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윤욱재 기자] 이토록 안정감을 가진 투수는 정말 찾기 어렵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볼넷을 거의 내주지 않는다. 강력한 구위도 갖추고 있어 점수 또한 쉽게 헌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큰 경기에서도 흔들림이 전혀 없다.
LG가 양현종에게 연패를 안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데이비드 허프의 완승이었다. 대표적인 'LG 킬러'인 양현종이 LG전에서 패전으로 물러나는 일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런데 허프를 만나고 두 번 다 패했다.
27일 광주 KIA전에서 보여준 허프의 피칭은 여전히 강력했다.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또 한번 최고의 피칭을 선사했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허프를 만날 수 있었다. LG 선수단이 곧바로 서울로 이동하기에 허프와 나눌 수 있는 대화는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그와 나눈 대화에서 '에이스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승리투수인 허프에게서 기쁘거나 들뜬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다. 마치 자신의 투구처럼 말이다.
이날 허프는 151km까지 나온 직구와 체인지업 만으로도 타자를 요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허프는 LG 입단 후 초반에는 커브를 던지기도 했으나 지금은 직구, 체인지업, 컷 패스트볼을 구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허프의 '선택과 집중'이었다. 허프는 "커브는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4가지 구종을 던지는 것보다 3피치로 타자를 상대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허프는 좋은 선수일수록 평정심을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좋은 팀과 좋은 선수들은 항상 일정한 모습을 보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큰 경기'에 강한 이유를 물었을 때도 그는 "별다른 이유는 없다. 일정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서도 쉽게 동요하지 않는 평정심이야말로 허프가 가진 최고의 무기다.
흔들림 없는 허프의 모습은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69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은 단 8개 밖에 내주지 않은 것이다.
허프는 "나는 스트라이크존에 공격적으로 던지려고 하는 투수다. 공격적인 투수라 볼넷을 많이 주지 않는 편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허프가 27일 KIA전에서 7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은 단 2개만 허용한 게 전부였다. 그 중 1개는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허프는 "상황에 따라 볼넷을 주기도 한다. 5회말 김주형에게 볼넷을 준 것은 고의 4구와 비슷했는데 다음 상황에서 병살을 노린 것이었다"고 밝혔다.
LG는 '빅 게임 피처' 허프가 있어 4위 자리를 굳히는 모양새다. 5위 KIA를 3경기차로 따돌려 4위가 더욱 유력해졌다.
만일 LG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출전한다면 선발투수로는 단연 허프를 1순위로 꼽을 수 있다. 한 경기에 모든 걸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올해 KBO 리그에 첫 선을 보인 허프에게 포스트시즌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허프는 "포스트시즌은 우승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우리가 강한 팀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라고 말했다. 정말 에이스다운 한마디가 아닌가.
[데이비드 허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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