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설마 4~5번 타자를 다 거르겠어요?"
NC 베테랑 타자 이호준은 5~6일 잠실 두산전서 연이어 결장했다. 등에 약간의 담 증세가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만으로 불혹에 접어든 그를 철저히 관리한다. 올 시즌에는 FA 박석민이 합류하면서 타순도 5번에서 6번으로 내려갔다.
이호준은 2013년 FA로 NC에 입단했다. 그런 이호준이 신입 FA 박석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남다르다. 박석민에게 중심타자 타이틀을 넘겨주고 선수생활 황혼기에 접어든 상황. 그는 박석민의 입단으로 새로운 야구를 시작했다.
▲96억원 아깝지 않다
이호준은 7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솔직히 석민이를 잘 몰랐다"라고 했다. 대구 토박이로 삼성에서만 생활한 박석민과 광주에서 태어나 해태~SK를 거친 이호준은 활동 무대가 달랐다. 두 사람은 올 시즌 처음으로 한 팀에서 뛰고 있다.
이호준은 박석민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돈(96억원)이 아깝지 않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야구를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멋있는 친구다. 인사성도 밝고 예의가 바르다. 선배들에게 깍듯하게 대한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박석민은 팬들에겐 재미있는 이미지로 비춰지지만, 야구에 대해 매우 진지하고 동료 선, 후배, 야구 관계자들에게 예의 바른 선수로 유명하다.
또 하나. 이호준은 "석민이가 분위기메이커 역할도 잘 한다"라고 했다. 사실 이 부분은 이호준의 전공이다. 하지만, 그는 "나보다 낫다. 나중에 내가 은퇴하고 석민이가 최고참이 되면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잘할 것 같다. 후배들을 잘 이끄는 선배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야구도 잘 하면서 팀 분위기까지 잡으면 NC로선 박석민에게 더 바랄 게 없다. 이호준이 박석민을 두고 96억원이 아깝지 않다고 말한 이유다.
▲설마 4~5번 타자를 다 거를까
이호준은 2013년 NC에 입단하자마자 4번타자를 맡아 간판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14년 괴물타자 에릭 테임즈가 입단하면서 5번으로 내려갔고, 올 시즌 박석민이 입단하면서 6번으로 내려갔다. 김경문 감독은 불혹의 베테랑 타자에게 부담을 덜 주는 게 옳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다.
이호준은 6번타순에 대한 적응을 새롭게 해야 한다. 그는 "솔직히 5번이나 6번이나 느낌의 차이는 없다"라면서도 "부담을 덜고 타격에 임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투수들이 에릭 테임즈를 거르면서 그에게 찬스가 많이 찾아왔다. 이호준은 "그럴 때마다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임했다. 자신 있었지만, 부담도 됐다"라고 했다.
올 시즌에는 상황이 다르다. 박석민이 5번 타순에 가세하면서 투수 입장에선 위기에서 테임즈와 박석민을 모두 고의사구로 거를 가능성은 없다는 게 그의 예상이다. 결국 승부처에서 테임즈와 박석민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낸 뒤 이호준 타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이호준으로선 자신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에선 벗어났다.
대신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이호준은 "예전에는 홈런을 치고 싶다고 마음을 먹으면 진짜로 풀스윙을 해서 큰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이제는 힘을 주고 치면 전부 내야 땅볼이다. 힘 빼고 쳐야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라고 웃었다. 박석민의 입단으로 중심타자로서의 부담감을 어느 정도 덜어낸 이호준.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힘 빼고 타석에 들어가도 될 듯하다.
[이호준(위), 박석민과 NC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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