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5선발이죠."
21년만에 페넌트레이스 정상에 복귀한 두산. 각종 신기록, 진기록을 세우며 최고의 2016시즌을 보냈다. '판타스틱4'로 불리는 막강 선발진, 김재환, 오재일, 박건우의 성장으로 김현수의 공백을 200% 채워낸 타선, 시즌 막판 업그레이드에 성공한 불펜까지. 두산으로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정규시즌이다.
김태형에게 올 시즌 아쉬움이 있을까. 당연하다. 보수적인 시각으로 최악을 준비하는 사령탑은 늘 전력에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이 22일 잠실 kt전을 앞두고 꼽은 단 하나의 아쉬움은 5선발이었다.
KBO리그는 S급은 고사하고 A급의 수준급 선발투수조차 귀하다. 두산은 A급 선발을 다수 보유하면서 정규시즌 우승에 이르렀다. 더스틴 니퍼트에 버금가는 1선발을 보유한 팀들은 있지만, 2~4선발까지 탄탄한 팀은 없다. 이 부분이 두산의 비교우위, 즉 우승의 핵심 원동력이다.
그러나 모든 투수가 A급일 수는 없다. 두산 역시 마찬가지다. 5선발은 A급과는 거리가 있어도 장기레이스를 버텨내는 내구성을 어느 정도 갖춰야 꿰찰 수 있는 보직이다. 남들이 들으면 배부른 투정인 건 맞다. 그래도 두산 입장에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허준혁이 5선발로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14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올 시즌 성적은 4승6패평균자책점 5.21. 공이 아주 느리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제구력이 정교하지만, 기복이 있다.
시즌 중반 안규영, 고원준 등도 5선발로 기회를 얻었다. 나란히 시즌 첫 선발 등판서 선발승을 챙겼다. 하지만, 이후 타자들의 분석에 고전했다. 9월 이후 허준혁이 불펜으로만 나서면서 안규영이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그러나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6.97이다. 포크볼처럼 손가락을 벌린 뒤 손목을 비틀어 던지는 특유의 체인지업이 피안타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고원준은 7월 8일 KIA전 이후 더 이상 등판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몸 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게 김 감독 설명.
올 시즌 판타스틱4가 아닌 투수가 따낸 선발승은 6승이다. 허준혁이 4승, 안규영과 고원준이 각각 1승을 챙겼다. 지금도 두산 선발진은 좋지만, 김 감독은 더 큰 그림을 그린다. 그는 "내년에는 5선발뿐 아니라 6선발까지 준비해놓아야 한다"라고 했다. 6선발을 운용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스프링캠프서 최대한 많은 자원을 5선발감으로 준비, 만약에 대비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도중 2017년~2019년 3년 재계약을 맺었다. 자연스럽게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위치다. 두산 전력구성상 5선발만 제대로 구축하면 롱런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내년 스프링캠프서 진행될 5선발 찾기는 어쩌면 올 시즌 통합우승도전보다 더 중요한 작업이다.
[허준혁(위), 안규영(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