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마이데일리 = 김지은 기자] [창간인터뷰①]에 이어
“내일이라도 패션이 싫어지면 그만둘 수 있어”
고태용 디자이너는 미술 비전공자에 유학경험도 없고, 돈도 없는 편입생이었다. 그런 그가 ‘최연소 서울컬렉션 데뷔’ 타이틀을 달고, 패션계에서 남다른 입지를 가진 베테랑이 됐다. 내로라하는 금수저가 판을 치는 패션계에서 살아남은 흙수저는 데뷔 10년차가 되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수입이 없는 상황에도 매년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옷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점차 커졌다.
“저는 한가지 일을 꾸준히 해본적이 없어요. 싫증을 아주 잘내요. 건방져보일 수 있지만 내일이라도 패션이 싫어지면 그만둘 수 있어요. 그런데 10년을 했으니 어마어마한거죠. 순간순간이 재미있으니까 패션을 계속하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쌓여서 어떤 것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생겼어요.”
하지만 고태용 디자이너가 순간의 즐거움만 쫓고 있진 않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노력을 하며 비욘드클로젯을 성장시키고 있다. 그중 하나가 아티스트나 브랜드와 진행하는 콜라보레이션이다. 단순히 옷에 이미지를 얹는 작업이 아니라 기왕이면 영감을 주고 받으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그런 생각이 지난시즌 오드퓨처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게 만들었다.
“우연히 아티스트 미카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서로 영감을 주고 받게 됐어요. 앞으로 이런식으로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후에 유머러스하고 컬러풀한 요소를 지닌 골프왕에 관심을 갖게 됐고, 바로 제안을 했어요. 단순한 라이센스 작업 말고 1년동안 작업해서 재미있는 것을 만들기로 했죠. 열심히 준비해서 글로벌 이슈로 만드는게 목표예요.”
이어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한 브랜드로 거듭나려면 멀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비욘드클로젯의 수장으로서 디자인과 비즈니스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재 비욘드클로젯은 디자이너 브랜드와 내셔널 브랜드의 중간에서 특유의 정체성을 지키며 다른 디자이너 브랜드가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운영하는데 투 트랙이 있어요. 디자인과 비즈니스죠. 전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길을 다 가고 있어요. 그런 분들 중에 제일 잘하고 있을걸요? 며칠 전에 디자이너 선배가 투트랙을 꿈꾸는 디자이너를 모아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안간다고 했어요. 제 방법이 정답이 아니거든요. 분명 저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고태용 디자이너라고 처음부터 투 트랙을 무탈하게 간 것은 아니었다. 비즈니스 툴을 잘 몰라서 엄창나게 고생했다. 그의 저서인 ‘세상은 나를 꺾을 수 없다’에서도 세금에 관한 이야기를 강조할 정도. 또한 사장으로서 직원을 관리하는 것도 어려웠단다. 하지만 무엇보다 디자인이 너무 하고 싶은데 디자인보다 다른 것을 더 많이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비즈니스 영역에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영리하게 디자인과 비즈니스를 오가는 미래계획을 얘기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디자이너윈도를 적극 활용하고, 브랜드 네임을 알리는데 효과적인 2030대 여성을 서브타킷으로 삼고 중성적이면서 세련된 옷을 내놓으려고 한다. 동시에 라이프스타일까지 확대할 수 있는 작업을 꿈꾸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아요. 얼마전엔 JW메리어트랑 콜라보레이션으로 푸드트럭을 만들기도 했죠. 좋은 파트너를 찾으면 10년동안 쌓아온 아카이브를 활용해 재미있는 결과물을 선보이고 싶어요.”
자신과 자신이 생각하는 패션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세세하게 얘기했던 고태용 디자이너는 인터뷰 중 K패션이 아직까진 너무 부풀려져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곧 K팝의 싸이, K스포츠의 박지성 선수처럼 글로벌리한 인물이 나올때가 됐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디자이너가 고태용이길, 그가 곧 K패션의 아이콘이 되길 진심을 다해 바란다.
[디자이너 고태용.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지은 기자 kkell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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