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야구는 제 인생이자 운명이 아닐까요?”
(창간인터뷰①에 이어) 김진욱 감독이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의 야구 인생이 있었다. 1960년 8월 대구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천안북일고-동아대를 거쳐 1984년 OB 베어스에 입단했다. OB에서 9시즌을 뛰며 1985, 1988, 1989시즌에는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이후 1993년 쌍방울에서 한 시즌을 더 뛰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231경기 53승 71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68.
▲ 척추측만증으로 고통 받았던 선수시절
김 감독의 선수시절은 부상으로 인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김 감독은 “고2로 올라갈 때 척추측만증이 찾아왔다. 다리 전체에 마비가 와 운동을 못할 수준이었다. 그래도 우기면서 계속 야구를 했다. 몸이 안 따라줘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The Platters-Only you’를 들으면서 많이 울었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투수는 한 번도 못하다가 졸업하기 전 마지막 대회였던 봉황대기에서 김영덕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 덕에 완투했었다”라고 덧붙였다.
동아대에 진학해서도 허리 통증은 좀처럼 낫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오히려 허리가 부러질 각오로 방망이를 세게 돌려가며 연습했다. 차라리 아파서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그였다. 이러한 김 감독의 무리수는 전화위복이 됐다. 그는 “그 때부터 웬만한 통증은 통증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이후 전지훈련에도 참가했고 3학년부터 투수를 할 수 있었다. 포기하려고 했던 게 부상을 이길 수 있는 힘으로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프로에서의 10시즌 활약에 대해서는 “이렇게 아팠는데도 프로에서 10년을 뛴 건 스스로 칭찬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본다. 만났던 지도자분들이 이해를 많이 해주셨다. 심지어 혹독하기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님도 제주도 전지훈련 당시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쉬게 해주셨다. 아마 무리했다면 선수생활을 오래 못했을 것이다”라고 흡족해했다.
▲ 프로 첫 감독,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기억
선수생활을 그렇게 마감한 김 감독은 분당 중앙고, 구리 인창고 감독을 거쳐 2007년 코치로 친정팀 두산에 돌아왔다. 5년 간 코치 생활을 무난히 이어가고 있던 찰나. 김 감독은 2011년 두산으로부터 1군 감독직을 제의받았다. 그는 “생각도 못했고 준비도 전혀 못했다. 원래 목표는 2군 감독이었다. 기량이 부족한 2군 선수들을 육성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라며 “갑자기 감독이 되면서 코칭스태프도 제대로 꾸리지 못했다. 정신이 없었던 첫 해였다”라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김 감독은 그래도 2012시즌을 정규시즌 3위로 마무리했다. 비록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했지만 다음해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뒤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찾아온 건 경질이었다. 그는 “두산이라는 오래된 팀을 혼자서 바꿔나가는 게 벅찼다. 그래도 2013시즌은 잊지 못한다. 선수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팀 상태가 좋지 못했지만 원팀이 됐을 때의 에너지가 나왔다”라며 “향후 10년은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팀을 만드는 과정이었는데 갑자기 경질돼 아쉬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 김진욱 감독, 마이크를 잡다
1년 동안 휴식을 가진 김 감독은 2015년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팬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사실 처음에는 해설위원 제의를 완강히 거부한 그였다. 그는 “임용수 아나운서와 당시 XTM 프로듀서가 찾아와 함께 하자고 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였다. 해설위원은 성향도 안 맞고 애초에 생각한 적도 없어 거절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후 주변에서 야구를 방송으로 보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야구를 한 번 다른 시각에서 보고 싶었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야구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제의를 수락했다”라고 마음을 돌린 이유를 설명했다.
김 감독은 2년간의 해설을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 그는 즐기는 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들이 나왔다. 오로지 이기려고만 애를 쓰면 이길 수 없더라. 오히려 즐기는 팀이 많이 이겼다. 선수들을 압박하는 것보다는 즐기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라는 게 김 감독의 설명. 그래서 김 감독은 오늘도 kt 선수단에게 ‘즐겁고 신나게 야구하자’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 김진욱 감독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커피’
김 감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커피다. 평소 커피 마니아로 알려진 그는 두산 감독 시절 팬들로부터 ‘커피 감독’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커피는 대학교 때부터 좋아하게 됐다. 프로에 와서도 커피를 참 많이 마셨다”라며 “마시고 싶을 때 그냥 마신다. 누가 커피를 하루에 몇 잔 마시냐고 물어 세본 적이 있었는데 믹스커피 30스틱이 나왔다. 아마 캔 커피로는 3층짜리 집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커피 먹고 몸이 안 좋아지거나 그런 건 전혀 없다. 일단 눈 뜨자마자 냉장고에서 시원한 캔 커피 2캔을 꺼내 눈 마사지를 한다. 그 중에 하나는 바로 마신다. 잠들기 직전에도 시원한 캔 커피를 마시고 잔다”라고 커피와 함께하는 하루를 전했다. 다만 김 감독은 “아메리카노는 그렇게 선호하진 않는다”라며 취향에 선을 그었다.
▲ 김진욱 감독에게 야구란?
김 감독은 야구를 인생과 운명에 빗댔다. 그는 “야구는 내 인생이다. 야구를 통해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야구를 통해서 살아가야 한다. 운명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피한다고 피해지지 않았다. 다들 허리 아파서 야구 못한다고 했을 때도 운명적으로 타고 나지 않았다면 진짜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많이 아프면서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래서 야구는 내 운명인 것 같다”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kt 김진욱 감독. 사진 = 수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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