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장르는 곧 주제다. 누아르는 파멸, 호러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두려움, SF는 미래의 막연한 불안함을 담아낸다. ‘장르의 마법사’ 김지운 감독은 ‘밀정’의 장르를 스파이물로 정했다.
“스파이 장르는 그 시대의 두려움이죠. 밀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시대의 모순을 집약적으로 축약한 거예요. 시대가 인물을 몰아 붙이죠. 일제 시대의 압박감과 두려움을 표현하고 싶었죠.”
6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지운 감독은 장르 선택부터 배우들과의 호흡과 음악, 차기작 ‘인랑’의 주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작품.
지난해 2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은 묵직하고 진중했다. 2개월간 각색하면서 상업영화의 틀을 잡았다. 오프닝과 엔딩신을 새롭게 넣었고, 인물을 보강했다. 장르의 쾌감을 위해 기차 시퀀스를 새로 넣었다. 송강호가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 캐릭터에 관심을 보이면서 급물살을 탔다.
“스파이 장르의 긴장감을 위해서 배우들의 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았어요. 배우들에게 스몰 액팅을 요구했죠. 내부에 밀정이 있는 이야기이니까, 은밀하고 섬세하고 디테일해야죠. 호흡과 시선 처리가 꽉 짜여진 상태에서 파문이 일어날 듯한 확장성이 생기길 바랐어요. 미시적으로 조이고, 차갑게 전달하고 싶었죠. 어떤 영화보다 디테일하게 찍었어요.재즈와 클래식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냈고요.”
배우가 캐릭터에 서서히 젖어들 듯, 감독도 영화 분위기에 체화된다. 김지운은 ‘악마를 보았다’에선 어두워졌고, ‘달콤한 인생’에선 댄디해졌으며, ‘장화, 홍련’에선 슬펐다. ‘밀정’에선 엄숙해졌다. 독립을 위해 죽음을 불사한 선열들의 삶에 옷깃을 여미었다.
‘놈놈놈’과 ‘밀정’은 김지운 감독의 ‘일제시대 2부작’이다. 전자가 드넓은 만주벌판을 호방하게 달려나가는 원심력의 영화라면, 후자는 인물의 흔들리는 내면을 파고드는 구심력의 영화다.
“듣고보니 그렇네요. ‘놈놈놈’이 아웃 고잉(Out going)이라면, ‘밀정’은 인 고잉(In going)이죠. ‘놈놈놈’이 순수한 욕망에 조응하는 과정을 피지컬하게 표현했다면, ‘밀정’은 선열들의 비장함과 위엄을 담았어요. 차갑게 시작했지만, 뜨거워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죠.”
그는 명확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영화를 풀어나간다. ‘놈놈놈’은 대평원을 달리는 이미지에서 출발했다. ‘밀정’은 쓸쓸한 퇴장의 이미지로 수렴된다. 그러나 그 퇴장은 새로운 희망을 위한 바통 터치다. 그는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반도가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었잖아요. 지금도 강대국들의 파워 게임에 시달리는 부분이 있죠. 그 시대의 이야기를 해볼만하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의 모습을 직시하고 전면적으로 바라보는 ‘현재적 의미’가 ‘밀정’에 있습니다.”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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