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충무로도 예년과 달리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마이데일리 창간 12주년을 맞아 지난 12년여 동안 영화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봤다.
# 멀티캐스팅
대세는 멀티캐스팅이다. 지난 2012년 영화 '도둑들'의 흥행 성공 이후 달라진 캐스팅 체제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당시 떠오르던 신예 김수현까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톱스타들이 모두 모였다. 과거엔 '범죄의 재구성', '타짜', '가문의 영광', '괴물' 등이 멀티캐스팅 작품이라 해도 주요 역할에만 톱스타들이 한 두명 배치돼 있었다. 지금에야 스타로 발돋움한 이들도 있지만 당시엔 연기파 조단역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주조연, 역할의 크기를 나누는 게 큰 의미가 없어졌다. 남녀 주인공 2명의 공식을 깨고 전방위에 성 비율 불문 톱스타들을 배치하기 때문. '도둑들' 이후 개봉된 멀티캐스팅 영화들을 살펴보면 '관상'은 주인공만 6명(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김혜수)이다. '암살'도 다르지 않다. 특히 '뷰티인사이드'에는 여주인공 한효주와 더불어 남자주인공 우진을 연기하는 123인의 배우가 등장한다. 이 123인 중 이동욱, 박서준, 박신혜, 이범수, 유연석 등 10여 명은 톱배우다.
대세를 따른다 해도 흥행 성공까지 절로 따르는 건 아니다. 최근 '아수라'가 흥행 쓴맛을 봤다.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등 대세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큰 기대감을 모았지만 손익분기점도 채 넘지 못하고 극장가에서 퇴장했다. 관객들은 역시나 냉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기에 멀티캐스팅으로 부푼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하는 작품이라면 더욱 냉혹한 평가를 받게 된다. SNS의 발달로 한 번 퍼진 입소문은 예비 관객들의 발길마저 돌려버리는 위력을 지녔기 때문.
# 멜로 실종 사태
멀티캐스팅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변화가 일었다. 더욱 거센 남풍을 몰고 온 것이다. 남여 투톱의 공식이 깨지자 새로운 주연자리들을 남배우들이 채우게 되고 그나마 홍일점으로 여배우들이 한 캐릭터를 차지하던 것마저 남자들에게 내주고 있다. 그러면서 멀티캐스팅에 스릴러 혹은 범죄액션누아르 장르가 즐비하고 있는 상황.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신세계' 등이 크게 흥행하면서 '아는여자', '그해 여름', '너는 내 운명' 등처럼 주옥 같은 한국 멜로물들을 만나기 어려워졌다. 최근 흥행작과 개봉 기대작들 역시 '형',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마스터', '공조' 등 남자 영화가 대부분이다.
# 조단역→원톱
멀티캐스팅의 좋은 예도 있다. 조단역으로 활약해오던 명품 신스틸러들이 그 존재감을 폭발하기 좋은 기회의 장이다. 출중한 연기력을 갖춰 멀티캐스팅 작품들에 자주 출연하면서 대중의 눈도장을 톡톡히 찍고, 결국 원톱 배우로까지 발돋움했다.
조진웅, 곽도원, 김성균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이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성웅 또한 '신세계' 출연 이후 안방극장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유해진은 '전우치',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타짜' 등에서 강렬 인상을 남긴 뒤 '베테랑'으로 쐐기를 박았다. '럭키'에서 원톱으로 우뚝 섰다. 오달수는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등 멀티캐스팅 작품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배우로, 천만을 넘어 '억만 요정' 타이틀을 확보했다. 라미란도 다수의 작품을 통해 미친 존재감을 발산, 당당히 주말드라마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 영화 강국
한국영화 시장 규모는 현재 세계 10위권에서 상승추세다. 세계적으로 영화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해외 메이저 배급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 관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진출에 나서고 있는 상황.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는 '밀정'에 이어 '싱글라이더' 'VIP' '악질경찰'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는 '곡성'에 이어 '대립군' 등을 투자 배급한다.
할리우드 배우들의 내한도 잦아지고 있다. 톰 크루즈는 최근 8번째 내한했다. 특히 지난 1994년 첫 내한을 시작으로 2000년, 01년, 이후 08년, 11년, 13년, 16년까지 그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올해도 맷 데이먼, 리암 니슨, 잭 블랙, 휴잭맨, 사이먼 페그, 크리스 파인, 태론 에거튼 등 많은 스타들이 내한했다.
또한 한국이 전 세계 국가 중 최초 개봉 국가로 선정되는 일도 많아졌다. 영화 '미스 페레그린', '매그니피센트7',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닥터 스트레인지', '신비한 동물사전'과 더불어 '라라랜드' 등이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먼저 개봉됐다.
# 홍보 문화
영화 홍보 문화도 달라졌다. 과거 스타들이 예능 출연이나 무대 인사로 영화 개봉을 알렸다면 이젠 이와 더불어 네이버 V앱 라이브 방송 출연, 쇼케이스, 극장 미소지기 행사가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 방송인 만큼 예능보다는 부담감이 덜해 스타들 모두 빼놓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작품과 관련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스타들, 예비 관객들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 공약
'관객수 공약'을 내거는 것도 예전과는 다른 풍경이다. 공약 하나로 화제를 모으면서 영화 홍보 효과에 톡톡히 효과를 안긴다.
특히 올 여름 배우 김의성이 "'부산행'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면 마동석한테 '명존쎄'(명치 정말 세게 때린다) 해달라고 할게요. '명존쎄'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은 분이 저한테 하고 싶다고 하더라"라고 밝혀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 크라우드 펀딩
최근엔 일반 관객들도 '투자자'가 돼 영화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분위기다. 요즘 영화계에선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활용한 작품들이 다수 탄생되고 있는 상황.
크라우드 펀딩이란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으로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이다. 목표액과 모금기간이 정해져 있고, 기간 내에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후원금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창작자는 물론, 후원자들도 적극 나서 프로젝트 홍보를 돕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만 원 내지 수십만 원 등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크라운드 펀딩 모집에 성공한 작품들로는 '카트', '연평해전', '26년' '귀향', '인천상륙작전' 등이 있다.
최근 영화 '판도라'가 크라우드 펀딩의 영화부문 최고가액을 달성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배급사 NEW 측은 "'판도라'가 와디즈를 통해 리워드형과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사상 최초로 동시에 진행한 이래,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에서 289명의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로 목표액인 5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 재개봉 열풍
극장가에 명작 재개봉 열풍이 불고 있다. 흥행에만 치중한 블록버스터 히어로물, 브로맨스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쏟아지면서 관객들이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할리우드 멜로 영화 '노트북'은 최근 18만 관객을 동원, 올해 재개봉 영화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이는 역대 재개봉 영화 1위 '이터널 선샤인'(32만)에 이어 2위 기록이다.
올해 '세얼간이' '색, 계' '500일의 썸머' '오페라의 유령' '블루 벨벳'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글루미 선데이' 등이 다시 국내 극장가를 두드렸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도 흑백 버전으로 재개봉 된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영화 '도둑들' '범죄와의 전쟁' '노트북' 포스터, 네이버 V앱 화면 캡처]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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