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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역사상 최악의 음치 소프라노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메릴 스트립)는 남편이자 사고전담 매니저인 베이필드(휴 그랜트)의 도움으로 꾸준히 무대에 오른다. 베이필드는 음치의 노래를 참고 들어준 관객을 매수하고, 평론가들을 구워 삶아 플로렌스의 기를 살려준다. 코스메 맥문(사이몬 헬버그)은 영문도 모른 채 반주를 하다가 엉겹결에 눌러 앉는다. 플로렌스가 참전 군인들에게 용기를 주겠다며 카네기 홀 공연을 추진하자 베이필드와 맥문은 그녀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세 배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멋진 하모니를 빚어냈다. 메릴 스트립은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음치 소프라노 역을 맡아 일부러 음을 틀리고, 귀가 따가워지는 고음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휴 그랜트는 ‘로맨틱 가이’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와 평론가에게 호통을 치는 근엄한 표정을 오가며 극에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사이먼 헬버그의 리액션 연기는 근래 개봉한 코미디 영화 중 최상급이다. 플로렌스의 정체를 모른 상태에서 반주를 하다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는 모습은 오랫동안 배꼽을 쥐게 만든다.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웃음 폭탄이다.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은, ‘더 퀸’ ‘필로미나의 기적’에서 알 수 있듯, 실존 여성의 삶에서 감동의 이야기를 끌어낸다. 그의 영화엔 삶의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플로렌스’는 음치 소프라노의 도전을 응원하는 동시에 삶의 어느 국면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타인의 꿈에 박수를 보내는 영화다.
베이필드는 배우를 꿈꿨지만 특출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플로렌스의 매니저로 살아간다. 맥문은 어려운 환경에서 피아니스트의 꿈을 꾸다가 플로렌스 반주 전문가로 일한다. 이들도 한때 꿈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꿈을 이루고 살지 않는다. 베이필드의 말처럼, 야망을 버렸을 때 새로운 인생이 열린다. 이들은 진실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플로렌스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들도 플로렌스처럼,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사진 제공 = 누리픽처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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