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이렇게 인간적이고 따뜻한 영화는 생전 처음이에요. 촬영하면서도 그렇고, 개봉 전에도 그렇고 평온하고 행복한 것 같아요.”
그동안 특별하고 개성 강한 역할을 주로 도맡아 왔던 고아성이 평범한 캐릭터로 스크린에 컴백한다.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 ‘오빠생각’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자원봉사자 박주미 역을 맡아 우리 주위에서 볼 법한 인물을 연기한 것. 전쟁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고아원의 아이들을 돌보는 유학파 엘리트라는 점이 특별하기는 하지만 영화 속 박주미는 밝은 웃음과 당찬 미소를 지녔으며 아이들을 사랑하는 평범한 아가씨다.
“감독님께서 따로 주문하신 건 없어요.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면 좋겠다고 그 것 하나만 말씀하셨어요. 저도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풍문으로 들었소’에 출연할 때 출산 연기보다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하는 지가 더 어려웠는데, 이번에도 좀 비슷했어요. 아이들이 30명 정도 됐는데, 나중에는 아이들과 친해져 굉장히 자연스러워졌죠. 감독님께서 아이들과 놀고 있을 때 몰래 찍은 장면이 영화 속에 들어가기도 했어요.”
그래서인지 ‘오빠생각’ 속 아이들과 고아성의 모습은 친언니와 동생들 같은 느낌을 물씬 자아낸다. 꼬마 아이를 안아들 때도 그 품속에 사랑이 가득 차 있다. 물론 고아성을 비롯한 아이들의 연기력도 무시할 수 없다. 아역배우들 역시 한 명의 배우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아이들이 연기를 굉장히 잘 했어요. 작품을 5개씩 한 친구도 있고, 아예 처음인 친구도 있고 다양했죠. 전 그 때 그렇게 연기를 못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요구하는 게 많았거든요. 갑자기 신을 만들기도 하고, 아이디어에 따라 즉흥적으로 대사를 넣기도 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상황들을 수월히 연기해내더라고요. 제가 오히려 더 배웠던 것 같아요.”
극 중 가장 호흡을 많이 맞춘 성인 배우이자 살짝 멜로 라인까지 있었던 배우 임시완과의 호흡도 빼 놓을 수 없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품에 접근하는 스타일이었지만 각기 다른 방식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저는 감정적으로 접근을 해요. 임시완 배우는 되게 이성적이에요. 그동안 주변에 이성적 사람이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임시완 씨는 되게 이성적이고 현실을 직시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게 재미있었죠. 또 감정을 다루는 신에서는 한없이 감정적이었어요. 그걸 보며 ‘되게 근사한 배우구나’라고 생각했죠. 이성적인 접근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 고아성은 ‘오빠생각’이 구체화 되기 전부터 일찌감치 출연을 결정했다. 이는 이한 감독 때문. ‘우아한 거짓말’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한 감독은 고아성의 마음을 사로 잡기 부족함이 없었다. 따뜻한 마음을 가졌지만 감독으로서 냉철한 이성도 겸비한 인물이었다. 현장에서도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돋보였고, 배우가 더욱 최상의 것을 뽑아낼 수 있도록 지켜보고 지원해줬다.
이에 이한 감독이 피아노를 칠 줄 아냐고 묻자 실제로는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하면서도 함께 작업하고 싶어 칠 줄 안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부터는 자신의 말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 피아노 연습에 매진했다. 언제나 그렇듯 역할의 크고 작음, 그 작품 속에서 누가 더 돋보이느냐 등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감독님께서 피아노를 칠 줄 아냐고 물어보실 때부터 피아노 반주자 역할이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 혼자 상상하는 시기가 있었죠. 시나리오를 받아 봤는데 합창하는 장면들의 글이 굉장히 예뻤어요. 시나리오를 본 뒤 며칠이 지나도 합창 장면이 생각났죠. 그 장면을 영화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영화로 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현장에서 목격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린이 합창단에 끌렸던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평범한 역할이라는 점도 고아성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동안 유독 개성 강한 역들을 연기해 온 탓에 생긴 반대급부일 수도 있지만 ‘오빠생각’을 통해 만난 아이들 때문이라도 앞으로 센 역할들 보다는 평범한 역할들에 더 마음을 뺏길 것 같다고. 아이들이 그의 행보, 작품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
“요즘 평범한 역에 끌려요. 의도적으로 피한 건 아닌데, 그동안 인간적이고 따뜻한 영화를 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오빠생각’을 찍고 나니 너무 좋더라고요. 정신 건강 등 여러모로 좋았어요. 아이들에게 받는 영향도 있었고요.”
착한 영화 ‘오빠생각’은 고아성에게 특별한 경험들을 선사했다. 행복하게 촬영했고, 특별한 인연들을 만났다. 힐링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비단 본인의 경험뿐만이 아니다. ‘오빠생각’을 본 관객이라면 마음 속부터 따뜻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때문에 고아성은 ‘오빠생각’에 대한 추천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아닌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의 따뜻함이 묻어난 권유였다
“‘오빠생각’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제 할머니께도, 유호정 선배님께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보여드리고 싶은 분들이 너무 많아요. 이한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한 사람이라도 순수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전적으로 동의해요. 저도 개인적으로 따듯한 영화가 고팠어요. 저 같은 분들이 많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배우 고아성.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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