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올해 여름 관객들은 충무로에서 '부산행'을 타고 '인천'을 찍고 '터널'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 가운데 사극 '덕혜옹주'까지, 여름을 겨냥한 한국 대작 4편이 모두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3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여름 극장가 성수기인 7~8월 총 관객수는 5,568만 2,836명이다. 이 중 한국영화가 차지하는 관객수는 3,611만 6,962명. 여기서 이 빅4 작품들이 끌어모은 관객수가 무려 3,022만 4,555명이다. 재관람의 경우를 배제한다면, 오천만 국민 5명 중 3명이 한 작품은 봤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손익분기점 돌파
'부산행'·'인천상륙작전'·'덕혜옹주'·'터널' 네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을 거뜬히 넘고 흥행 기록까지 세웠다.
'부산행' 순 제작비 86억 원, 마케팅 비용 포함 총 제작비는 115억 원이 투입됐다. 손익분기점은 대략 350만 관객으로, 이를 개봉 3일 만에 돌파했다. 이 기세를 몰아 5일 만에 누적관객수 500만 명, 7일 만에 600만, 10일 만에 700만, 12일 만에 800만, 이후 2주 만에 900만을 찍은 뒤 19일 만에 천만 스코어를 달성했다. 이는 올해 첫 천만 작품으로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87만), 일일 최다 관객수(128만) 등의 신기록을 수립했다. 특히 31일, '해운대'를 꺾고 역대 개봉 영화 흥행 순위 12위를 차지했다.
'인천상륙작전' 순 제작비만 147억 원, 총 제작비는 17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손익분기점은 500만 명. 개봉 2주차에 이를 넘긴 바 있다. 30일 기준 누적관객수는 697만 6,758명으로 700만 관객마저 넘길 전망이다.
'덕혜옹주' '부산행'과 비슷한 규모의 작품이다. 순 제작비 85억 원, 총 제작비 110억 원 수준. 특히 이 중 주연 배우 손예진이 10억 원을 투자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12일 만에 손익분기점 350만 관객을 돌파했음 물론, 개봉 5주차인 현재 536만 여 관객을 기록하고 있다.
'터널' 순 제작비는 77억 원이며, 총 제작비는 107억 원대다. 개봉 6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데 이어 18일째 600만 스코어를 달성했다. 특히 올해 최장기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무려 21일간 정상을 차지했다.
# 재난물 혹은 역사물
빅4의 장르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재난물 '부산행' '터널'이거나 역사물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이었다. 하지만 각 작품 모두 신선한 소재를 버무려 관객들의 마음을 저격했다.
재난물 먼저 '부산행'은 좀비를 다룬 재난물이다. 이는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의 좀비 블록버스터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개봉 전 모두의 우려와 달리 좀비가 리얼하게 스크린에 묘사되면서 호평을 이끌어냈다. '터널' 역시 기존 재난물과는 다르다. 하정우라는 명배우 덕분에 '1인 재난극'으로 탄생됐다. 마치 관객들이 터널에 갇힌 것 같은 높은 몰입감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사회 풍자와 해학도 담겨져 있다.
역사물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9월 15일 6·25전쟁의 전세를 뒤바꾼 군사작전인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처음 다룬 영화다. 이 작전을 이끈 UN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그렸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인 영웅들의 활약상을 최초로 조명했다. '덕혜옹주' 또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를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그녀의 비극적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 재회커플
네 작품은 전작에서 호흡을 맞춘 이들이 한 커플씩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전작과는 다른 느낌의 케미로 또 하나의 볼거리로 꼽힌다.
'부산행' 공유와 정유미는 지난 2011년 영화 '도가니' 이후 5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비록 극 중 각자 파트너는 달랐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투샷만으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인천상륙작전' 이정재와 이범수는 이 작품을 통해 13년 만에 세 번째 브로 케미를 선보였다. 지난 1999년 청춘물 '태양은 없다'에서 앙숙으로 등장한 데 이어 2003년 '오! 브라더스'에선 형제로 찰떡 콤비를 이룬 바 있다. 신작에선 이정재가 남한 측 첩보부대 대위로, 이범수는 북한군 사령관으로 등장해 팽팽한 연기 대결을 펼쳤다.
'덕혜옹주' 반면 손예진은 허진호 감독과 재회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5년 영화 '외출' 이후 11년 만에 협업했다. 허진호 감독은 이때부터 손예진의 배우로서 능력을 높이 샀고, 이는 '덕혜옹주'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외출'에서 못다 핀 흥행 불씨를 결국 '덕혜옹주'에서 활활 불태웠다.
'터널' 하정우와 오달수는 지난해 천만 영화 '암살'에서 브로맨스를 이룬 데 이어 '터널'에서도 특급 케미를 발산했다. 두 번째 호흡으로 믿고 보는 배우들 답게 한층 업그레이드된 케미를 뽐냈다.
# 카메오
네 작품에는 극 곳곳에 배치된 카메오를 보는 즐거움도 있다. 톱스타들을 대거 특별출연으로 섭외해 화제성을 높였다. 짧은 분량을 뛰어 넘는 강렬한 인상을 안겼다.
'부산행' 충무로의 차세대 여배우 심은경이 영화의 포문을 강렬하게 열었다. 좀비 소녀로 등장해 시작부터 짜릿한 공포감을 선사했다. 영화 속 최고의 신스틸러라는 극찬까지 얻어냈다.
'인천상륙작전' 카메오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관록의 여배우 김영애, 김선아부터 카리스마 중년배우 박성웅까지 카메오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여기에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도 가세했다. 특히 은퇴한 여배우 심은하의 두 딸도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덕혜옹주' '인천상륙작전' 못지않은 특급 카메오 군단을 이뤘다. 고종황제 역의 백윤식, 이우 왕자 역의 고수, 독립군으로 분한 김대명 등이 명연기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터널' 배우 김해숙은 장관으로 분해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더불어 배우 박혁권은 정부관료로 특별출연,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극 중 라디오 DJ로 변신했다. 목소리만 흘렀지만 존재감을 드러냈다.
# 명정쎄 악역
각 작품 속 '명정쎄'(명치 정말 세게 때리고 싶다)를 부르는 절대 악역 캐틱터도 흥행 요인 중 하나다.
'부산행' 김의성은 극 중 고속버스 회사 상무 용석 역할을 맡아 악역의 끝을 보여줬다. 실감나는 연기력으로 인해 영화 개봉 이후 관객들의 욕설에 시달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인천상륙작전' 이범수는 림계진이라는 전형적 악역을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냈다.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몸무게까지 불렸다.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누구에게나 망설임 없이 총구를 겨누는 냉혹한 인물이다.
'덕혜옹주' 윤제문은 조국을 버린 친일파 한태수로 역대급 악역을 소화했다. 덕혜옹주(손예진)를 피 말리게 하는 악행으로 보는 이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비아냥을 일삼는 말투와 표정 등 디테일한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극대화했다.
'터널' 반면 미워할 수 없는 악역도 있다. 김해숙은 무책임한 장관 연기를 했다. 터널 붕괴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 구조보다 카메라 세례에 더 관심을 보이지만 능청스럽게 이를 소화하면서 공분과 동시에 웃음을 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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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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