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이쯤 되면 극한 캐릭터 전문 배우가 아닐까. 때로는 안면홍조증에 걸린 여교사('미쓰홍당무')를, 때로는 연인에게 겨드랑이 털을 서슴지 않게 오픈하는 여자친구('러브픽션')를 어쩔 땐 소와 함께 훌쩍 여행을 떠나는 인물('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로 변신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이 배우, 그렇다. 공효진이다. 충무로에서 이처럼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유한 여배우가 얼마나 될까.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에서도 또 한 번 극한 캐릭터에 도전했다. 중국인 보모 한매는 이제껏 맡아왔던 캐릭터 중 가장 어둡고 무거운 역할이다. 이름도 나이도 모든 것이 거짓인 미스터리한 여성으로 어느 날 자신이 돌보던 지선(엄지원) 딸 다은을 데리고 사라진다. 충격적 진실을 가진 한매에게 공효진이 아니었으면 누가 소화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 빙의했다.
"시나리오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작품이 드문데 '미씽'은 달랐어요. 한매가 너무 불쌍해서 마음이 저릿하더라고요. 이게 슬픔인 건지 마음이 이상해지더라고요. 시나리오의 느낌만큼만 만들어진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공효진이라고 한들 선뜻 결정하기엔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출연이 확정된 뒤에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고민이 될 때에는 촬영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는데 한매는 도무지 왜, 어째서 그렇게 행동했는지 할 얘기가 없더라고요. 촬영하면서 정리해봐야지 하고 주사위를 던진 거였는데 찍고 나서도 어렵더라고요."
공효진은 한매에 대해 "외롭고 방치된 인물"이라고 안쓰럽게 바라봤다. 한매 캐릭터는 대한민국 다문화 가정의 단면을 짚어주고 외국인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척박한 현실을 보여준다. 한매의 과거를 파헤칠수록 지선 딸을 데리고 사라진 것에 대한 비난보다는 공효진과 같은 먹먹한 마음이 든다.
"한매는 이 사회에서 누구도 돌봐주는 이 없는 소수자예요. 영화를 찍으면서 그런 입장을 대변해주고 싶었어요."
'미씽'은 모성애라는 신파적 소재를 다뤘지만 엄마가 아닌 '여자'에 대해 조명한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갑자기 벌어진 유괴 사건을 통해 모두가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우리의 각박한 삶을 스크린에 옮겼다.
"사실 고발(?) 같은데 촬영장도 각박했어요. 의견이 나뉘어 스태프들과 싸우게 될 때도 있더라고요. 남자 스태프들은 모성애 이야기라고 저와 지원 언니, 이언희 감독님은 '아니다. 여성들의 얘기다'라고 맞섰죠. 참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남자들에게 이해받기 위해선 저희 스태프들부터 타협해야 겠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저희 셋이 더 똘똘 뭉치게 됐죠. 뭔가 싸워서 이겨낸 것 같은 기분이에요. 파워를 보여주자하는 마음이었는데 작품이 잘 나와서 다행이에요."
"생각해보면 처음에 '미씽'을 결정할 때 잘해야 한다고 굳게 다짐하면서 선택한 작품이었어요. 저한테도 큰 도전이었죠. 어려웠지만 그때 상황에 맞게 잘했다고 생각해요."
[사진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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