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정말 뛰고 싶었던 그 시절을 생각하겠다."
2004년 서울에 입단한 고요한은 어느덧 팀에서 가장 오랜 시간동안 활약한 선수가 됐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프로무대에 도전한 고요한은 서울 입단 후 2년 만에 데뷔전을 치르는 등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팀의 주축 선수로 입지를 굳혀나가며 13년째 서울에서 활약하고 있다.
고요한은 서울에서 적지 않은 우승을 경험했다. 3차례 리그 우승(2010년, 2012년, 2016년) 주역으로 활약했고 지난해 FA컵 우승트로피도 들어 올렸다. 서울 유니폼을 입고 리그에서만 220경기에 출전한 고요한은 올시즌 4골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중요한 순간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올시즌 더블을 노리는 황선홍 감독의 서울은 FA컵 결승전만을 남겨 놓고 있다. 서울과 수원은 지난 2008년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이어 또한번 우승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 2008년 챔피언결정전 당시 기회를 얻지 못했던 고요한은 팀의 핵심 선수 중 한명이 된 상황에서 또한번 중요한 슈퍼매치를 앞두고 있다. 올시즌 성공적인 마무리를 원하는 고요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고요한과의 일문일답.
-막바지에 들어선 올시즌에 대한 소감은.
"올해는 기억에 남는 해다. 최근 경기를 뛰면서 몸이 올라온 상황이다. 시즌 중간에 부상이 있어 아시웠는데 황선홍 감독님께서 컨디션을 올릴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다. 그때부터 컨디션을 올리면서 리그 우승하는데 보탬이 되어 기쁘다. 앞으로 남은 두 경기가 있는데 뛸지 안뛸지 모르지만 팀이 우승해서 황선홍 감독님과 함께 더블을 하고 마무리한다면 좋은 기억이 되는 한해가 될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랜시간 활약한 선수가 됐는데.
"어렸을 때는 여기서 5년을 어떻게 버티지하는 생각이었다. 금방 5년이 지났고 형들과 경쟁해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10년이 지났다. 조금씩 경기에 출전하면서 시간을 뒤돌아보니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끝까지 남는자가 강한 사람이다. 계속 경쟁하면서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앞으로의 축구생활도 서울에서 오래하고 싶은 마음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꾸준히 활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신체조건이 좋은 편은 아니다. 어린 시절 17세 이하 대표팀을 다니면서 공격수도 많이 봤고 측면 공격수, 미드필더, 리베로까지 서봤다. 내가 축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서울에서 좋은 선수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 그런 부분이다. 공격과 수비에서 전체적인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단점일수도 있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신인 시절에는 포지션 경쟁 등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나랑 (이)청용이 (기)성용 (배)해민이 등이 있었다. 이장수 감독님때 청용이가 가장 먼저 경기를 뛰는 것을 보면서 성용이랑 '우리도 저기서 뛰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성용이가 기회를 얻게 됐다. 나와 해민이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황보관 감독님이 팀에 왔을 때 우연치 않게 기회가 왔고 부상 선수들도 있어 기회를 얻게 됐다. 그 때부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올시즌 중반 황선홍 감독이 부임했는데.
"6개월 동안 감독님을 경험했다. 상대 경기를 분석하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선수 한명한명에게 알려주신다. 공격적인 부분에선 선수 본인 능력으로 해야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하고 풀어나갔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수비는 조직력이 중요해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임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다."
-황선홍 감독 부임 후 팀에 연패에 빠진 상황에서 황선홍 감독은 '전술 변화보단 선수들이 잘하는 부분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었는데.
"연패하고 있을때 감독님께서 여러가지 주문을 했다면 선수들이 헷갈릴 수 있었다. 많이 복잡할 수 있었다. 선수들을 믿고 경기에 내보내셨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단합됐고 한경기 한경기를 이겨나갈 수 있었다. 이후에는 연승으로 이어져 리그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일단 승리를 하다보면 선수 개개인 자신감이 올라오고 팀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사실 '우리가 우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전북과 승점차도 많이 벌어졌다. 올해 전북과의 경기에서 모두 패했는데 막상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며 우승을 했다. 내년시즌이 더 기대된다."
-서울에서 활약하는 동안 6명의 감독들의 지도를 받았다. 다양한 감독을 거치면서도 서울이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색깔은.
