만들어왔다. 지난해처럼 잔부상을 겪지 않기 위한 의지이기도 하다. 이승엽은 "예전에는 힘을 끌어올리기 위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면, 올 시즌에는 힘을 유지하기 위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안정적인 훈련을 하는 셈이다"라고 했다.
이승엽은 "선수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했다. 그가 칭찬 받아야 마땅한 건 선수생활 마지막 날까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연구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마인드가 확고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만으로 불혹이 된 이승엽의 타격폼 변화 시도는 의미가 있고, 모든 선수가 눈 여겨 볼만한 가치가 있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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