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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의 음악노트]
스피드(Speed)와 소녀시대를 뒤섞은 듯 힘찬 안무, 에스이에스(S.E.S.)와 보아의 전성기를 닮은 멜로디 라인, 록의 정서를 바탕에 깐 명쾌한 비트. ‘유리구슬’과 ‘오늘부터 우리는’을 차례로 겪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여자친구를 다른 걸그룹들과 차별하고 있었다. 여자 인피니트 같다 해야 할까. 음악과 춤 모두에서 90년대 향기를 짙게 풍기고 있는 이 여섯 요정들이 다시 세 번째 미니앨범을 냈다고 해서 냉큼 들어보았다.
앨범 제목과 같고 전작들에도 반드시 들어가있던 소품격 인트로 ‘Snowflake’로 시작하는 이번 작품은, 타이틀 트랙 ‘시간을 달려서 (Rough)’와 일렉트로닉 넘버 ‘내 이름을 불러줘 (Say my name)’를 빼고 나면 이 팀의 그림자 역할을 한 이기, 용배가 한 발 물러나있다는 것에서 앞선 앨범들과 차별된다. 하지만 역시 ‘오늘부터 우리는’을 써서 여자친구를 모두의 여자친구로 만든 이기, 용배의 저 두 곡은 앨범 전체를 압도하고 또 대표한다. 쿨(Cool)이 생각나는 인트로, 여전히 거침없는 록 비트와 일렉트릭 기타 솔로, 애절한 보컬 멜로디, 폭풍처럼 그 모든 걸 휘감는 스트링 섹션까지. “학교 3부작의 완결편”이라는 앨범의 또 다른 의미는 이번에도 끝내 이기, 용배의 곡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는 곡’이 분명했던 지난 앨범들과 달리 이번에는 ‘모든 곡이 미는 곡’인듯 앨범 단위의 안정감이 느껴진다. 이를 ‘성장’이라 불러도 좋다면 나는 지금 여자친구의 음악적 발전을 얘기한 것이다. 이제는 하나의 팀색깔이 된 덩치 큰 스트링을 활용한 이원(E.One)의 ‘사랑별 (Luv Star)’은 이 팀의 큰 매력이자 장점인 ‘90년대 정서’를 아낌없이 소환해내었고, 펑키 록 비트로 무장한 흑태, 준타, 박찬 작곡팀의 ‘그런 날엔 (Someday)’ 역시 다른 곡들에 뒤지지 않는 진한 그루브로 앨범의 고른 완성도에 기여했다. 물론 브리즈(The Breeze)의 노주환이 제공한 발라드 ‘Trust’도 1년 가까이 앞만 보며 달려온 여자친구의 첫 번째 종지부로서 부족함 없는 트랙이다. 화려한 안무 뒤에 감춰둔 성숙한 감성을 느껴보길 바란다.
멋진 마무리다. 실험인지 시험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여자친구도 풀 렝스 정규 앨범 한 장 내어도 될 만큼 성장했다고 본다. ‘Trust’의 가사처럼 부디 지금처럼만 같길. 그래서 '지하'를 벗어나 소속사 사옥을 짓겠다는 그 꿈 꼭 이루길. 에프엑스(f(x)), 인피니트와 더불어 내 아이돌 플레이 리스트에서 가장 자주 들릴 여자친구의 팬으로서 갖는 작은 바람이다.
[사진 제공 = 로엔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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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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