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하정우라는 배우의 한계는 어디일까. 스스로 무명 '터널'을 뚫고 믿고 보는 배우로 등극했다. 그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지금의 '1인극 장인'을 넘어선 성장이 기대되는 바다.
# 연기의 키 '연극'
하정우의 연기 뿌리는 연극 무대다. 그는 지난 1997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면서 연기에 입문했다. '카르멘', '오델로' 등 다수의 연극 무대에 올랐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이때부터 남달랐다. 영화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2014년작 '군도: 민란의 시대'의 삭발 투혼은 사실 하정우에겐 대수롭지 않은 변신이었다. 이미 재학 당시 '오델로'에서 맡은 역할을 위해 삭발을 소화한 바 있다. 이 모습을 98학번 후배 윤종빈 감독이 인상 깊게 보고는 '군도'에서 하정우에게 권유한 것이라고 한다.
연기파 배우들이나 흔히 시도하는 몸무게 불리기도 주저하지 않았다. 하정우는 당시 연극 한 편에 어울리는 캐릭터가 되기 위해 70kg 대에서 80kg 대로 10kg 가까이 체중을 늘린 적이 있다.
차곡차곡 연기 내공을 쌓은 뒤 브라운관, 스크린으로 점차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갔다.
# 후광 대신 자체발광
특히나 눈길을 끄는 건 스타 2세라는 후광 없이 연예계에 발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하정우는 국민 배우 김용건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갔다. 그는 98년 MBC 공채 탤런트 시험에 낙방하고 군에 입대했다. 이후 제대한 뒤에는 단역 배우로 활동했다. 수많은 오디션에 응했지만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경험이 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2005년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통해 하정우라는 이름 세 글자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극 중 대통령 딸 전도연의 경호원으로 출연, 적은 분량임에도 개성 있는 연기력을 뽐내며 그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어 그해 곧바로 윤종빈 감독의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가 개봉되면서 연기력의 진가도 발휘했다. 이 작품은 윤종빈 감독의 졸업작품으로 하정우가 이름을 알리기 전 노개런티로 찍은 영화다.
하정우는 극 중 말년병장 캐릭터로 분해 실감 나는 열연을 선보였고 제8회 디렉터스컷, 제2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의 시상식에서 남자신인상을 수상,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 뒤 하정우는 2년 만에 미니시리즈 '히트' 주연 자리를 꿰찼다. 당시 신인으로서 고현정의 남자로 낙점되는 파격 캐스팅이었다. 온전히 하정우가 이뤄낸 성과였다.
하지만 '히트' 이후 하정우를 브라운관에서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그는 드라마 주연급으로 자리매김하는 대신 이내 충무로로 발길을 돌렸다. 과거 한 예능 프로에서 이 같은 이유에 대해 "드라마 제의가 계속 들어왔지만 결정을 못 했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장독대 뚜껑을 쉽게 열지 말자고 생각했다. 연기의 장을 묵혀야 한다고 봤다"고 전한 바 있다.
# 다작(多作)으로 다진 내공
하정우는 2008년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범을 열연, 배우 인생 제2막을 맞았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사이코패스 면모를 표현하며 악역 캐릭터에 한 획을 그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충무로 섭외 1순위로 우뚝 올라섰다. 그럼에도 하정우는 작품 편식 없이 다작 행보를 이어갔다. 주가 상승 후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여느 스타들과 달랐다. 장르불문, 주·조연 막론하고 다양한 작품에 임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집중했다.
'비스티 보이즈'에선 호스트를, '멋진 하루'에선 전도연의 엑스보이 프렌드로, '황해'에선 조선족으로 변신했다.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평행이론'에선 조연으로 등장했다. '울학교 이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에서는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쉬지 않고 열일 하는 만큼 나날이 독보적 영역을 구축해갔다. 2009년 '국가대표'(800만)를 통해 흥행보증수표로 확실히 각인됐다. 2011년에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라는 또 하나의 인생작을 추가했다.
2013년에는 홀로 러닝타임을 이끄는 '더 테러 라이브'를 통해 재난극의 새 장을 열었다. 이후 2015년 '암살'로 천만 배우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올해 선보인 '아가씨', '터널' 두 작품은 흥행 성공과 더불어 하정우가 명실상부 최고 배우임을 새삼 증명해줬다.
"죽기 전까지 영화 100편 찍는 게 목표"라는 하정우의 다음 행보는 '신과 함께'다. 저승사자 역할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DB, 온라인 커뮤니티, '프라하의 연인' 캡처, '히트' 스틸, 영화 포스터]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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