"우리팀 스타일은 공격적이다. 공격적인팀도 있고 뻥차고 플레이하는 팀도 있고 여러팀이 있다. 우리팀은 짧은패스를 하면서 역습을 나간다. 귀네슈 감독님 시절부터 그런 색깔을 입혀왔다.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 우리팀 선수들도 그렇게 플레이하고 있다. 우리팀 색갈은 뻥축구가 아닌 풀어나가는 축구라고 생각한다."
-올해 FA컵 결승전이 수원과의 슈퍼매치로 열리게 됐는데.
"FA컵 4강전 조추첨을 갔을 때 나와 감독님이 수원과 결승전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렇게 됐다. 수원은 최근 분위기가 안좋아도 한방있는 선수가 많다. 우리와 경기를 하면 전투력이 불타올라서 나온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 슈퍼매치는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각오로 임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전북전처럼 간절함을 가지고 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FA컵 결승 1차전이 원정이다. 전북과의 AFC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원정 같은 결과를 거두지 않아야 한다. 우리 홈에서는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홈에서는 자신있다."
-기억에 남는 슈퍼매치는.
"2개의 경기가 기억난다. 하나는 귀네슈 감독님 시절 수원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우리팀이 패한 경기였다. 나는 경기장 바깥에서 지켜봤다. 선수들이 경기 후 우는 것을 보면서 슈퍼매치를 뛰어보고 싶었다. 다른 한경기는 2년전 경기 종료가 다되었을 때 내가 골을 넣고 승리했던 경기였다.(고요한은 2014년 11월 수원에서 열린 슈퍼매치에서 경기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렸다.)
-올해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AFC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도 그렇고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골을 터트린 경험이 많은데.
"사실 경기하면서 경기 끝날때쯤에 골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골을 넣었던 적은 없다. 나에게 그런 시간대에 그런 상황이 와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을 넣었을 뿐이다. 다른 위치에 더 좋은 선수가 있었다면 그선수에게 볼을 줬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골을 넣었을 때는 경기에 집중하다보니 시간대를 잘모른다. 수원에서 골을 넣을때도 '왜 이렇게 경기가 빨리 끝났지'하고 생각해보니 마지막 시간이었다. 우라와전도 골을 넣고 보니 경기가 끝날 시간이었다. 3년전 홈에서 대전과 경기 할때도 결승골을 넣고 보니 경기가 끝날 시간이었다."
-2008년 K리그 챔피언결정전 이후 또다시 우승을 놓고 수원과 맞대결을 펼치게 됐는데.
"2008년 그때는 정말 경기에 뛰고 싶었다. 슈퍼매치를 치르며 내가 서울에 입단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다른팀에서 뛰었다면 시즌 중 한경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서울에 와서 수원이라는 팀, 라이벌 팀을 상대로 하는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때 정말 뛰고 싶어 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놓치지 않는 경기를 하고 싶다. 정말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은 당연하고 냉정함을 잃지 않고 경기를 잘 치러야 할 것 같다."
-이번 슈퍼매치를 예상하자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한골을 넣어도 따라올 수 있는 팀이다. 우리도 골을 먹어도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 팀이 있고 쉽게 따라갈 수 있는 팀이 있다. 두팀다 초반에는 조심스럽게 경기에 임할 것 같다. 잘 분석해서 감독님의 지시를 잘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우승을 해야 한다는 것보단 더블을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는 것이 맞다. 우리가 리그를 우승했기 때문에 또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놓칠 수 있다.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그동안 소속팀에서 윙백, 중앙 미드필더, 측면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는데.
"한편으로는 한자리에서만 뛰면서 그자리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었을 때도 있었다. 지금은 팀이 원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포지션에만 뛸 수 있으면 경쟁하는 자리가 줄어든다. 감독님께서 그렇게 많이 기용해주시는 것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진다. 감독님께서 생각해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 미드필더진이나 사이드에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했던 것이 여러군데서 뛸 수 있는 선수가 됐다.
선수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선수라는 소리를 모두 듣고 싶을 것이다. 팀에 없으면 안될 정도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팀이 필요할 때 성실하고 꾸준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목표는.
"서울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이 큰 목표다. 그 다음은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해에 대표팀에 들어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싶다. 모든 선수들은 한번쯤은 월드컵에 나가고 싶어한다. 그것이 꿈이다. 가장 큰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다.
2013년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에서 상대(광저우 에버그란데)가 너무 큰팀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처음에는 기가 죽었다. 경기를 하다보니 '별것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점에 대해 아쉽고 패가 없이 준우승을 했다. 우리가 패하거나 1무1패를 했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결승전에서 2무로(원정다득점에 밀려)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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