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극심한 수비전이었다.
69-68, 모비스와 오리온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은 1점차 명승부였다. 경기 막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파울 작전과 조 잭슨의 자유투와 공격리바운드로 희비가 엇갈렸다. 사실 그 극적인 상황을 만든 키워드는 극심한 수비전. 두 팀은 정규시즌 각각 81.2점(오리온, 2위), 77.0점(모비스, 9위)을 올렸다. 하지만, 이날 나란히 70점도 넣지 못했다.
두 팀은 수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모비스는 원래 수비로 승부를 보는 팀이고, 오리온도 모비스의 수비전에 철저히 대비, 자연스럽게 수비전이 벌어졌다. 두 팀의 이날 최다점수차는 단 7점. 거의 3~5점차 승부였다. 시종일관 혈투였다. 두 팀의 1차전 이해득실을 살펴보자.
▲정밀한 수비
두 팀의 수비전술은 정밀했다. 우선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예상대로 헤인즈와 국내선수들, 조 잭슨과 국내선수들의 연계플레이를 경계했다. 자연스럽게 오리온의 외곽슛 봉쇄에 초점을 맞췄다. 오리온 주득점원 애런 헤인즈도 거의 1대1로 막았다. 정규시즌 후 푹 쉬었던 모비스는 스위치 맨투맨과 간헐적인 전면강압수비를 동시에 선보였다. 박구영, 천대현 등을 적극 활용, 체력전에 대비했다. 유 감독은 일찌감치 "10명 정도 쓸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결국 오리온은 특유의 물 흐르는 듯한 연계플레이가 실종됐다. 전반전 막판 헤인즈와 잭슨이 개인기량으로 만든 점수가 많았다. 그러나 오리온은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 때처럼 전면강압수비에 허둥대거나 실책을 쏟아내지는 않았다. 침착하게 준비된 패턴대로 움직였다. 모비스는 이후에도 거의 수비 변화를 주지 않았다. 대신 오리온이 베이스라인과 사이드라인에서 공 흐름이 뻑뻑해지면 곧바로 트랩을 들어가서 실책을 유도했다. 오리온의 공격 흐름은 경기 막판까지 원활하지 않았다.
오리온도 수비 준비를 많이 했다. 양동근에게 초반 한호빈을 붙이는 전략은 실패했다. 그러나 이후 스위치를 통해 최진수를 양동근에게 붙이는 전략은 재미를 봤다. 장신자가 많은 오리온은 최진수를 양동근에게 붙여도 큰 지장이 없다. 오리온 특유의 스위치 맨투맨은 위력적이었다. 또한, 골밑에선 적극적인 디나이로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고 했다. 공이 투입되면 정규시즌 때처럼 더블 팀과 도움수비를 시도했다. 정통 5번이 장재석밖에 없는 오리온으로선 생활화된 패턴. 그러나 여기서도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철저히 베이스라인으로 몰아내는 수비를 펼쳤다. 그런 다음 트랩으로 아이라 클라크와 커스버트 빅터를 최대한 괴롭혔다. 볼이 외곽으로 빠져나갈 때 로테이션도 잘 이뤄졌다. 결국 후반 들어 모비스 양동근과 외국선수들이 동시에 꽉 막혔다.
▲승부는 1~2발짝으로 갈린다
두 팀은 이번 4강 플레이오프서 지역방어를 거의 쓰지 않을 듯하다. 1차전서 오리온이 잠깐 3-2 지역방어를 사용했지만, 스위치 맨투맨 비중이 훨씬 더 높았다. 패스게임에 의한 3점포가 워낙 날카로운 두 팀이다.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 초정밀한 맨투맨과 스위치로 승부를 볼 가능성이 크다.
본래 수비전은 모비스의 전공이다. 그러나 1차전을 통해 오리온도 수비전서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사실 공격 맞불작전으로 나가면 포워드 라인이 튼실한 오리온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중론. 하지만, 오리온은 수비전서도 자신감을 얻으며 상승세를 탔고, 모비스는 상대적으로 부담을 안게 됐다.
승부는 사소한 대목에서 갈린다. 경기종료 34초전 문태종의 결정적인 역전 3점포는 아이라 클라크의 스위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 잭슨이 경기종료 5.3초전 자유투 2구를 놓친 뒤 분명 모비스가 리바운드를 잡을 듯했으나 다음 움직임이 약간 둔화되는 사이 잭슨이 잽싸게 낚아챈 것도 같은 논리다. 극심한 수비전의 결론은 경기 막판 기본을 지키는 것과 1~2발짝의 움직임이다.
이틀 간격으로 최대 4차례 더 치러지는 4강 플레이오프. 수비전은 곧 체력전이다. 모비스는 일찌감치 이런 상황에 대비, 벤치멤버들을 적극 중용하고 있다. 유 감독은 "4~5차전을 내다보고 있다"라고 했다. 오리온도 마찬가지. 추일승 감독은 문태종을 아예 전반전에는 기용하지 않았다. 한호빈, 김강선 등 전담수비수들도 준비해놓은 상태다.
그런 점에서 아직은 이 시리즈의 승자를 예측하긴 어렵다. 오리온은 분명히 심리적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모비스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두 팀 모두 상대의 수비에 공격적으로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특히 모비스가 오리온의 베이스라인 수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모비스와 오리온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장면. 사진 = 울산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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