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스코어가 다음 영화를 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되겠지만, 감독으로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볼까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가 더 궁금해요.”
영화 ‘작전’(2009)으로 백상예술대상과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이호재 감독이 오랜만에 새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주식이라는 소재를 이성적으로 다뤘던 전작과 달리 부성애와 애절한 감성으로 똘똘 뭉친 ‘로봇, 소리’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끝마쳤다. ‘로봇, 소리’는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이성민)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나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작전’이 끝나고 비슷한 범죄물 시나리오가 들어오긴 했어요. 한 장르의 장인이 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영화를 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이것저것 경험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시도들을 해봤으면 했어요.”
이호재 감독은 자신의 차기작으로 사람 같은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 로봇과 사람의 케미가 영화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영화, 다른 영화라면 각각의 이야기로 다룰 만한 소재들을 잘 어우른 영화를 택했다. 많은 감독 그리고 배우들에게 도전이 아닐까 싶었지만 이호재 감독은 부담감 보다는 호기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영화가 완성된 모습을 기대하느라 정작 부담감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그는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으면 두려움을 가지지 않았을까요”라며 쑥스럽게 웃어보였다.
“이성민 선배가 이 작품을 한다고 결정했을 때 두려움 보다 호기심이 있으셨어요. 그 말을 전해 듣고 ‘됐다!’고 생각했죠. 저도 그렇지만, 부담을 가지면 한 없이 부담을 가질 수 있는데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새로운 장르, 없었던 이야기라 많은 분들이 포장해 주시지만 저희는 할 수 있는 법한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잘난 척도, 패기도 아닌 이런 이야기에도 관객이 관심을 가져주시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요.”
이런 시도 덕분에 관객들은 따뜻하면서도 여러 모로 생각해 볼 거리도 많은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로봇, 소리’는 아버지의 부성애, 로봇과 사람의 교감 등을 통해 따뜻함을 안기는 한편 부녀 관계, 사람 간의 소통의 중요성, 대구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참사 등을 녹여내며 영화관을 나온 후 여러 부분들을 곱씹게 만든다.
이호재 감독은 이런 야기들을 담아내며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꾹꾹 눌러 담았다. 이 부분에서 더 폭발시키면 관객들의 감성을 쥐어짤 수 있겠다 싶은 부분에서도 감정의 과잉 보다는 절제미를 발휘했다. 때문에 ‘로봇, 소리’는 감정을 내지르는 여타 영화보다 더 먹먹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제 성향과 많은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밍밍한 걸 좋아하는 건지. (웃음) 그래도 전작보다 감정의 진폭이 큰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무언가를 흉내 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제 영역을 구축하면 되는 거니까요. 다음에 감정을 자극할 영화가 될지 ‘작전’처럼 메마른 작품을 하게 될 지는 앞으로 하게 될 이야기가 결정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집중하다 보니 무서운지 모르고 달려들었고, 만들며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까 그리고 로봇에 공감할까 고민도 많았으며, 작업을 하는 동안 새로운 시도들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 이호재 감독은 매 작품이 어려운 작업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 한 편을 기획해 극장에서 개봉시키기까지 어느 감독이든 엄청나게 힘든 일이며 난산의 과정인 것 같다고 설명했지만 그 인고의 시간을 사랑하기에 7년 간의 공백기를 거쳐 지금의 이호재 감독이 존재할 수 있었다.
“차기작이요? 제가 재미있어 하는 이야기라면 장르에 상관없이 선택하지 않을까 싶어요. 첫 작품과 두 번째 작품의 텀이 길어서 기왕이면 더 빨리 찍을 수 있는 작품을 하지 않을까요. 더 잘하기 위해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이 표현 자체도 되게 조심스럽기는 해요. ‘이 영화는 오래 걸릴 거야’라고 시작하는 영화는 없으니까요. 계속 나아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해야 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다작 감독이 되고 싶어요 (웃음).”
[이호재 감독.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