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온두라스 생각하면 아직도 잠 못자" [창간인터뷰②]

[마이데일리 = 성남 안경남 기자] 신태용(46) U-20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은 누구보다 바쁘게 2016년을 보냈다. 세계 최초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뤄냈고 ‘골짜기 세대’를 이끌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8강에 올랐다. 또 A대표팀에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며 최종예선을 치렀다. 이제 좀 쉴 법한데, 신태용은 또 다른 도전을 택했다. 이마저도 스스로 ‘운명’이라 정의한 그의 시선은 이미 내년 5월 국내에서 열리는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으로 향해 있다.

올 해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신태용 감독이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어쩌면 당연했다. 그래서 ‘마이데일리’가 창간기념일을 맞아 성남의 한 카페에서 신태용 감독을 직접 만났다.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뒷이야기와 갑작스럽게 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배경, 바르셀로나 재능 이승우, 백승호에 대한 생각 그리고 친정팀 성남FC의 강등까지, 가감 없이 진행된 그의 솔직한 인터뷰를 소개한다.

[마이데일리 창간인터뷰 - ② : “온두라스만 생각하면 아직도 잠이 안 온다니까”

--누구보다 2016년을 바쁘게 보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그리고 이번에는 U-20 대표팀까지 맡게 됐다. 한 해를 되돌아 본다면.

“2016년은 거침 없이 달려온 한 해였다. 지난 1월 카타르 도하에서 리우 올림픽 최종예선을 치르고 세계 최로 8회 본선에 올랐다. 그리고 리우 올림픽 본선에 가서 기대 이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족할 수준의 성적은 거뒀다고 생각하다. 또 바로 쉬지도 못하고 바로 A대표팀으로 돌아와 최종예선을 준비했다. 이제서야 쉴 만 하니까 U-20 대표팀에 내정됐다. 12월까지 술 약속을 다 잡아놨는데 다 취소하게 생겼다(웃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아쉽게 패했다. 아직도 아쉬움이 클 것 같은데.

“가끔 특강을 할 때마다 올림픽 당시 자료를 쓰는데 그것을 볼 때마다 되새김이 된다. 상당히 가슴이 아프다. 온두라스에 패했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상대에게 밀리거나 실력에서 졌다면 인정하겠지만, 너무도 많은 찬스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 찬스를 내주며 무너졌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잠이 안 온다”

--정말 단 한 번 온두라스에게 내준 찬스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선수와 감독을 하면서 이렇게 패한 경험이 있었나

““거의 없다. 아니 없다고 봐야 한다. 세계 대회가서 8강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도 졌다. 나를 비롯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와 특히 뛰었던 선수들의 아쉬움이 더 컸을 것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조별리그에서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다가 온두라스전에는 1명을 쓰며 공격적인 경기를 운영했다. 그것을 후회하진 않나.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온두라스가 어떻게 나올거란 걸 알고 있었다. 분석도 잘 됐다. 그래서 온두라스를 일방적으로 몰아칠 수 있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이다. 당시에는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장현수 등 선수들을 지금 만나도 그때 전술이 신선하고 좋았다고 한다. 단지 우리가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조별리그에서 3-3으로 비겼던 독일이 준우승을 했다.

“사실 온두라스를 이기면 4강에서 브라질과 붙는데, 브라질이 예선 초반 2경기에서 고전했지만 덴마크를 이기고 살아났다. 그래서 온두라스를 이기더라도 브라질을 어떻게 상대할지 고민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너무 앞섰던 것 같다. 온두라스를 이기고 브라질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온두라스는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컸다. 실제로 올림픽 전에 국내에서 치른 4개국 친선대회서 온두라스와 비겼었다. 그때 온두라스는 7~8명이 주전이었고 우리는 2명 밖에 없었다. 그래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준비도 잘 됐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 또 (손)흥민이가 많은 찬스를 놓칠 줄이야. 세계 톱 클래스 공격수 아닌가. (손)흥민이가 이런 찬스도 놓칠 수 있구나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쉽고 또 아쉽다”

--손흥민 선수가 올림픽이 끝난 뒤 프리미어리그에서 펄펄 날았다. 아시아 최초로 이달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걸 보고 더 야속했겠다.

“당연하다. 지인들과 만나면 (손)흥민이 욕을 한다(웃음). 프리미어리그에서 하는 것처럼 온두라전에서 했다면 3~4골은 쉽게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때 못 넣고 토트넘에 가서 잘 넣는 걸 보고(웃음). 물론 (손)흥민이가 안 넣고 싶어서 그랬겠나. 나보다 더 간절했던 선수다. 축구라는 게 이렇다”

--결국 ‘개최국’ 브라질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귀국 후 브라질이 우승하는 걸 봤나.

“그렇다. 결승전을 보면서 우리가 저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브라질이 개최국이고 그들을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래도 온두라스만 이겼다면 해볼 만 했다. 감독이라면 누구나 해볼 수 있는 생각 아닌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인데, 정작 리우데자네이루를 목전에 두고 돌아왔다.

“지금도 다른 스포츠 종목 감독들과 만나서 리우 얘기를 하면, 형들이 어떻게 너는 리우 올림픽인데 리우 땅도 못 밟고 왔냐고 농담을 한다”

[사진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마이데일리DB,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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