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정’촬영장에서 엄태구가 사라지는 이유
이번 영화에서 악랄한 일본 형사의 모습을 역대급으로 보여준 엄태구씨. 그 쏘아보는 눈 빛 하나하나에 악랄함이 섬뜩하게 묻어나오는 엄태구씨는 사실 한없이 수줍고 선한 사람이다. 오죽하면 첫 만남 때, 취미가 뭐냐는 나의 질문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꺼낸 대답이 “기도하기요...” 였을까. 이 엄태구씨가 촬영장에서 계속 사라진다. 매니저조차도 어디 있는지를 모를 때가 거의 대부분이다.
현장이라는 곳이 항상 소란하다. 그 많은 인원들이 각자의 일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니 소란할 수 밖에... 한 번은 생각할 것도 있고 조용히 담배나 한 대 피려고, 현장 옆에 있는 빈 창고에 들어갔다. 조용히 담배를 한 대 피고 있는데 어디서 뭔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뭔가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이 묵직하게 들려온다. 그 소리를 찾아 주변을 살펴보자 저기 한 쪽 구석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눈을 감고 집중하면서 뭔가 주문 같은 걸 외고 있는 것이다. 이 묘한 분위기는 바로 엄태구씨가 대사를 외우면서 혼자서 리허설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엄태구씨! 여기서 뭐해?” 라고 묻자 어색한 웃음를 지으면서 “집중 좀 하려구요...” 라고 수줍게 대답을 한다. 그때, 밖에서 “엄태구씨! 엄태구씨 어딨어!” 라는 소리가 들리자, 바로 “네!” 하면서 달려 나간다. 밖으로 따라 나온 나는 카메라 앞에 선 엄태구씨를 본다.
카메라가 돌기 전, 엄태구씨는 자신만의 의식을 한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 자신의 팔과 몸을 손바닥으로 치기도 하며, 뭔가 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러고 나면 엄태구씨는 하시모토로 바뀐다. 천하의 송강호씨 앞에서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대들고, 모두가 경악한 역대급의 불꽃싸대기를 날린다. 컷! 소리가 나면 다시 한없이 순하디 순한 엄태구씨로 돌아온다.
우리는 엄태구씨의 액션! 이전의 의식을 엄태구가 하시모토를 받아들이는 접신의 과정이라고 얘기한다. 오늘도 엄태구씨는 매니저도 모르게 사라지고 있으며 현장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하시모토로 변화시키고 있다. 스크립터와 매니저가 엄태구를 찾아 움직이면 어느새 바로 나타나서 접신의 마지막 과정을 거쳐 극악무도한 하시모토의 모습을 보여준다.
며칠 후, 우리는 접신을 따라하는 하일수(허성태씨)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글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 제공 = 워너브러더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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