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부천 김진성 기자] 단 이틀만에 치른 경기. 하나은행은 확실히 달라졌다. 아니, 팀 자체의 역량이 한 단계 올라갔다.
KBL, WKBL은 정규시즌 일정을 짤 때 기본적으로 구단별 경기 간격을 안배한다. 하지만, 각 구단의 홈 경기가 대관으로 이뤄지는 특성상 홈 경기 배정의 불규칙성은 반드시 발생한다. 더구나 특정기간에 라운드별 풀리그를 치른다.
자연스럽게 어느 팀은 4~5일 쉬고 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있고, 또 어느 팀은 하루만 쉬고 이틀만에 경기를 치를 때가 있다. 농구판에선 이틀 간격으로 경기를 치를 때 '퐁당퐁당' 게임이라는 말을 붙인다.
퐁당퐁당은 힘겹다. 특히 직전 경기서 접전을 벌였을 경우 반드시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찾아온다. KBL의 경우 토요일과 일요일 연전을 치르는 팀이 일요일 경기 2~3쿼터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4~5일 이상 쉬고 경기를 치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는 건 아니다. 체력적으로는 분명 좋은 상태다. 그러나 오히려 좋았던 경기의 감각이 떨어질 수도 있다. 결국 경기가 없는 날 적절한 휴식과 훈련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25일 부천체육관. KEB하나은행과 KDB생명이 그랬다. 하나은행은 23일 삼성생명과 대혈투를 벌였다. 최근 전원이 움직이는 농구로 경기력이 올라간 하나은행은 매 경기 처절한 체력전을 벌인다. 개개인의 기술적 역량이 떨어지는 현실. 하나은행이 매 경기 체력전을 펼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이날 KDB생명전이 고비였다.
KDB생명도 최근 베테랑 한채진과 조은주의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상승세를 탔다. 건강한 이경은의 경기운영에는 노련함이 엿보인다. 확실한 득점원 카리마 크리스마스도 있다. 정상적으로 맞붙으면 하나은행을 압도하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KDB생명은 20일 우리은행전 이후 4일 쉬고 경기에 나섰다. 체력적으로도 우위.
그러나 김영주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4~5일 쉬고 경기에 나서면 오히려 감각을 잃는 경우가 있다"라고 했다. 하나은행의 체력 변수에 대해서도 "젊은 선수들이 많다. 그리고 시즌 초반이다.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은행 이환우 감독대행은 스타팅멤버에 강이슬, 카일라 쏜튼을 제외하고 모두 백업을 내세웠다. 서수빈, 박언주, 이하은이 먼저 나섰다. 1쿼터 3분41초를 남기고 김지영, 염윤아, 백지은을 투입했다. 퐁당퐁당 일정을 의식했다는 의미. 약 5분 가량의 세이브 효과를 노렸다.
김 감독 예상대로 하나은행의 체력난조는 없었다. 다만 삼성생명전에 비해 조그마한 패스미스가 많았다. KDB생명은 카리마 크리스마스가 카일라 쏜튼과의 매치업서 근소하게 앞서면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하나은행도 최근 호조를 보이는 특유의 패스게임이 원활하게 잘 됐다. 이 대목에선 KDB생명의 수비조직력이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은 약점도 드러났다.
하나은행은 지속적으로 5점 내외로 끌려 다녔다. 그러나 3쿼터 막판 강이슬의 연속 득점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결국 4쿼터 초반 백지은의 3점포, 어천와의 골밑 득점으로 달아났다. 3점차서 8점차로 달아났다.
이때 KDB생명은 무기력했다. 김 감독 우려대로 휴식일이 길었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수비응집력은 떨어졌다. 대인마크가 느슨했다. 이를테면 상대가 슛을 시도할 때 팔을 뻗지 않고 기다리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다. 4쿼터 종료 2분49초전까지 단 1개의 파울도 없었다. 그만큼 수비 적극성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반면 하나은행은 승부처에 더욱 강하게 KDB생명을 몰아쳤다. 철저한 맨투맨이 돋보였다. 그리고 강이슬이 돌파와 컷인에 의한 연속득점을 만들었다. 에이스다운 강인함이 보였다. KDB생명은 하나은행의 팀 파울로 자유투 득점을 올렸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 경기종료 45초전 크리스마스의 3초 바이얼레이션은 그만큼 다른 선수들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패스를 줄 곳이 없었다. 그만큼 하나은행보다 덜 부지런했다. 결국 그대로 경기는 하나은행의 승리로 끝났다.
올 시즌 하나은행은 확실히 달라졌다. 효율적인 패스게임으로 전원이 체력전을 펼친다. 과거처럼 서 있는 농구가 없다. 확실한 에이스는 없지만, 승부처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최근 3연승을 통해 이기는 경험도 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중위권 돌풍의 핵으로 성장했다. 반면 KDB생명은 4쿼터에 너무 무기력했다. 멤버들의 이름값에 비해 경기력 자체는 조금 떨어졌다.
[하나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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