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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데뷔 18년 이래 이렇게 망가진 캐릭터를 맡아본 건 처음이에요."
배우 유지태가 제대로 망가졌다. 영화 '스플릿'에서 철종 역으로 분해 밑바닥 인생을 그렸다. 과거 볼링계 전설이라 불렸지만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모든 것을 잃고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캐릭터다. 낮에는 가짜 석유 판매원, 밤에는 도박 볼링판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나간다.
그동안 영화 '올드보이', 드라마 '굿와이프' 등에서 냉혈하고 엘리트적 면모가 돋보이는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였기에 이번 변신이 더욱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유지태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주로 럭셔리한 악역들을 연기해왔는데 이렇게 망가진 캐릭터는 처음 소화해 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도박 영화보다는 버디 무비나 두 남자의 성장기를 담은 휴먼드라마에 가깝게 영화가 나왔어요."
9일 개봉 예정인 '스플릿'은 철종이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자폐아 영훈(이다윗)의 천재적 볼링 능력을 발견하고는 그를 꼬드기고 볼링판을 뒤흔드는 콤비로 거듭나 인생 뒤집기 한 판을 이야기하는 내용의 작품이다. 치열한 승부로 짜릿함을 선사함과 동시에 배신과 갈등이 난무하는 도박 볼링 세계에서 피어나는 두 사람의 우정이 버디 무비로서도 손색 없는 감동 드라마를 안긴다.
한국 영화계에선 생소한 도박 볼링이라는 소재, 여기에 농익은 감정선을 더해 브로맨스까지 버무려야 한다는 점에서 유지태의 어깨에 짊어질 무게는 상당했다. 하지만 누가 연기파 배우 아니랄까 봐 스크린 속 그는 철종 그 자체였다.
"결과물이 최대한 재밌게 나올 수 있도록 현장에서 노력을 많이 기울였어요. 내가 캐릭터와 맞게 잘 하고 있는지, 제작진과 배우들과 잘 소통을 하고 있는지, 상대역 이다윗과의 앙상블을 잘 이끌고 있는지 이런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요.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완성물을 만들어낸다면 배우들은 이들의 조력자예요. 촬영장에서 100% 능력치를 발휘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려고 했어요."
볼링을 태어나서 딱 한 번 쳐봤다던 유지태는 촬영 무렵 4개월간의 꾸준한 연습 끝에 250점의 최고 점수를 기록, 프로 못지않은 실력으로 끌어올리고 능수능란하게 철종 캐릭터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했다.
"볼링은 치는 것보다 자세가 더 중요해요. 진짜 프로 볼러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 연습을 많이 했어요. 또 철종이 밑바닥 인생이라고 해서 루저처럼 보이게 하지는 않으려 했어요.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는 오히려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괜히 실없는 농담을 많이 건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빈틈 있는 캐릭터로 방향을 잡았죠. 감독님도 너무 틀에 박힌 이미지 말고 여러 방법으로 연기해보면 안 되겠냐고 하셨는데 저 역시 같은 마음이었어요. 현실감을 살려 드라마를 극대화했죠. 극 중 영훈이 위기에 처한 순간 선뜻 나서지 않는다던가 말이에요."
비주얼 변신도 파격적이다. 젠틀맨의 대명사 유지태가 수트를 벗고 허름한 점퍼를 무심하게 툭 걸쳤다. 맡은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위해 헝클어진 파마 머리까지 시도했다. 직접 최국희 감독에게 다양한 콘셉트를 제안하고 함께 만들어나갔다.
"배우가 작품에 녹아들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남루한 차림을 했고 감독님께 이런 스타일은 어떨지, 여러 헤어스타일을 제안해봤어요. 많은 스타일을 시도해봤었는데 그 중 감독님도 호일펌이 가장 괜찮다고 말씀해주셔서 이걸로 결정됐죠. 그래도 주변에서 철종 스타일이 저와 잘 어울린다고 은근 섹시하다고 칭찬을 해주시더라고요. 하하. 다행히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스플릿'으로 새로운 변신을 선보인 뒤에도 유지태의 도전은 쉴 틈 없이 계속된다. 그의 다음 정거장은 영화 '꾼'이다. 내년 개봉을 목표로 현재 현빈과 함께 촬영에 한창이다.
"'꾼'에서도 검사 역할을 맡았어요. 하지만 '굿와이프'보다 더한 악역이랍니다. 더욱 폭력적이고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로 찾아뵐 예정이에요."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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