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내년에도 1군에서 야구하고 싶다. 주전이 아니더라고 괜찮다.”
이해창(29, kt 위즈)의 2016시즌은 ‘이해창’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린 한 시즌이었다. 경기고-한양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10년 신인드래프트 7라운드 50순위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한양대 시절 괜찮은 포수로 활약한 그였으나 프로에서는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며 2014년 9월 방출됐다. 1군 경험은 2011년 14경기 출장이 전부였다.
이해창은 방출 직후 테스트를 통해 kt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2015년 초 정식 선수가 됐지만 1군 출장은 5경기에 불과했다. 이해창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기회는 찾아왔다. 올 시즌 주전들의 사고와 부상 등으로 인해 그가 나설 차례가 됐다.
프로 통산 19경기 출장이 전부였던 이해창은 올 시즌 무려 88경기에 나섰다. 포수 출신인 조범현 전 감독의 지도를 충실히 따랐다. 그 결과 학창시절의 잠재력이 나오며 도루저지율 0.475를 기록했다. 이는 50경기 이상 출전한 포수들 가운데 최고 저지율. 9월 7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데뷔 첫 한 경기 3홈런을 때려내는 이른바 ‘인생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이해창은 “시즌이 끝났을 때 기분 좋은 꿈을 꾸다가 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쉽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다. 조범현 전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그 기회만큼 잘하지는 못했다”라고 한 시즌을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배운 게 많았다. 매일 경기에 나가면서 배운 것들을 즉각적으로 활용하고 실험할 수 있었다. 조 감독님이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셨다. 더 책임감 있게 공부하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조 전 감독은 자주 이해창에 대해 “볼 배합이 노련해졌다. 제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이해창의 프로 인생에서 이렇게 많은 경기를 나선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체력적인 부담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체력적인 부분을 신경 쓸 틈이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자주 경기에 나가는 게 처음이라 기분이 좋았다”라며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주위에서 체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말을 해줘 그때야 알았다. 나는 체력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계속 경기에 나간 것이었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이해창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역시 대구 삼성전이었다. 그는 “3홈런을 친 삼성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경기를 포함해서 밤에 시간이 나면 포털사이트에 내가 나온 영상을 본다. 영상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다”라고 흐뭇해했다.
물론 마냥 좋기만 한 시즌은 아니었다. 블로킹, 포구 등에서 미흡한 점을 보였고 타율도 0.203로 낮았다. 이해창은 “좀 더 과감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 더 자신감을 갖고 즐겁게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걱정도 많이 되고 소심한 마음에 그러지 못했다”라며 “특히 타석에서 생각이 많았다. 코치님들이 내가 볼 배합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치라고 했는데 생각이 많았다. 과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아쉬워했다.
이해창은 수원kt위즈파크에서 진행 중인 마무리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블로킹, 포구 등 수비 보완에 주력하면서 타격도 함께 발전시킨다는 게 그의 계획. 그는 “올해 많이 배웠던 걸 또 써먹으려면 1군에서 야구를 해야 한다. 올해처럼 기회를 다시 받기 위해 다시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kt의 안방마님 경쟁은 올해보다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종민이 부상에서 돌아왔고, 김진욱 감독이 물의를 일으켰던 장성우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해창은 오히려 치열한 경쟁체제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그는 “내년 시즌을 위해 경쟁을 펼치는 4명의 포수 안에 들어갔다는 자체가 행복하다. 작년 이맘때는 아예 전력에도 없었다. 감사하다”라며 “1군에서 뛰어보니까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졌다. 주전이 아니더라도 1군에 계속 있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해창은 가족의 열렬한 응원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사실 지난해 연달아 폭투를 범한 뒤로 어머니가 야구를 못 보셨다. 계속 기도만 하셨다. 중계를 아예 못 보셨다”라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이해창은 “8, 9월 이후로는 부모님 두 분 다 편하게 보셨다. 그것 자체가 좋았다. 부모님이 특히 올해 많이 좋아하셨던 것 같다. 1군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셔서 그런 것 같다”라고 뿌듯해했다.
이해창은 마지막으로 “집에 2살 된 딸이 있는데 TV에서 야구 중계를 하면 아빠라고 말하면서 손짓을 한다. 신기하다. 내게 이런 모든 부분들이 큰 힘이 된다. 올해의 경험을 토대로 내년 시즌 더 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각오를 남겼다.
[이해창.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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